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튀세르와 정신분석
프리즘 총서 31
파스칼 질로 지음, 정지은 옮김 | 2019-03-15 | 176쪽 | 19,000원
정신분석에 대한 알튀세르의 관계를 이론적 차원에서 검토한 연구서이다. 알튀세르의 맑스로의 회귀와 라캉의 프로이트로의 회귀를 결합시키는 관계에 대한 연구는 알튀세르가 맑스로부터 그 잠재적 철학으로서 끌어낸 근본개념들, 예컨대 중층결정, 징후적 독해, 구조적 인과성의 개념을 새로운 관점에서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저·역자 소개 ▼
근대 철학 및 스피노자 철학 전문가이며, 근대 철학에서 현대 철학에 이르기까지 정신과 주체성에 관한 개념적 모델의 발생과 변화 과정을 추적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파리의 고등사범학교에서 수학했으며 현재 파리 1대학의 연구원과 리용에 있는 고등사범학교 내 고전 사상사 연구 기관의 연구원으로 있다. ‘스피노자 철학에서의 심신평행론에 대한 문제’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그 뒤로 주체성의 문제, 심적·육체적 개인화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피에르 카수-노게스(Pierre Cassou-Nogu?s)와 함께 『개념, 주체, 과학』(2009)을, 다니엘 로렌지니(Danielle Lorenzini)와 함께 『푸코, 비트겐슈타인 : 주체성, 정치, 윤리학』(2016)을 썼으며, 단독 저서로 『알튀세르와 정신분석』(2009)을 썼다.
역자 정지은
연세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학과에서 수학한 뒤, 프랑스 부르고뉴대학교에서 철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홍익대학교 교양과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박사 학위의 주제였던 메를로퐁티의 현상학과 존재론 외에도 정신분석학, 예술철학으로 연구 영역을 넓히고 있다. 번역서로는 《동물들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 《유한성 이후》 《철학자 오이디푸스》 《알튀세르와 정신분석》 《몸: 하나이고 여럿인 세계에 관하여》가 있고,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철학》 《이성과 반이성의 계보학》 등 여러 책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차례 ▼
1장 _ 맑스의 발견과 프로이트의 발견
이론적 반(反)-인간주의와 반(反)-심리주의
프로이트로의 회귀로부터 함양된 맑스로의 회귀
2장 _ 이데올로기, 무의식, 그리고 주체에 대한 질문
이데올로기 이론과 무의식 이론
이데올로기와 주체의 구성
결론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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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튀세르의 주요 개념을 재검토하다!
알튀세르는 이데올로기 이론을 구축하는 데 있어 맑스와 프로이트에 대한 독해를 어떻게 교차시켜 왔을까. 근대 철학 및 스피노자 철학 전문가이며 주체성의 문제, 심적·육체적 개인화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연구해 온 저자 파스칼 질로는 『알튀세르와 정신분석』을 통해 알튀세르와 정신분석의 관계를 이론적 차원에서 검토한다. 이 검토에는 60년대 당시 프랑스 사회의 지적 분위기나 우리가 “구조주의”라고 부르는 사유의 운동이 반영되어 있다. 알튀세르의 맑스로의 회귀와 라캉의 프로이트로의 회귀를 결합시킨 이 연구는 알튀세르가 맑스로부터 그 잠재적 철학으로서 끌어낸 근본 개념들, 예컨대 중층결정, 징후적 독해, 구조적 인과성의 개념을 새로운 관점에서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맑스주의와 정신분석의 교차점에서 바라본
이데올로기 이론의 구성
알튀세르의 정신분석 수용은 우선 방법론의 측면에서, 다음으로 내용의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 우선 그는 프로이트로의 회귀라는 라캉의 태도를 선취한다. 라캉에게 회귀의 의미는 이제껏 드러나지 않았던 과학성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서 읽어 내겠다는 주장을 함축한다. 알튀세르는 그런 라캉의 태도를 자신의 맑시즘 독서에 적용시킨다. 즉 알튀세르가 밝히고자 한 것은 바로 맑시즘의 ‘과학성’이다.
