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 신좌파 좌파의 새로운 도전과 비전
트랜스 라틴 21
다니엘 차베스·세사르 로드리게스 가라비토· 패트릭 배럿 지음, 김세건·김윤경· 김은중· 김항섭· 조경진· 최금좌 옮김 | 2018-06-15 | 576쪽 | 29,000원
라틴아메리카 신좌파가 기존 질서에 제기했던 도전의 모습과 다가올 세계에 제기할 새로운 비전을 함께 고민하고자 하는 책. 21세기 초반, 신자유주의의 광풍이 점점 더 드세어지는 와중에 세계의 정치와 사회운동에 라틴아메리카발 돌풍이 신선한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좌파 정권의 집권과 새롭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 주는 사회운동의 부상이 그것. 기존의 ‘붉은’ 좌파와는 다른 ‘분홍’의 신좌파로 불리게 된 이들은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주장하고 또한 실천해 내고자 했다. 이 책은 이 ‘분홍빛 물결’에 대해 라틴아메리카 지식인들 스스로 포괄적 분석을 시도한 최초의 사례다. 일곱 개 나라의 사례연구와 이론적 틀을 함께 제공하며 이로써 좌파의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저·역자 소개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트랜스내셔널 연구소 새로운 정치 프로그램 소장. 많은 논문과 책을 저술했는데, 대표작으로 『도시의 좌파』(La Izquiera en la ciudad)가 있다.
저자 세사르 로드리게스 가라비토 Santiago Castro-Gomez
콜롬비아 안데스 대학 교수, 미국 위스콘신 대학(매디슨) 법 연구소 연구원, 우니안데스의 법사회연구소 소장. 최근 저서로는 『법과 아래로부터의 세계화』(El derecho y la globalizacion desde abajo)와 『모두를 위한 정의』(¿Justicia para todos?) 등이 있다.
저자 패트릭 배럿 Patrick Barrett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매디슨)의 헤븐스 사회구조와 사회변동 연구센터 센터장. 라틴아메리카 정치, 특히 칠레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에 관한 여러 학술 논문을 발표했다.
역자 김세건
서울대학교 인류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멕시코 국립대학교에서 멕시코 농촌사회 연구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강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공저 <멕시코 한국기업의 노동문화적응>, <공동체의 현실과 전망>, <세계화와 사회변동> 등이 있다.
역자 김윤경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남미연구소의 HK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다민족 다인종 국가의 역사인식』, 『여성의 삶과 문화』, 『라틴아메리카 명저 산책』(이상 공저)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라틴아메리카, 만들어진 대륙』, 『라틴아메리카 신좌파』, 『메소아메리카 전통의 꼬스모비시온: ‘우주와 신성’』, 『메소아메리카 전통의 꼬스모비시온: ‘신과 인간’』, 『과거는 살아 있다: 라틴아메리카 환경사』(이상 공역) 등이 있다.
역자 김은중
멕시코국립대학교에서 라틴아메리카 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라틴아메리카연구소 교수로 재직 중이다. 라틴아메리카 탈식민성과 사회운동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왔고, 최근에는 기후변화와 인류세 시대에 라틴아메리카에서 모색되고 있는 문명의 전환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저서에는 『라틴아메리카의 전환: 변화와 갈등』 상·하(공저, 2012), 『세계 지방화 시대의 인문학과 지역적 실천』(공저, 2012), 『포퓰리즘과 민주주의』(공저, 2017)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활과 리라』(공역, 1998), 『라틴아메리카, 만들어진 대륙』(2010), 『라틴아메리카 신좌파: 좌파의 새로운 도전과 비전』(공역, 2017) 등이 있다.
역자 조경진
연세대학교 사회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학 인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했다. 라틴아메리카 연구자로 시작해서 지금은 의료인류학과 공중보건, 케어기빙에 대한 연구로 관심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집필한 논문으로 「다시 쓰는 자유무역」, 「전지구화 시대의 위기와 공동체 재편성에 대한 인류학적 연구」, 「Border Children: Interpreting Autism Spectrum Disorder in SouthKorea」 등이 있다. 현재 고려사이버대학교 휴먼서비스학부 부교수이다.
