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비스 테르티우스  라틴아메리카 석학에게 듣는다 

트랜스 라틴 22

김은중·김창민·넬슨 말도나도-토레스· 마벨 모라냐· 박정원· 산티아고 카스트로-고메스· 아니발 키하노· 엔리케 두셀· 월터 미뇰로· 이매뉴얼 월러스틴· 존 베벌리 지음, 조영실·우석균 옮김  | 2021-11-22 | 432쪽 | 25,000원


서울대학교 라틴아메리카연구소에서 동명으로 진행되었던 해외석학 초청강연을 뼈대로 구성된 책. ‘오르비스 테르티우스’는 ‘제3의 세계’를 뜻하는 라틴어로 서구 사유가 간과하고 폄하한 또 다른 라틴아메리카 사유를 소개한다는 취지로 사용되었다. 탈식민주의 이론가들인 엔리케 두셀, 월터 미뇰로, 아니발 키하노, 넬슨 말도나도-토레스 등 당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강연자들, 그리고 이 책에 수록된 글의 저자들은 서구중심주의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며 탈식민주의와 하위주체 연구의 역사와 현주소에 대해 설명한다.
이미 1960~1970년대에 종속이론, 해방철학, 해방신학 등을 통해 서구 이론 중심의 세계 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준 라틴아메리카 이론은 1980년대의 소위 ‘잃어버린 10년’ 동안 라틴아메리카를 설명하는 모든 지적 패러다임이 불신을 받게 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영원히 퇴장한 듯했다. 그러나 라틴아메리카 전체가 신자유주의 경제 모델로 신음하면서 다시금 생명력을 얻었다. 이 책은 차베스와 사파티스타에 대한 악마화로 점철된 ‘잃어버린 10년’을 극복하고, 500년 동안의 서구 자본주의 체제를 고발하여 새로운 주체를 모색하는 탈식민적 사유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저·역자 소개 ▼

저자 김은중 
멕시코국립대학교에서 라틴아메리카 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라틴아메리카연구소 교수로 재직 중이다. 라틴아메리카 탈식민성과 사회운동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왔고, 최근에는 기후변화와 인류세 시대에 라틴아메리카에서 모색되고 있는 문명의 전환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저서에는 『라틴아메리카의 전환: 변화와 갈등』 상·하(공저, 2012), 『세계 지방화 시대의 인문학과 지역적 실천』(공저, 2012), 『포퓰리즘과 민주주의』(공저, 2017)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활과 리라』(공역, 1998), 『라틴아메리카, 만들어진 대륙』(2010), 『라틴아메리카 신좌파: 좌파의 새로운 도전과 비전』(공역, 2017) 등이 있다.


저자 김창민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멕시코 과달라하라 대학교에서 중남미문학 석사학위를,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교에서 중남미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사상≫, ≪라틴아메리카의 문학과 사회≫ 등을 공동집필했다. 스페인어권 작품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으로 ≪선과 악을 다루는 35가지 방법≫, ≪미국은 섹스를 한다≫, ≪여우가 늑대를 만났을 때≫ 등이 있고, ≪한국의 신화≫, ≪김춘수 시선≫, ≪천상병 시선≫, ≪벼랑의 꿈≫(오세영 시집) 등을 스페인어로 번역해서 출간했다.


저자 넬슨 말도나도-토레스 Nelson Maldonado-Torres
러트거스 뉴브런스윅 뉴저지주립대학교에서 비교문학과 및 라티노·카리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푸에르토리코대학교에서 철학과 사회학, 라틴아메리카학을 전공하고, 브라운대학교에서 종교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저서로는 『전쟁에 반대하여: 밑에서 본 근대성의 양상』(Against War: Views from the Underside of Modernity, 2008)과 『세계체제 속의 라티노/나: 21세기 미국 제국에서의 탈식민화 투쟁들』(Latino/as in the World-system: Decolonization Struggles in the 21st Century U. S. Empire, 2015) 등이 있고, 『반둥: 전지구적 남』(Bandung: the Journal of the Global South)의 ‘프란츠 파농, 탈식민성, 반둥 정신’ 스페셜 이슈를 공동 편집하였다.


