무덤 / 열풍
루쉰 전집 1
루쉰 지음, 홍석표·이보경·루쉰전집번역위원회 옮김 | 2010-12-10 | 584쪽 | 27,000원
대륙을 뒤흔든 혁명인의 삶, ‘루쉰전집’ 발간!
제1권_청년 루쉰의 고뇌와 열정
저·역자 소개 ▼
1881년 저쟝 성 사오싱紹興의 지주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할아버지의 투옥과 아버지의 죽음 등으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난징의 강남수사학당과 광로학당에서 서양의 신문물을 공부했으며, 국비 장학생으로 일본에 유학을 갔다. 1902년 고분학원을 거쳐 1904년 센다이의학전문 학교에서 의학을 배웠다. 그러다 환등기에서 한 중국인이 총살당하는 장면을 그저 구경하는 중국인들을 보며 국민성의 개조를 위해서는 문학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학교를 그만두고 도쿄로 갔다. 도쿄에서 잡지 《신생》의 창간을 계획하고 《하남》 에 「인간의 역사」 「마라시력설」을 발표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다. 1909년 약 7년간의 일본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귀국하여 항저우 저쟝양급사범 학당의 교사를 시작으로 사오싱, 난징, 베이징, 샤먼, 광저우, 상하이 등에서 교편을 잡았고, 신해혁명 직후에는 교육부 관리로 일하기도 했다. 루쉰이 문학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1918년 5월 《신청년》에 중국 최초의 현대소설이라 일컬어지는 「광인일기」를 발표하면서이다. 이때 처음으로 ‘루쉰’이라는 필명을 썼다. 이후 그의 대표작인 「아큐정전」이 수록된 『외침』을 비롯하여 『방황』 『새로 엮은 옛이야기』 등 세 권의 소설집을 펴냈고, 그의 문학의 정수라 일컬어지는 잡문(산문)집 『아침 꽃 저녁에 줍다』 『화개집』 『무덤』 등을 펴냈으며, 그 밖에 산문시집 『들풀』과 시평 등 방대한 양의 글을 썼다. 루쉰은 평생 불의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분노하고 저항했는데, 그 싸움의 무기는 글, 그중에서 잡문이었다. 마오쩌둥은 루쉰을 일컬어 “중국 문화혁명의 주장主將으로 위대한 문학가일 뿐만 아니라 위대한 사상가, 혁명가”라고 했다. 마오쩌둥의 말처럼 루쉰은 1936년 10월 19일 지병인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활발한 문학 활동뿐만 아니라 중국좌익작가연맹 참여, 문학단체 조직, 반대파와의 논쟁, 강연 활동을 펼쳤다. 이를 통해 중국의 부조리한 현실에 온몸으로 맞서 희망을 발견하고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자 했다.
역자 홍석표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중국 현대문학 전공으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중국현대문학학회 회장 및 국제루쉰연구회(國際魯迅硏究會) 이사를 맡고 있다. 루쉰 문학을 비롯해 중국 현대문학사 및 학술사에 관해 연구해왔으며, 최근에는 관심 영역을 확대해 동아시아적 시좌에서 근대 시기 한중 간 문학(문예)과 사상의 교류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루쉰과 근대 한국』(2017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근대 한중 교류의 기원』(2015 세종도서 학술부문 우수도서), 『중국 근대학문의 형성과 학술문화담론』(2012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중국현대문학사』(2010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중국의 근대적 문학의식 탄생』(2007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천상에서 심연을 보다: 루쉰(魯迅)의 문학과 정신』, 『현대중국, 단절과 연속』(2005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 등이 있다. 그 밖에 『루쉰전집』 제1권·제5권·제12권(공역), 『화개집·화개집속편』, 『한문학사강요·고적서발집』(2003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무덤』, 『중국당대신시사』(2000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 등 다수의 역서가 있다.
역자 이보경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서 『20세기초 중국의 소설이론 재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강원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문(文)과 노벨(Novel)의 결혼』, 『근대어의 탄생-중국의 백화문운동』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내게는 이름이 없다』,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공역), 『루쉰전집』의 『열풍』, 『거짓자유서』, 『풍월이야기』, 『먼 곳에서 온 편지』 등이 있다.