역자 최금자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포르투갈어를 공부하고 브라질 상파울루대학교에서 사회역사학 석사, 기호학 및 일반 언어학으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상파울루대학교에서 한국학을 가르쳤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포르투갈어과 겸임 교수로 재직 중이며 포르투갈어는 물론, 브라질 사회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지역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차례 ▼
서문과 감사의 글
프롤로그 _ 지식의 식민성을 넘어
1장 _ 유토피아의 재탄생?: 라틴아메리카 신좌파 연구를 위한 서론
2장 _ 브라질: 룰라 정부 -비판적 평가(2007)
3장 _ 베네수엘라: 포퓰리즘과 좌파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
4장 _ 우루과이: 좌파 정권 -지속과 변화 사이에서
5장 _ 콜롬비아: 신좌파 -기원, 특성, 전망
6장 _ 아르헨티나: 키르치네르 시대의 정치적 좌파와 사회운동
7장_ 멕시코: 그리움과 유토피아 -새 천 년의 좌파
8장 _ 볼리비아: 좌파와 사회운동들
9장 _ 21세기 초 라틴아메리카 좌파의 약속과 과제
10장 _ 위험이 있는 곳에…: 대의민주주의의 범람과 대안의 등장
11장 _ 소극화된 다원성. 미래의 좌파를 위한 제언
옮긴이 후기 _ 다시 기로에 선 라틴아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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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추천글 ▼
억압과 수탈의 땅 라틴아메리카의 21세기를 열어젖힌 좌파, 그 도전과 과제
2018년 6월 13일 있었던 대한민국 지방선거 결과의 핵심 키워드는 물론 ‘보수의 몰락’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진보의 승리’인가? 각국의 정치 지형과 사정은 다르다지만 대한민국의 ‘민주’ 세력을 ‘진보’ 혹은 ‘좌파’로 부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남는다. 보수의 몰락에 초점이 맞춰진 탓에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지만, ‘좌파’ 라벨이 어울릴 만한 한국 정치 세력은 거대한 ‘민주’의 파고 앞에 자의든 타의든 숨을 죽이고 있는 모양새다.
라틴아메리카 좌파 또한 마찬가지. 물론 이들은 자신들의 선명한 색깔을 전면에 내세워 집권에 성공했고, 그것이 대륙 차원으로 확산되며 서로를 고무하여 일명 ‘분홍빛 물결’(pink tide)이라 불릴 만한 흐름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우리와는 사뭇 다른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전성기’라 할 2000년대 중후반을 지나는 동안 어느 정도의 성과와 또 그만큼의 한계를 노정한 가운데 보수우파 진영에 자리를 내주고 수세에 몰려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형편이다.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쇄신을 고민해야 하는 입장은 같다. 이러한 때 출간된 라틴아메리카 신좌파: 좌파의 새로운 도전과 비전(La Nueva Izquierda en América Latina)은 우리에게 라틴아메리카 (신)좌파가 기존 질서에 제기했던 도전의 모습과 다가올 세계에 제기할 새로운 비전을 함께 고민하고자 하는 책이다.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더 먼저, 더 강력하게 신자유주의 개혁을 강요받은 결과 가장 먼저, 가장 아프게 사회적 병폐들에 맞닥뜨렸던, 그리고 그 이유로 가장 먼저, 가장 가열차게 투쟁에 나섰던 라틴아메리카의 모습은 갈수록 심화되어 가는 신자유주의의 민낯을 폭로하고 앞으로 끊임없이 반복될 신자유주의와 좌파 사이의 지난한 싸움의 서막을 보여 주는 프리퀄일지도 모른다. 풍부한 사례연구와 이론적 틀을 함께 제공하는 이 프리퀄이 21세기 좌파의 미래를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기를 빈다.