저자 박정원 
미국 피츠버그 대학에서 라틴아메리카 문화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노던 콜로라도 주립대학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경희대학교에서 가르치고 있으며, 번역한 책으로는 『하위주체성과 재현』, 『보르헤스 논픽션 전집―아틀라스』 가 있다. 


저자 산티아고 카스트로-고메스 Santiago Castro-Gomez
콜롬비아의 철학자로 요한 볼프강 괴테 프랑크푸르트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자국의 하베리아나대학교와 보고타 산토 토마스 대학교에서 교수를 역임했다. 근대성/식민성 그룹의 일원으로 아니발 키하노, 월터 미뇰로, 엔리케 두셀 등과 교류하며 철학 분야에서 비판적 사유의 실천과 확산에 노력했다. 주요 저서로 『라틴아메리카 이성비판』(Critica de la razon latinoamericana, 1996), 『0 도의 오만. 누에바그라나다의 과학, 인종, 도해(1750-1816)』(La hybris del punto cero. Ciencia, raza e ilustracion en la Nueva Granada(1750-1816), 2005), 『통치성의 역사. 미셸 푸코와 국가이성, 자유주의, 신자유주의』(Historia de la gubernamentalidad. Razon de estado, liberalismo y neoliberalismo en Michel Foucault, 2010) 등이 있다. 


저자 아니발 키하노  Anibal Quijano
페루의 사회학자로 페루 산마르코스국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1965년에서 1971년 사이에 산티아고의 유엔 산하 라틴아메리카경제위원회(CEPAL)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종속이론가로 변신했다. 이후 산마르코스국립대학교와 뉴욕 빙햄튼대학교 교수로 재직했다. 엔리케 두셀과 월터 미뇰로와 함께 탈식민주의 연구(decolonial studies)의 토대를 구축했으며, 특히 권력의 식민성 개념을 창안했다. 주요 저서로 『페루의 민족주의, 신제국주의, 군사주의』(Nacionalismo, neoimperialismo y militarismo en el Peru, 1971), 『제국주의 위기와 라틴아메리카의 노동계급』(Crisis imperialista y clase obrera en America Latina, 1974), 『지배와 문화: 촐로와 페루의 문화적 갈등』(Dominacion y cultura. Lo cholo y el conflicto cultural en el Peru, 1980), 『라틴아메리카의 근대성, 정체성, 유토피아』(Modernidad, identidad y utopia en America Latina, 1988) 등이 있다.


저자 엔리케 두셀 Enrique Dussel
아르헨티나 철학자로 에스파냐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학교에서 철학으로, 소르본대학교에서 역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빈곤의 본질이 억압이라는 깨달음에 입각해, 철학·역사학·신학을 넘나들며 1970년부터 해방철학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1975년 멕시코 망명 뒤에는 마르크스의 작품을 체계적으로 읽고 3 부작을 집필하면서 자신의 사상에 깊이를 가미했다. 사유란 주어진 문화적 틀로부터 가능하며, 계급, 집단, 성, 인종 등의 이해관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의 사상은 『해방철학』(Filosofia de la liberacion, 1977), 『전지구화와 배제의 시대의 해방윤리학』(Etica de la liberacion en la edad de la globalizacion y la exclusion, 1998), 『해방정치학』(Politica de la liberacion. Historia mundial y critica, 2007), 『해방정치학 II』(Politica de la liberacion: Arquitectonica, 2009)로 구체화되었다. 이 밖에도 철학과 역사학, 신학 분야에서도 수많은 저서를 출간했다.