역자 루쉰전집번역위원회
공상철, 김영문, 김하림, 박자영, 서광덕, 유세종, 이보경, 이주노, 조관희, 천진, 한병곤, 홍석표
차례 ▼
추천의 글 … 11
『루쉰전집』을 발간하며 … 15
● 무덤(墳)
제기 … 27
인간의 역사 … 33
-독일인 헤켈의 종족발생학에 대한 일원적 연구 해석
과학사교편(科學史敎篇) … 53
문화편향론 … 79
마라시력설(摩羅詩力說) … 106
나의 절열관(節烈觀) … 183
지금 우리는 아버지 노릇을 어떻게 할 것인가 … 201
송대 민간의 이른바 소설 및 그 이후 … 222
노라는 떠난 후 어떻게 되었는가? … 242
-1923년 12월 26일 베이징여자고등사범학교 문예회 강연
천재가 없다고 하기 전에 … 253
-1924년 1월 17일 베이징사범대학 부속중학 교우회 강연
뇌봉탑이 무너진 데 대하여 … 259
수염 이야기 … 264
사진 찍기 따위에 대하여 … 273
다시 뇌봉탑이 무너진 데 대하여 … 287
거울을 보고 느낀 생각 … 295
춘말한담(春末閑談) … 303
등하만필(燈下漫筆) … 313
잡다한 추억 … 327
‘타마더’에 대하여 … 341
눈을 크게 뜨고 볼 것에 대하여 … 349
수염에서 이까지의 이야기 … 358
견벽청야주의 … 375
과부주의 … 383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 … 393
『무덤』 뒤에 쓰다 … 410
● 열풍(熱風)
제목에 부쳐 … 423
1918년
수감록 25 … 427
수감록 33 … 431
수감록 35 … 441
수감록 36 … 444
수감록 37 … 446
수감록 38 … 449
1919년
수감록 39 … 456
수감록 40 … 460
수감록 41 … 464
수감록 42 … 468
수감록 43 … 471
수감록 46 … 473
수감록 47 … 477
수감록 48 … 479
수감록 49 … 482
수감록 53 … 485
수감록 54 … 489
56. ‘온다’ … 493
57. 현재의 도살자 … 496
58. 인심이 옛날과 똑같다 … 498
59. ‘성무’ … 501
61. 불만 … 506
62. 분에 겨워 죽다 … 509
63. ‘어린이에게’ … 512
64. 유무상통 … 515
65. 폭군의 신민 … 517
66. 생명의 길 … 519
1921년
지식이 곧 죄악이다 … 521
사실이 웅변을 이긴다 … 527
1922년
『쉐헝』에 관한 어림짐작 … 529
‘러시아 가극단’을 위하여 … 536
무제 … 539
‘난해함을 진동하다’ … 542
소위 ‘국학’ … 545
동요의 ‘반동’ … 548
‘모든 것에 적용되는 학설’ … 551
이해할 수 없는 음역 … 556
비평가에 대한 희망 … 562
‘눈물을 머금은’ 비평가를 반대한다 … 565
작은 일을 보면 큰 일을 알 수 있다 … 570
1924년
‘교정’하지 않기를 바란다 … 572
『무덤』에 대하여 … 579
『열풍』에 대하여 … 582
편집자 추천글 ▼
흔히 중국 현대문학은 루쉰(魯迅, 1881~1936)에서 시작해서 루쉰으로 끝난다고 한다. 중국 현대문학을 연 첫 작품(「광인일기」)을 루쉰이 창작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문체와 사상, 그가 관련한 굵직한 현대 사건이 지금도 여전히 문제적이기 때문이다. 그 없이는 중국의 오사운동을 논할 수 없고, 중국 현대혁명사와 문학사, 학술사, 심지어는 미술사까지도 논할 수 없으며, 최근의 저명 학자들(예컨대 첸리췬錢理群과 왕후이汪暉)은 그를 통해 오늘날의 중국을 사유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중국 고문(문언문)에 정통했지만 구어체(백화문)를 제창하여 문학혁명을 주도했고, 서양의 근대지식을 선구적으로 학습했지만 중국의 현실과 인민의 입장에서 발언하고 행동했으며, 국민당의 수배령을 피해 도피생활을 하면서도 문학청년을 지도하고 판화운동을 전개하며 중국의 미래를 주도한 루쉰. 이제 그의 모든 글을 한국어로 만나게 되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펴내는 한국어판 『루쉰전집』은 중국 런민문학출판사(人民文學出版社)에서 펴낸 1981년본과 2005년본을 바탕으로 번역, 모두 20권으로 구성하고, 지금까지의 국내외 연구성과와 주석을 참조하여 각 옮긴이들이 새롭게 주석을 정리하였다. 특히 기존에 많이 소개된 소설작품뿐만 아니라 아직까지도 소개되지 않은 수많은 잡문(주로 신문·잡지 등에 발표한 짧은 글을 말함), 서신, 일기를 수록하고 있어 루쉰 글의 정본을 세우게 되었다.
루쉰은 중국 근대의 산증인이기도 하지만 이미 인류의 정신유산, 인류의 고전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이 발 딛고 서 있는 땅에서 끊임없이 전투를 펼쳐 온 혁명인의 삶을 산 그는 그 자체로 현대 독자가 읽어야 할 중요한 텍스트이다. 민족 간, 좌우 간 첨예한 대립상황에서 억압받는 자가 다시 서는 세계를 꿈꾸며 한평생 투쟁했던 그의 삶이 오롯이 이 『전집』 속에 녹아들어 있다.