분홍빛 물결의 등장과 신좌파의 특징
이 책이 중점적으로 다루는 시기는 분홍빛 물결의 속도와 높이가 최고조에 달했던 2004년부터 2008년까지다. 이 시기는 베네수엘라의 차베스(1998년)를 필두로 아르헨티나의 키르치네르(2003년), 브라질의 룰라(2003년)에 이어 라틴아메리카 대부분의 나라에서 좌파 혹은 중도좌파 노선을 표방한 이들이 연달아 집권에 성공한 때이자, 저 유명한 멕시코 사파티스타를 비롯하여 브라질의 무토지농민운동과 도시빈민운동, 아르헨티나의 피케테로스, 볼리비아 코차밤바의 ‘물 전쟁’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회운동이 핵심 정치 세력으로 등장한 때이기도 했다. 냉전 종식 이후 신자유주의를 향해 치닫던 강력한 드라이브에 이 대륙은 미국의 발치에서 브레이크를 밟았다.
기존의 ‘붉은’ 좌파와는 달리 ‘분홍’의 신좌파로 불리게 된 이들은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주장했다. 그리고 이 책은 이 ‘분홍빛 물결’에 대해 라틴아메리카 지식인들 스스로 포괄적 분석을 시도한 최초의 사례라 할 만하다. 연구의 대상은 라틴아메리카 7개국(브라질, 베네수엘라, 우루과이,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멕시코, 볼리비아)에 달하고, 정부와 정당으로 이루어지는 ‘제도정치’와 사회운동의 ‘비제도정치’까지를 모두 아우른다. 각국의 사정을 꼼꼼히 다룬 2~8장에 이어 이전 세기 라틴아메리카 좌파 및 국제적 좌파와 이들 신좌파 사이에 나타나는 연속성과 차이점을 분석하고 조망하는 장들이 뒤따른다.
저자들은 ‘신좌파’를 엄밀한 개념의 틀에 가두어 두지 않는다. 이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운동과 진보적 정부의 정책적 제안들과 실험들을 포괄하는 단어다. 하지만 그 안에서 저자들이 추출해 낸 다섯 가지 특징은 이후의 사회운동과 진보 정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① 전략의 다원성과 분권화된 조직 행태의 절속, ② 사회적 기반과 정치적 의제의 다양성, ③ 시민사회의 부상, ④ 개혁주의, ⑤ 민주주의의 심화가 바로 그것이다.
우향우 하는 세계에서 좌파의 길
위풍당당하게 등장했던 라틴아메리카의 신좌파 세력은 세계적 금융위기를 비롯한 달라진 경제적 조건하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고, 지도자 개인 혹은 지배 계급의 부정부패 문제까지 겹쳐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 2015년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보수우파 정권이 재집권하면서(아르헨티나, 칠레, 브라질, 페루, 파라과이) 라틴아메리카의 정치 지형은 급격히 우경화되었다. 그렇다면 이는 라틴아메리카 신좌파의 몰락을, 그리고 정치권력과 사회운동이 심혈을 기울여 온 모든 실험들의 실패를 의미하는가?
그렇지 않다. 모든 것을 성공과 실패의 잣대로 나누어 보는 시각에서야 비관적일지 모르지만,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근대성과 식민성에 대한 고발을 통해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를 외쳤던 이들의 목소리는 이 ‘야만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날카로운 경종이자 든든한 동력임에 틀림이 없다. 이 책은 좌파에게 필요한 것은 유토피아를 향한 통일된 사상이 아니라 다양한 의제를 끌어안으며 끊임없이 스스로를 쇄신하는 것임을 웅변한다. “전 지구적 좌파에게 필요한 대안은 우파의 유일사상을 대체하는 좌파의 유일사상이 아니라 전 지구적 자본주의 근대성/식민성에 대한 ‘일치된 반대와 그에 대한 많은 대안들’(One No, Many Yeses)”인 것이다(「옮긴이 후기」 중에서). 그렇다면 다시 2018년 지방선거, 보수의 몰락이라는 헤드라인 뒤에 가려져 있지만, 서울시장 선거에서 페미니즘을 내세운 녹색당 후보가 정의당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는 사실의 의미를 우리는 좀 더 깊이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의미에서 라틴아메리카 신좌파의 경험은 그 자체로 값진 도전이자 좌파의 존재 이유에 대한 증거이며, 갈수록 우경화되는 세계에 대한 실천적 처방이라 하겠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라틴아메리카의 정치와 사회운동에 관해 공시적-통시적으로 조망하는 동시에, 좌파의 나아갈 길에 대해 진지하게 숙고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