저자 월터 미뇰로 Walter Mignolo
아르헨티나 코르도바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기호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인디애나대학교와 미시간대학교를 거쳐, 현재 듀크대학교에 재직 중이다. 라틴아메리카 식민지 시대 텍스트 연구를 통해 포스트식민주의에 관심을 지니게 되었고, 이후 탈식민주의의 주요 이론가로 진화했다. 주요 저작으로 『르네상스의 어두운 이면: 문해성, 영토성, 식민화』(The Darker Side of the Renaissance: Literacy, Territoriality, Colonization, 1995), 『로컬 히스토리/글로벌 디자인: 식민주의성, 서발턴 지식, 그리고 경계사유』(Local Histories/Global Designs: Coloniality. Subaltern Knowledges and Border Thinking, 1999), 『라틴아메리카, 만들어진 대륙』(The Idea of Latin America, 2005), 『서구 근대성의 어두운 이면: 전지구적 미래, 탈식민적 선택들』(The Darker Side of Western Modernity: Global Futures, Decolonial Options, 2011) 등이 있다.


저자 
이매뉴얼 월러스틴 Immanuel Wallerstein 
컬럼비아대학교 사회학과에서 아프리카 연구로 학사학위를 받았다. 동 대학과 뉴욕주립대학 교수로 재직했다. 2005년까지 뉴욕주립대학교의 페르낭브로델센터 소장을 역임했다. 종속이론과 아날학파의 영향을 받았으며, 세계의 역사와 사회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는 세계체제론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주요 저서로 『근대세계체제』(The Modern World-System, 전 4 권, 1974~2011), 『세계체제 분석: 이론과 방법론』(World-Systems Analysis: Theory and Methodology, 1982), 『역사적 자본주의/자본주의 문명』(Historical Capitalism, with Capitalist Civilization, 1995), 『미국 패권의 몰락』(Decline of American Power: The U. S. in a Chaotic World, 2003) 등이 있다.


저자 존 베벌리 John Beverley
라틴아메리카 하위주체연구 그룹의 창립 멤버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문학의 한계를 급진정치와 결합하여 극복하려는 노력을 통해 라틴아메리카 문화연구, 탈식민주의, 하위주체연구를 주도했다. 피츠버그대학교의 명예 석좌교수이다. 저서로는 『중앙아메리카 혁명에서의 문학과 정치』(Literature and Politics in the Central American Revolutions, 공저, 1990), 『문학에 반대하여』(Against Literature, 1993), 『증언서사: 진실의 정치학에 관하여』(Testimonio: On the Politics of Truth, 2004), 『9 ・11 이후의 라틴아메리카니즘』(Latinamericanism after 9/11, 2011), 『라틴아메리카의 실패: 곤경에 처한 포스트식민주의』(The Failure of Latin America: Postcolonialism in Bad Times, 2019) 등이 있다.



역자 조영실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학사 및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동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학을 스페인 정부 장학생으로 유학하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에서 대한민국 정부 연구과정 장학생으로 수학했다.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연구원과 부산외대 연구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서울대, 숙명여대, 홍익대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라틴아메리카 문화산업 및 도시 연구이다. 특히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비롯한 라틴아메리카 주요 도시의 생성과 근대 도시화 과정에 관심을 두고 있다. 저서로 『차이를 넘어 공존으로: 스페인어권 세계의 문화 읽기』(공저, 2007)가 있고, 역서로 『보르헤스』(공역, 1996), 『세피아빛 초상』(2005), 『세상에서 나가는 문』(2006), 『라틴아메리카 국민국가 기획과 19세기 사상』(공역, 2008), 『노새』(2009), 『끝없는 사랑의 섬』(2010), 『라틴아메리카 문제와 전망』(공역, 2012)이 있다.


역자 우석균
서울대학교 서어서문과를 졸업하고, 페루 가톨릭대학교와 스페인 마드리드콤플루텐세 대학교에서 각각 라틴아메리카 문학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박사논문 집필 중에는 칠레의 칠레 대학교와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교에서도 수학하였다. 현재 서울대학교 라틴아메리카연구소에 재직 중으로 출판과 국제 교류에 역점을 둔 활동을 하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AALA문학포럼(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문학포럼)의 라틴아메리카 문학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쓰다 만 편지』, 『잉카 in 안데스』, 『바람의 노래 혁명의 노래』를 썼다.


