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

프리즘 총서 29

조르주 캉길렘 지음, 여인석 옮김 | 2018-12-15 | 352쪽 | 23,000원


프랑스의 대표적인 과학철학자로서 미셸 푸코의 스승으로도 잘 알려진 조르주 캉길렘의 대표 저작. ‘정상’이란 무엇이고 ‘병리’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논의를 전개한다. 철학자이지만 의학까지 공부해 가면서 생명을 이해하려 했던 그가 1943년에 쓴 의학 박사학위 논문과 20여 년 이후 의학적 발전에 따른 생각의 변화와 심화된 사유의 내용을 담은 에세이를 묶은 책이다. 정신의학적 정상성, 생물학적 정상성, 사회적 정상성 등 여러 영역에서 제기되는 정상성의 문제가 어떠한 고유성을 가지며, 그것이 의학적 정상성과는 어떻게 다른가를 통찰력 있게 설명해 낸 20세기 의철학의 고전. 


저·역자 소개 ▼

저자  조르주 캉길렘 Georges Canguilhem
1904년 프랑스 남서부의 작은 도시 카스텔노다리에서 태어났다. 1921년 파리로 올라와 명문 앙리 4세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1924년 레이몽 아롱, 다니엘 라가슈, 장 폴 사르트르 등과 함께 고등사범학교에 입학했다. 1927년 철학교사자격시험에 통과한 후 여러 고등학교에서 철학 교사로 재직하는 한편 의학 공부를 시작하여 1943년 의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박사학위 논문은 그의 대표저서로, 후에 『정상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으로 출판되었다. 2차 세계대전 중에는 레지스탕스로도 활동하였다. 1955년 가스통 바슐라르의 후임으로 소르본 대학의 철학 교수로 부임하였으며 바슐라르와 함께 프랑스 과학철학의 ‘역사인식론적 전통’을 확립하였다. 

역자  여인석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사학과 교수 및 의학사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기생충학으로 의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파리 7대학에서 서양고대의학의 집대성자인 갈레노스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쓴 책으로는 『한 권으로 읽는 동의보감』(공저), 『의학사상사』, 『한국의학사』(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정상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 『라메트리 철학선집』, 『캉길렘의 의학론』 등이 있습니다.
차례 ▼

옮긴이의 글
미셸 푸코의 서문

[1] 정상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에 관련된 몇 가지 문제에 대한 논고(1943)
재판 서문 | 서론
<1부> 병리적 상태는 정상 상태의 양적인 변화에 불과한가?
1. 문제의 도입 | 2. 오귀스트 콩트와 “브루세의 원리” | 3. 클로드 베르나르와 실험병리학 | 4. 르네 르리슈의 개념 | 5. 이론의 함의
<2부> 정상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에 대한 과학이 존재하는가?
1. 문제의 도입 | 2. 몇 가지 개념들에 대한 비판적 검토: 정상, 이상, 질병, 정상적인 것과 실험적인 것 | 3. 규범과 평균 | 4. 질병, 치유, 건강 | 5. 생리학과 병리학
결론

[2] 정상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에 대한 새로운 고찰(1963~1966)
20년 후
1. 사회적인 것에서 생명으로
2. 인간에서의 유기체적 규범에 대하여
3. 병리학의 새로운 개념: 실수
에필로그

옮긴이 후기…… 20년 후
참고문헌 | 찾아보기
편집자 추천글 ▼

‘정상’과 ‘병리’의 개념을 재정의하며

‘생명의 규범’에 대해 탐구한 캉길렘의 대표작!

 

프랑스의 대표적인 과학철학자로서 미셸 푸코의 스승으로도 잘 알려진 조르주 캉길렘의 대표 저작 『정상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이 그린비출판사 프리즘총서로 재출간되었다. 철학자이지만 의학까지 공부해 가면서 생명을 이해하려 했던 캉길렘. 그가 1943년에 쓴 의학 박사학위 논문과 20여 년 이후 의학적 발전에 따른 생각의 변화와 심화된 사유의 내용을 담은 에세이를 묶은 이 책은 ‘정상’이란 무엇이고 ‘병리’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논의를 심도 있게 전개해 간다. 1996년 나온 번역 초판을 옮긴이가 다시 다듬어 복간하였다.

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정상성은 크게 네 가지 측면이다. 첫 번째는 의학적 정상성, 두 번째는 정신의학적 정상성, 세 번째는 생물학적 정상성, 마지막으로 사회적 정상성의 문제이다. 흔히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가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정신적 정상성을 쉽게 떠올린다. 그런데 캉길렘이 이 책에서 주로 다루는 문제는 정신의학적 정상성이 아니라 의학적 정상성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간단히 언급하고 지나간 정신의학적 정상성의 문제는 그의 제자 푸코가 초기 저서 『정신병과 심리학』, 『광기의 역사』에서, 그리고 이후 콜레주 드 프랑스의 강의를 통해 치밀하고 집중적으로 다루어진다. 또 그가 언급한 생물학적 정상성은 요즘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생물학의 철학에서 중요한 주제이며, 사회적 정상성의 문제는 사회학, 사회철학의 주요 주제 중의 하나이다.

중요한 것은 캉길렘이 이처럼 다양한 차원에서 보이는 정상성의 문제를 단순히 제기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각각의 다른 영역에서 제기되는 정상성의 문제가 어떠한 고유성을 가지며, 그것이 의학적 정상성과는 어떻게 다른가를 통찰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그 덕분에 푸코의 예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그의 통찰을 바탕으로 풍부하고 다양한 논의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의학과 생명, 건강과 질병의 문제를 철학적으로 성찰하기


조르주 캉길렘은 가스통 바슐라르의 뒤를 이은 20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과학철학자이다. 주로 물리학과 화학을 다룬 바슐라르와는 달리 캉길렘은 의학과 생물학에 대한 철학적 작업에 집중했다. 사실 캉길렘의 작업이 주로 의학과 생물학의 구체적 문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캉길렘의 제자였던 푸코의 평가에 따르면 자신을 포함해 20세기 후반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프랑스 지성계의 인물들 중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캉길렘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푸코는 『정상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의 영역판 서문을 통해 “캉길렘은 대부분의 연구를 생물학과 의학의 역사에 집중시켰다. (중략) 그는 높은 곳에 위치한 과학사(수학, 천문학, 갈릴레이의 역학, 뉴턴 물리학, 상대성 이론)를 덜 연역적인 지식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외부적인 과정(경제적 자극이나 제도적인 뒷받침)에 보다 좌우되고 상상력의 경이로움에 보다 밀접히 결합되어 있는 중간적 영역으로 끌어내렸다”고 말한다(본서 24쪽). 푸코 또한 캉길렘이 수행한 “상대적으로 무시된 영역을 재평가하는 것 이상의 일”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사상사적 중요성에 주목하여 현재 프랑스에서는 캉길렘의 전집 발간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캉길렘을 새롭게 조명하는 작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건강과 질병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문제이다. 따라서 이를 다루는 의학은 단순히 소수 전문가의 특권적 영역으로 남아 있을 수 없다. 이 책의 재출간이 의학과 생명에 대한 깊이 있는 관심을 이끌어내고 인간에게 본질적인 건강과 질병의 문제를 철학적으로 반성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