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가귀감, 조선 불교의 탄생  

리라이팅 클래식 16

김풍기 지음 | 2013-08-30 | 296쪽 | 17,000원


리라이팅 클래식 16권으로, 조선시대 불교의 거목 서산휴정의 대표적인 깨달음 입문서 <선가귀감>을 고전문학 연구자 김풍기가 리라이팅한 책이다. <선가귀감>은 서산휴정이 선교양종판사직을 그만두고 금강산과 지리산 등의 암자를 전전하며 수행에 몰두하던 시기에, 길을 잃은 후학들을 위해 발심을 불러일으키고 그들에게 요긴한 등불이 되기를 바라며 찬술한 귀한 책이다.
50여 종의 불교 경전과 어록에서 수행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구절들을 뽑아 재배치하고, 그에 대한 휴정의 설명을 덧붙인 방식으로 편집된 <선가귀감>은 모든 불교 수행의 본체를 한 권에 담아, 어느 한 가지 수행 방법만으로는 해석이 불가능한 책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엄밀히 말하자면 불교 학자가 아닌 김풍기는, 서산휴정의 삶과 그가 살던 조선시대의 역사적·문화적 맥락에서 <선가귀감>의 드넓은 지혜의 바다를 항해한다.
숭유억불의 시련 속에 불교가 살아남을 방법을 모색했던 서산휴정은 삼교융화론과 삼문수행 등의 체계를 마련하여 새로운 조선 불교의 길을 열고 수많은 제자들을 양성했다. 여말선초에 등장하여 유학 특유의 정합적 논리로 불교를 비판하고 척불 운동을 펼친 신흥사대부들의 공격에서부터, 그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주었던 조선 전기 군주들의 불교 탄압 정책들, 그러한 시대의 거센 압력에 맞서 방어하고 저항했던 함허득통 기화, 설잠 김시습 등 불교계의 대응과 승려들의 이야기를 따라 흥미롭게 읽다 보면, 오늘날까지 시대를 뛰어넘는 깨달음을 전해 주는 <선가귀감>이라는 고전이 그와 같이 격동하는 시대 속에서 탄생할 수밖에 없었음을 절로 깨우치게 될 것이다.


저·역자 소개 ▼

저자  이토 진사이 伊藤仁齋
에도 시대 전기에 활약한 유학자, 고의학파(古義學派)의 창시자. 초명은 고레사다(維貞)이고 뒤에 고레에다(維禎)로 개명했으며, 보통 겐시치(源七), 겐키치(源吉), 겐스케(源佐) 등으로 불렸다. 진사이는 그의 호이며, 고학선생(古學先生)으로도 불렸다.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 교토에서 재목상(材木商) 가문의 아들로 태어나, 당시 가장 유명했던 화가 오가타 고린(尾形光琳)의 사촌 여동생과 결혼했다. 청년 시절 주자학에 몰두하였고 이십대 후반에는 가업을 포기하고 불도(佛道)에 전념했으나, 삼십대에 이르러서는 이를 비판하며 유교 고전의 새로운 읽기를 시도하였다. 1662년 사립 유학 학교인 고의당(古義堂)을 설립하여 후학을 양성하기도 한 그는 『논어고의』(論語古義), 『맹자고의』(孟子古義), 『어맹자의』(語孟字義), 『동자문』(童子問), 『중용발휘』(中庸?揮), 『고학선생문집』(古學先生文集), 『진사이일찰』(仁齊日札), 『동지회필기』(同志會筆記) 등의 저서를 남겼으며, 사후 그의 아들 이토 도가이(伊藤東涯)가 모두 교감해서 출판하였다.

역자  최경열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한문학을 공부했습니다. 곡부서당(송양정사松陽精舍)에서 서암(瑞巖) 김희진(金熙鎭) 선생님께 한문을 익히며 낯선 세계에 눈을 떴습니다. 선생님과의 만남은 무엇보다 인간의 감화력이 무엇인지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한림원과 민추(현 고전번역원)에서도 고전을 공부했습니다. 서양인이 동양을 공부하는 치밀함에 자극받아 영어에도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방문학자로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18세기 조선 지식인들에 대한 관심을 품고 있으나 그보다 우선 넓게 공부해서 파야겠다는 생각으로 중국고대사상에 집중해, 선진(先秦)시대 저작을 두루 읽고 있습니다. 유학이 정통이나 주류로 자리 잡기 이전, 많은 담론이 쟁명(爭鳴)하는 모습이 장관이라서 공부가 흥미롭습니다. 
『당시 300수』를 공역했고 일본의 유학자 이토 진사이(伊藤仁齊)의 대작인 『논어고의』(論語古義), 『맹자고의』(孟子古義), 『동자문』(童子問) 등을 잇달아 번역했습니다.
차례 ▼

머리말_선으로 가는 길

1부 서산휴정의 삶과 그의 시대

1장_최여신에서 휴정으로
1. 최여신의 고민
2. 깨달음을 향한 서산휴정의 발걸음

2장_조선 전기 척불의 시련과 불교계의 대응
1. 조선 전기 척불정책의 역사적 변모
2. 명종 시기 불교 정책의 전환
문정왕후의 등장, 조선 불교 부흥의 불씨를 되살리다 / 백성들의 숭불과 문정왕후의 호불, 그리고 그 한계