역자 김동환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멕시코 이베로아메리카대학교 근대문학과에서 ‘콜롬비아 시카리오 내러티브’를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 중이다. 주 과테말라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 후 서울대학교와 연세대학교에서 시간강사로 강의하였고, 현재는 주 에콰도르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공역서로 『현대 라틴아메리카』(2014)가 있다.


역자 김종규
고려대학교 사학과 대학원.


역자 위정은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아시아문학·문화학과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 대학에서 영문학과 비교문학을 전공하고, 러트거스 뉴브런스윅 뉴저지주립대학교에서 비교문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근현대 한국문학 속 식민성과 유동성 연구를 수행 중이며, 『반둥: 전지구적 남』(Bandung: the Journal of the Global South)의 ‘프란츠 파농, 탈식민성, 반둥 정신’ 스페셜 이슈를 공동 편집하였다.


역자 이경민
조선대학교 유럽언어문화학부(스페인어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 『제3제국』, 『참을 수 없는 가우초』, 『살인창녀들』(공역), 『보편인종, 멕시코의 인간상과 문화』, 『영원성의 역사』(공역), 『죽음의 모범』(공역) 등이 있으며 엮은 책으로 『로베르토 볼라뇨』 등이 있다.


차례 ▼

1장 식민성과 근대성/합리성 — 아니발 키하노 23
1. 유럽, 문화적 식민성, 근대성/합리성 28
2. 지식 생산에 관한 문제 29
3. 지식에서 총체성의 문제 32
4. 인식론적 재구성: 탈식민화 37

2장 개념으로서의 아메리카성 혹은 근대세계체제 속의 아메리카 — 아니발 키하노 / 이매뉴얼 월러스틴 41

3장 해방철학의 관점에서 본 트랜스모더니티와 상호문화성 — 엔리케 두셀 61
1. 라틴아메리카 정체성을 찾아서: 유럽중심주의에서 발전주의적 식민성으로 61
2. 문화의 중심과 주변. 해방의 문제 70
3. 민중문화는 ‘단순히 포퓰리즘이 아니다’ 75
4. 근대성, 옥시덴탈리즘의 세계화, 자유주의적 다문화주의, 군사적 제국의 ‘선제 개혁’·80
5. 상호문화적이고 트랜스모던적인 대화의 횡단성: 포스트식민적 보편 문화로부터의 상호 해방 90

4장 엔리케 두셀을 만나다 111

5장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라틴아메리카 해방철학과 트랜스모더니티 — 김은중 129
1. 정치적 문제로서의 계몽의 태도 129
2. 미완의 기획, 근대성인가 탈식민성인가? 135
3. 유럽의 비판이론과 라틴아메리카 해방철학 144
4. 트랜스모던 윤리학—외부에 의한 사유와 정치 151

6장 인식적 불복종과 탈식민적 선택: 선언문 — 월터 미뇰로 165
1. 간단한 역사 165
2. 인식론적 전환과 탈식민적 사유의 출현 171
3. 타완틴수유, 아나왁, 블랙 카리브: 탈식민적 사유의 ‘그리스’와 ‘로마’들 182
4. 결론 206

7장 마네킹들을 위한 (포스트)식민성: 근대성, 식민성, 지식의 지정학에 대한 라틴아메리카의 관점 — 산티아고 카스트로-고메스 209
1. 맑스의 맹점 211
2. 오리엔트의 오리엔트화 218
3. 근대성 신화의 파괴 226
4. 인종적 순수성 담론 234
5. 권력의 식민성 245

8장 탈식민적 전환 — 넬슨 말도나도-토레스 253
1. ‘탈식민적 전환’ 개념의 출현 260
2. 근본적 개념 264
3. 탈식민적 전환의 계보학을 향하여: 포스트적 표현 및 초대륙적 표현들과 아메리카의 탈식민적
전환 272

