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클리나멘 총서 004

진은영 지음 | 2007-09-10  | 288쪽 | 15,900원


'차이'라는 개념에 원래의 전복적 잠재력을 돌려주고, 그에 근거해 오늘날 시장이데올로기와 냉소주의에 맞설 수 있는 탈근대적 존재론과 정치학을 모색하는 책. <순수이성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의 지은이기도 한 진은영은 용수, 질 들뢰즈와 더불어, 탈근대로 진입한 첫 번째 철학자였던 니체에게로 되돌아간다.
지은이는 소위 탈근대 철학자들이 모두 니체의 사유를 영감의 원천으로 삼는 것에 착안해, 탈근대 철학에 의해 도입된 전복적 차이 개념을 사유하고 차이의 철학을 발전시키는 작업은 니체의 철학에 대한 이해를 통해 더욱더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말한다.
니힐리즘의 극복과 영원회귀, 용소의 공과 니체의 영원회귀,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차이의 철학의 실천적 함의 라는 제목아래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기존의 사유를 뒤집는 마주침을 주선해 '지금-여기'의 삶을 다시 생각하는' 클리나멘 총서 4번째 책. 


저·역자소개 ▼

지은이  진은영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0년 『문학과사회』 봄호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상담 전공 교수로 가르치며 시를 쓰고 있다.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를 냈고,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천상병 시문학상 등을 받았다. 실비아 플라스의 소설 『메리 벤투라와 아홉 번째 왕국』을 우리말로 옮겼다.
차례 ▼

책머리에

프롤로그

1부_니힐리즘의 극복과 영원회귀
1. 그리스적 대안과 불멸 사상
1) 니힐리즘의 문제삶에 대한 유죄선고 | 불완전한 니힐리즘과 완전한 니힐리즘 | 플라톤주의적 영원성에 반대하는 새로운 영원성
2) 그리스적 불멸 사상의 특징 표층적 삶과 심층적 삶 | 예술적 불멸성 대 형이상학적 영원성
2. 그리스적 대안의 한계와 새로운 모색
1) 생성 철학의 단초들경기적 본능과 다원적 존재론 | 질료의 통일성에 대한 사유: 일원론의 계기 | 다수자의 운동에 대한 사유: 다원론의 계기 | 두 계기의 마술적 결합: 다원론은 일원론이다
2) 영원성의 새로운 지평영원회귀의 윤리적 함축 | 반유기체적 일원론과 n-1개의 다원론
3) 생성과 차이의 철학게으른 영원성은 어떻게 극복되는가? | 영원성과 동양의 내재적 존재론

2부_용수의 공(空)과 니체의 영원회귀: 근대적 니힐리즘의 극복
1. 니체와 불교의 만남
2. 근대적 니힐리즘의 실체론 비판
1) 정교화된 실체론 비판의 필요성훌륭한 적이 훌륭한 무기를 만든다 | 신은 정말 죽었는가?
2) 용수의 정교화된 반실체론: 인과연기론 비판연기법은 공(空)하다 | 과거, 현재, 미래는 공(空)하다
3) 니체의 반실체론적 사유의 재구성선형적 인과성에 대한 거부 | 힘에의 의지 개념과 상호의존성의 사유
3. 근대적 니힐리즘의 극복과 영원회귀
1) 힘에의 의지와 영원회귀의 관계상호인과의 두 가지 차원: 동시적 상호인과와 이시적 상호인과 | 영원회귀에 대한 두 가지 견해: 우주론적 이해와 실존론적 이해
2) 이시적 상호의존성과 영원회귀위대한 긍정과 위대한 부정의 시간 | 힘에의 의지는 자유의지와 어떻게 구별되는가?
3) 비개체성과 영원회귀

3부_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탈근대적 니힐리즘의 극복
1. 니체 철학과 탈근대 철학
1) 차이에 대한 두 가지 접근: 승인과 생산
2) 차이의 승인에서 차이의 회피로?
3) 왜 모든 사람의 삶이 예술작품이 될 수 없는가?
2. 니체의 차이 개념에 대한 들뢰즈의 이해
1) 변증법 비판과 영원회귀
2) 이중긍정과 영원회귀당나귀의 피로한 긍정과 차라투스트라의 명랑한 긍정 | 차이를 사랑하는 자는 ‘아니오’라고 말하기 전에 ‘예’라고 말한다
3) 차이의 반복과 영원회귀영원회귀는 강도적이다 | 강도는 질적 차이인가, 비질적 차이인가?