제1권_청년 루쉰의 고뇌와 열정
제1권은 1907년에서 1925년 사이의 잡문 23편이 수록된 『무덤』(1927년 초판 발행)과 1918년에서 1924년 사이의 잡문 41편이 수록된 『열풍』(1925년 초판 발행)으로 구성되어 있다. 의학을 버리고 문학으로 전향한 청년 루쉰이 필묵으로 중국을 개조하기 위해 쓴 초기 글에서부터 오사운동을 거치며 주로 전통적 구습을 타파하는 데 힘쓴 잡문이 실려 있다. 루쉰의 잡문은 문집이 14개에 이를 정도로 그의 평생을 함께한 작법으로, 전기작가 왕스징의 말을 빌리면 “어둠 속에서 전투의 빛을 발하는 비수”였다. 루쉰에게 잡문은 세계와 통하는 길이자 적을 향해 쏘는 비수이며 중국의 미래를 여는 길이었던 것이다. 1권의 잡문은 이런 루쉰의 문체가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 주는 원형이다.
낡은 것들과의 결별을 통한 새로운 탄생
『무덤』에 실린 글들은 짧지만 강렬한 은유와 풍자성을 띠고 있는 여타의 잡문들과 달리 호흡이 길면서도 논문과도 같은 논리와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루쉰 초기의 글들은 서양의 과학사와 정신사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정리하고(「인간의 역사」와 「과학사교편」), 바이런, 셸리, 페퇴피, 레르몬토프 등 19세기 낭만주의 문학의 역사를 정신계의 전사(戰士)라는 특이한 관점에서 읽어 내는(「마라시력설」) 등 서구 문화에 대한 기본 학습과정과 이를 자신만의 관점으로 소화하는 과정이 잘 드러난다. 그러나 그는 중국이 서구의 물질적 부와 문명 같은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에 경도되는 것을 경계하며 그 근저에 놓인 인간에 주목할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열강과 각축을 벌이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확립하는 일(立人)이다. 사람이 확립된 이후에는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 사람을 확립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반드시 개성을 존중하고 정신을 발양해야 한다”(「문화편향론」)라고 주장한다. 이런 초기 루쉰의 글들은 역으로 개성이 존중되지 않는 중국 사회에 대한 고뇌를 보여 주며, 또 이에 맞서겠다는 전투정신이 잠재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루쉰은 당시 군벌정부에 빌붙어 곡학아세하는 현대평론파들을 ‘정인군자’(正人君子)라고 비꼬면서 그들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세계도 그리 원만하지만은 않음을 알려 주려 했다. 그리고 토신사(토박이 세력가)와 양신사(서양물 먹은 세력가) 등을 ‘물에 빠진 개’에 비유하며 물에서 올라오지 못하도록 계속 때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여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 ‘부드러운 칼을 들고 있는’ 적들에 맞서고, 낡은 정신과의 결별을 통해 새로운 정신을 불러일으키는 것. 루쉰이 20년간 묵혀 둔 자신의 원고를 꺼내 『무덤』으로 다시 엮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차가운 세상에 내보내는 ‘뜨거운 바람’
『열풍』에 수록된 잡문은 오사신문화운동과 궤를 같이하여 전통적 인습에 얽매인 보수적인 문화를 풍자·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열풍』을 출간한 1925년은 루쉰이 “시대의 폐단을 공격한 모든 글은 반드시 시대의 폐단과 더불어 사멸해야 한다”며 비애를 드러낼 정도로 혁명의 열기가 잦아들고 시대의 폐단이 다시 고개를 들던 때였다. 그리하여 그는 냉소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자신의 글을 묶으며 자신이 품고 있는 뜨거운 말, 뜨거운 바람을 다시 불어넣고자 제목 또한 『열풍』으로 지었던 것이다.
『열풍』에 수록된 잡문들은 점술, 정좌, 권법 등 미신적인 기술에 대한 풍자(「수감록 33」 등), 전통적인 양육 및 교육 태도, 부권(‘夫權’과 ‘父權’) 등에 대한 비판(「수감록 25」 등), 『포커』(潑克)에 실린 풍자화의 저열한 경향 비판(수감록 45, 46, 53), 그리고 소위 국학가를 자처하는 문화 보수주의자들의 국수(國粹) 비판(「수감록 35」)을 다루고 있다. 문면으로 보면 ‘국수’란 한 나라의 고유한 것으로 다른 나라에는 없는 특별한 물건이지만, 루쉰이 보기에 그들이 주장하는 것은 마치 ‘얼굴의 혹’이나 ‘이마의 부스럼’과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오사신문화운동의 성과를 비난하고 시대착오적인 ‘국수’의 보존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냉소를 보내며 보존해야 할 것은 국수가 아니라 ‘우리’라고 잘라 말한다. 루쉰은 없던 곳을 밟아서 생겨날 길, 가시덤불로 뒤덮인 곳을 개척하여 생겨날 길, 그 ‘생명의 길’을 창조할 아이와 청년들을 바라보며 그들이 해방될 수 있는 세상을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