9장 언어, 문학, 탈식민성: 파농의 성찰 — 넬슨 말도나도-토레스 285
1. 파농의 『검은 피부, 하얀 가면』에서 언어의 식민성 287
2. 언어의 식민성에서 언어의 탈식민성으로 292

10장 시각적 질서, 식민주의, 근대성: 서구 상상력 속의 아메리카 기입 — 마벨 모라냐 299
1. 아메리카와 그 궁핍한 풍요로움 315
2. 얀 판 데르 스트라에트 스트라다누스: 정복극장 317
3. 바로크: 범람과 논쟁 329

11장 페루와 문화연구의 지평 확대 — 마벨 모라냐 인터뷰 335

12장 라틴아메리카니즘이라는 사건: 정치적-개념적 지도 — 존 베벌리 363
1. ‘이론’의 도래 366
2. 하위주체연구 368
3. 증언서사 372
4. 문화연구의 붐과 쇠락 375
5. 신보수주의적 전환 379
6. 라틴아메리카니즘과 국가의 문제 383

13장 세계화 시대의 문화연구, 무엇을 할 것인가?: 존 베벌리와 라틴아메리카 하위주체연구 — 박정원 393
1. 역사적 패배와 전환기의 라틴아메리카니즘 393
2. 하위주체연구: 윤리학을 넘어 정치학으로 396
3. ‘재현’의 문제: 문학에 반대하여 증언서사로 403
4. 비판과 의의 408
5. 신자유주의 세계화, 하위주체 그리고 ‘국가’라는 문제 설정 412

찾아보기 420
지은이・옮긴이 소개 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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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비스 테르티우스: 라틴아메리카 석학에게 듣는다』는 서울대학교 라틴아메리카연구소에서 동명으로 진행되었던 해외석학 초청강연을 뼈대로 구성된 책이다. ‘오르비스 테르티우스’는 ‘제3의 세계’를 뜻하는 라틴어로 서구 사유가 간과하고 폄하한 또 다른 라틴아메리카 사유를 소개한다는 취지로 사용되었다. 탈식민주의 이론가들인 엔리케 두셀, 월터 미뇰로, 아니발 키하노, 넬슨 말도나도-토레스 등 당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강연자들, 그리고 이 책에 수록된 글의 저자들은 서구중심주의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며 탈식민주의와 하위주체 연구의 역사와 현주소에 대해 설명한다.

이미 1960~1970년대에 종속이론, 해방철학, 해방신학 등을 통해 서구 이론 중심의 세계 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준 라틴아메리카 이론은 1980년대의 소위 ‘잃어버린 10년’ 동안 라틴아메리카를 설명하는 모든 지적 패러다임이 불신을 받게 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영원히 퇴장한 듯했다. 그러나 라틴아메리카 전체가 신자유주의 경제 모델로 신음하면서 다시금 생명력을 얻었다. 이 책은 차베스와 사파티스타에 대한 악마화로 점철된 ‘잃어버린 10년’을 극복하고, 500년 동안의 서구 자본주의 체제를 고발하여 새로운 주체를 모색하는 탈식민적 사유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은폐된 역사를 복원하고
유럽의 외부에서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자


흔히 세계사에서는 콜럼버스의 항해를 신대륙 발견으로 서술하지만, 엔리케 두셀은 ‘발견’이 아니라 ‘은폐’라고 규정한다. 발견한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볼 수 있다는 의미인데, 유럽은 아메리카를 발견했을 때 아메리카의 모든 정신세계를 대상화함으로써 라틴아메리카의 현실을 덮어 버렸다. 당시 유럽인들은 선주민을 아프리카적이면서 동양적인 환상이 묻어나도록 묘사했는데, 이것은 선주민을 ‘보는’ 것이 아니라 타자의 상상력으로 ‘은폐’하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적 관점에서 두셀은 고유한 것을 찾아내고, 그것의 역사를 만들고, 그 역사로부터 근대성을 비판하며 근대성과 대화할 수 있는 보편 이성인 트랜스모더니티를 이야기한다. 다세계적 이성에 입각한 트랜스모더니티의 관점을 취할 때 우리는 비로소 유럽의 외부에서 새로운 세계를 건설할 수 있다.