내용의 측면에서 알튀세르는 맑스의 이론을 재독해하기 위해 정신분석의 여러 이론들을 도입한다. 알튀세르의 사유는 ‘맑스로의 회귀’라는 전반적인 프로그램의 틀 자체 안에서 정신분석에 의해 양분을 얻은 것으로 나타나며, 구성적으로는 ‘프로이트’와 ‘라캉의 프로이트 독해’라는 이중적 참조로 특징지어진다. 알튀세르는 중층결정이나 구조적 인과성과 같은 자신의 몇몇 기본 개념들을 정신분석에서 빌렸음을 분명하게 내보인다. 이 개념들은 알튀세르의 주요 저작인 『마르크스를 위하여』와 『자본론을 읽는다』 안에 도입된 맑시즘과 역사적 유물론의 재독해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물론 알튀세르가 맑시즘의 원리적 가능성을 정신분석에서 찾으려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정신분석과 맑시즘의 평행성을 주장한 뒤에 다시 자신의 입장을 역전시켜 맑스의 텍스트 안에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정신분석적 내용이 이미 함축되어 있다고 말한다.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론 및 주체 개념에 미친
라캉의 영향과 그 한계
알튀세르는 ?프로이트와 라캉?에서 프로이트의 무의식 발견에, 그리고 근본적인 반(反)심리주의적 시각에 따른 라캉의 프로이트 재독해에 중요성을 부여했으며, 이후 그의 이데올로기 일반의 이론적 구성에서 있어서도 정신분석의 중요성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데올로기와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에 따르면 이데올로기는 역사를 갖지 않으며, 따라서 모든 사회구성체에 필수적인 차원을 구성하는데, 그 유명한 테제는 프로이트의 명제인 “무의식은 영원하다[무시간적이다]”의 영향권 아래에 있다. 그런 식으로 정신분석은 “상상적인 것의 유물론”을 만들어 내는 데 있어서 근본적인 이론적 지표를 제시했고, “상상적인 것의 유물론” 덕분에 알튀세르는 맑시즘의 진영 내부에서 전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즉 그는 하부구조와 상부구조의 관계에 의한 맑시즘의 기계론적 개념화에서 유래한 경제주의와 맞서 싸우며, 인간의 소외에 기반한 이론적 휴머니즘과도 맞서 싸운다. 프로이트에 의한 우회는 알튀세르에게 있어서 “맑스의 거대한 이론적 혁명”을 이해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드러난다.
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알튀세르의 저작 안에서 맑스 이론과 정신분석 이론 간의 접근은 주체의 수수께끼적이지만 치명적인 특징을 드러낸다는 사실이다. 즉 자기 자신에 대해 더 이상 투명하지 않은 주체성, 탈중심화되고 예속된 주체성의 테제는 이데올로기의 근본 메커니즘으로서 “주체로의 호명”을 구상하는 데 있어서 본질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이론적 반(反)인간주의, ‘인간’ 범주를 철학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는 문제가 되는 것이 심리학적 주체(‘자아’)이건, 역사의 주체이건, 혹은 인식의 주체이건 간에 “주체” 범주에 대한 전반적 비판과 연관되어 나타난다. 이러한 반(反)인간주의의 주장은 알튀세르의 저작을 관통하며, 그의 지적 여정의 변화 ― 특히 철학의 위상이나 ‘인식론적 단절’에 대한 개념의 이해와 관련된 변화들 ― 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이렇듯 파스칼 질로는 『알튀세르와 정신분석』을 통해 알튀세르의 사상 중에서도 가장 논쟁적인 이데올로기 이론과 주체의 문제를 라캉적 개념화와 조우하는 지점에 대한 검토뿐만 아니라, 갈라짐에 대한 검토를 통해서도 드러낸다. 알튀세르가 열어놓은 이데올로기 이론의 미완성적 특성은, 미완성이기에 더욱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와 반성을 촉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