4부_차이의 철학의 실천적 함의: 능동적 니힐리즘의 완성
1. 차이와 대립
1) 대립을 넘어선 차이란 무엇인가?
2) 우리는 불안을 피하려고 공포를 만든다
3) 전투를 사랑하는 자들은 전쟁상태를 거부한다
4) 변증법은 가상의 적을 창조한다
2. 차이와 욕망
1) 욕망은 결핍이 아니라 생산이다
2) 의지 철학 속에 숨어든 순응주의를 제거하라!
3. 차이와 실험
1) ‘다르게 존재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겠어요?’
2) 영원회귀는 영원히 계속되는 실험이며 유혹이다
4. 차이와 개체
1) 질문의 방식과 니힐리즘
2) 개체나 인격을 포기하는 실험가는 사원으로 가야 할까?
3) 원자적이지 않은 개체들, 다수로서의 주체가 존재한다
4) 개체는 전제되는 것이 아니라 구성되는 것이다
5. 차이와 정치
1) 인격 없는 자들에게만 실험은 가능하다
2) 자유의지 없는 실험들이 자유롭다
3) 소수정치학이란 무엇인가?

에필로그: 철학의 종언에서 철학의 영원회귀로

후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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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정치의 재규정 속에서 창조의 문제는 모든 사회.정치.경제 전 영역에 해당되는 것이 된다고 지적한다. 즉, 소수정치학은 창조를 문화 영역에서의 활동이나 예술작품 창조에 국한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소수정치학은 문화활동, 예술작품 창조 역시 하나의 정치적 사안임을 역설한다. 따라서 소수정치학은 우리의 삶을, 우리의 현존 자체를 예술작품처럼 창조하고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지은이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니체가 예술가.형이상학이라고 부르며 그 한계를 지적했던 현존의 미학적 정당화가 아니다. 니체에게 영원회귀의 차원에서 고양된 예술가적 삶이란 현존의 미학적 정당화가 아니라 현존의 미학화이다. 그것은 '다시 한 번!'이라고 외치며 이전과 다른 것이 회귀하기를 바라고 새로운 현존을 창조하고 생산하는 태도라는 점에서 미학적이다.

이렇듯 용수와 들뢰즈를 통한 지은이의 니체 해석은 니체 철학에 새로운 정치학이라는 새로운 위상을 부여해 준다. 소수정치학이라는 개념은 현존의 미학화라는 니체의 미학적-윤리적 패러다임에 주체생산이라는 문제를 결부시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이제 차이의 철학은 주체의 문제 역시 생산의 문제로, 즉 주체생산의 문제로 변형시킨다. 이것은 개체화의 궁극적 본질, 세계 앞에 정립된 순수한 반성적 오성, 감각과 표현의 중심핵 등으로 간주되던 전통적 ‘주체’의 차원으로부터, 자신을 창안하는 활동을 강조하는 ‘주체성’의 차원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탈근대의 니힐리즘에 맞설 수 있는 정치학, 새로운 소수정치학이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용수와 들뢰즈를 경유해 '다시 한 번' 읽은 지은이의 니체는 이렇듯 니체이기도 하고, 더 이상 니체가 아니기도 하다. 지은이는 용수와 들뢰즈라는 새로운 개별자를 니체와 나란히 배치시킴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알고 있던 니체와는 전혀 다른 니체, 이른바 탈근대적 사유라는 배치 속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니체를 볼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지은이의 니체 독해 역시 그 자체로 생성을 발생시키는 반복(영원회귀)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우리는 지은이와 더불어 니체의 통찰들이 아로새겨진 사유의 긴 회랑을 지나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소크라테스 이전의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부터 최근의 현대 철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지나간 철학들은 철학사 속에서 반복, 또 반복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물론 니체가 말한 바 있던 저 영원회귀의 선별적 시험을 통과하는 방식으로, 언제나 새로운 철학적 문제화와 개념의 생산을 통해 차이나는 사유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은 바로 그와 같은 반복 속의 차이가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사유에 얼마나 필요한지를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