넬슨 말도나도-토레스는 서구 중심주의의 외부에서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것, 즉 상징, 권력 관계, 존재 형식을 새롭게 구축하려는 기획이 바로 탈식민적 전환이라고 설명한다. 탈식민적 전환은 근대성과는 다른 비전, 행동 지평, 지향을 제안한다. 이 전환은 식민성에 의해 부정적으로 표식된 공동체들이 접한 모순과 체계적 폭력, 또한 이 공동체들과 그 주체들이 그에 대해 일관되게 보여 주는 응답에서 출발한다. 근대성은 스스로를 이성적, 민주적, 세속적이라고 표상한다. 반면, 탈식민적 전환은 근대성의 이면에 식민성이 있음을 폭로한다. 이는 근대성이 인간의 위계화, 인종차별적 노예제도, 땅의 약탈, 지식의 독점화, 식민성에 의해 부정적으로 표식된 신체들에 가하는 학살과 강간 같은 전쟁의 비윤리성에 대한 당연시 같은 근대의 식민주의 요소들과 불가분의 관계를 지니고 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종말,
폐허에서 진정한 대안이 시작된다

사파티스타 봉기, 차베스 집권과 분홍 물결, 물 전쟁, 제1회 세계사회포럼 등과 같은 반신자유주의 투쟁에서 가장 돋보인 라틴아메리카적 사유가 바로 탈식민주의였고, 이는 과거 지식의 답습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 상황에 맞는 창조적 도전이었다. 가령, 종속이론이 정치적, 경제적 비판에 치중했다면, 탈식민주의는 인식의 전환과 획득을 강조한다. 이 점에서 탈식민주의는 포스트식민주의와 공통점이 있고, 그래서 일각에서는 탈식민주의를 라틴아메리카판 포스트식민주의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탈식민주의자들에게 포스트식민주의는 반쪽짜리 진실일 뿐이다. 가령, 탈식민주의자들은 데카르트의 생각하는 자아 이전에 스페인 정복자들의 정복하는 자아가 있어 근대가 시작되었고, 자본주의 세계체제 역시 아메리카 정복의 산물이며, 근대성과 식민성은 동전의 양면처럼 세계체제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라고 주장한다. 근대성의 이면에 도사린 식민성의 강력하면서도 미시적인 권력을 인식 못 한다면 세계화된 지구촌의 미래도 없는 것이다. 에드워드 사이드 같은 포스트식민주의 학자뿐만 아니라 마르크스, 푸코, 하버마스 등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다.

탈식민주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국면에서 가장 강력한 비판적 사유이기도 했고, 신사회운동과 맞물려 사회적 실천과 동행하는 현실개입적 사유이기도 했기에 더 의미가 있다. 신자유주의의 전성기에 라틴아메리카처럼 이론과 행동이 한마음으로 그 질서에 도전한 사례는 흔치 않다. 이는 신자유주의 실험이 처음으로, 그리고 가장 전면적으로 이루어진 곳이 라틴아메리카여서 그만큼 폐해가 누적되고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의 위세는 이제 분명 퇴조했다. 더구나 코로나로 인해 인류가 서로 협력하여 새로운 시대를 모색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국제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약육강식의 난장판을 만들어놓고 “대안은 없다”를 외치던 시대가 더 이상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잃어버린 10년’ 시절에 그러했듯이 자본은 재난의 시기에 더 성공적으로 변신할 줄 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변신은 비대칭 권력, 즉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과거의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의 어마어마한 권력의 차이를 숙주로 한다. 근대에 대한 반성만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고 믿는다면 오산이다. 이 책은 근대 초기에 잘못 낀 단추 때문에 불평등한 세계가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고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