2부 공격과 방어, 새로운 불교 모색의 계기

1장_유교의 대공세
1. 정도전의 입장 변화
2. 『불씨잡변』의 논리
윤회와 인과응보에 의한 화복의 문제 / 윤리의 문제 / 교리상의 문제 / 이단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의 문제

2장_불교가 살아남는 방법
1. 논쟁에 소극적인 불교
2. 함허득통의 반격
3. 설잠, 논쟁에서 한 발 비껴 서기
4. 보우, 정치권력과 불교 사이에서 줄타기

3부 깨달음으로 가는 세 갈래 길

1장_새로운 불교의 모색

2장_『선가귀감』의 저술 의도와 편찬 시기

3장_삼문수행, 조선 불교의 새 길을 열다
1. 깨달음으로 가는 지름길, 간화선
‘한 물건’, 그놈을 찾아서 / 바람 없는 바다에 물결이 이네 / 선 수행과 화두 참구 / 돈오와 점수에 대한 견해
2. 교종, 깨달음으로 가는 또 하나의 길
깨달음 이전의 공부와 교학 / 『선가귀감』이 사랑한 책들 / 깨달음 이후의 공부와 교학
3. 염불, 선과 만나다
타력신앙으로서의 염불 / 염불과 선의 만남 / 휴정의 염불선
4. 서산휴정의 법맥과 그 문도
휴정이 언급한 법맥 / 허균의 글 / 언기, 해안 등의 글 / 새로운 법맥의 확립 / 서산 문도와 조선 후기 불교
5. 머나먼 수행의 길: 수행자의 자세
말세의 어리석은 수행자 / 수행자의 본분과 계율 / 육바라밀의 실천 / 경전 공부 / 대장부의 기상

4장_호국과 불교의 미묘한 조합
1. 시주자의 은혜
2. 국왕의 은혜와 수행자의 자세
3. 수행과 전쟁, 영원히 지속될 평행선

맺음말_수행자를 위한 지도 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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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맹자의』, 『대학정본·중용발휘』 출간으로
이토 진사이 선집 완간!!
주자학을 넘어 새로운 유학의 지평을 연
이토 진사이의 사상을 만난다!


일본의 주요 사상가 가운데 한 사람인 이토 진사이의 『어맹자의』, 『대학정본·중용발휘』가 발간됨으로써 이토 진사이 선집이 총 5권으로 완간되었다. 2013년 『동자문』을 시작으로 2016년에는 『논어고의』와 『맹자고의』가, 그리고 올해 2017년 마지막 두 권이 간행되어 만 4년 만에 진사이의 주요 저작을 모두 우리말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역사적 맥락과 고증에 따른 『논어』.『맹자』 개념어 사전, 『어맹자의』

『어맹자의』는 ‘논어[語]와 맹자[孟]의 개념어[字] 풀이[義]’로 볼 수 있는데 한문 문화권의 중요 전통 가운데 하나인 사전류의 연장선에 있는 책이다. 『어맹자의』와 유사한 책으로 주희(주자)의 제자 진순(陳淳)이 쓴 성리학 개념어 사전인 『북계자의』(北溪字義, 북계는 진순의 자字)가 있다. 『북계자의』는 이토 진사이가 염두에 둔 책이기도 한데 진사이는 성리학과 비판적 거리를 두고 있는 만큼 『북계자의』를 철저히 검토한 뒤 자신만의 정의를 내렸다. 진사이의 개념어 풀이는 독특하다. 사전적 정의에서 멈추지 않으며 이전에 잘못된 문제를 교정하는 데서 그치지도 않는다. 텍스트 읽기의 역사적 접근 방식을 동원해 먼저 텍스트의 문맥을 텍스트 논리의 내부에서 따져 읽는다. 주요 개념어를 추출한 뒤 개념어가 쓰인 문맥에 놓고 다양한 문맥에서 쓰인 용례를 검토한다. 다음으로 같은 계열의 책에서 이 개념어가 쓰이는 용례를 살펴 활용과 적용을 점검해 개념의 외연이 확장되고 내포가 변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거기에 덧붙여 상반되는 학파의 텍스트에 비판적으로 언급되는 부분을 따져 읽어 개념어의 변용까지 포괄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진사이의 박식이 아니라 역사적 접근을 통한 그의 열린 자세다. 광범위한 독서와 사색, 토론과 검토를 통해 텍스트의 안팎을 넘나드는 그의 개념어 서술은 역사적 맥락과 고증을 충실히 담고 있다. 진사이의 학문 정신을 흔히 실학(實學)이라고 하는데 그의 글쓰기 방식에서도 충분히 증명할 수 있다. 그의 실학정신은 관념적인 것에 반대해 실질적[實]이고, 추상적인 것에 반대해 실제적[實]이며 고답적인 것에 반대해 현실적[實]이어서 개념어 사전이라는 추상도 높은 책 안에서조차 일상의 삶과 밀착된 학문으로 담겨 있다.
이 책은 동양의 고전을 읽을 때 흔히 부딪치는, 누구에게나 익숙하지만 설명하기는 쉽지 않은 개념어들, 예컨대 천(天), 명(命), 특히 도(道)에 대해 다양한 함의와 여러 맥락을 간결하게 설명해 준다. 마지막에 붙인 유가의 경전 오경(五經)에 대한 진사이의 총괄 요약은 저술 순서상 『어맹자의』 뒤에 오는 『동자문』을 예비하는 글로 읽을 수 있어 진사이 학문의 흐름을 감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