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맑스주의

클리나멘 총서 003

이진경 지음 | 2006-03-30  | 448쪽 | 16,900원


'아직-오지-않은', 보다 나은 '미-래(未-來)'를 위한 맑스주의의 변화를 사유하는 책이다. 맑스주의에 기반하여 푸코·들뢰즈·가타리 등의 탈근대 철학, 과학, 불교철학 등의 '외부에 의한 사유'를 꾸준히 접목시켜온 지은이가 맑스주의를 창조적으로 새로이 독해, 사회주의권의 몰락 이후 불모의 땅으로 인식되었던 맑스주의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지은이는 보통 '공산주의'로 번역되는 'communism'을 '코뮨주의', 즉 'commune(코뮨) + ism'으로 보자는 제안을 한다. '생산수단을 공유한다'는 의미의 '공산' 대신 선물을 서로 주고받으며 상생과 공존의 삶을 추구하는 본질적 의미에 더 주목하자는 것이다. 더 나아가 진정한 코뮨주의는 코뮨(집합체) 외부의 이질적인 것들과 적극적으로 공존함으로써 완성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이질성에 대한 배척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인간중심주의, 생물중심주의를 넘어서자는 제안이다. 지은이는 자동차, 컴퓨터, 쟁기나 낫 등의 기계 같은 무생물도 생명체로 정의하는 생태학적 시각의 전환을 보여주며, 인간만이 가치를 생산한다는 기존 이론 대신 기계가 잉여가치를 생산하며 자본에 의해 착취당하는 현실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과 기계, 생명체와 기계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사유, 즉 '탈인간중심적 맑스주의(post-humanist Marxism)'는 화폐론, 계급론, 유물론 등 기존 맑스주의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이어진다. 프롤레타리아를 부르주아지의 대항 계급이 아닌 '비-계급'이자 자본주의의 '외부'를 창조할 수 있는 대안적 집합체로 보고, 유물론에서 '물질'의 개념을 결별시켜 새롭게 정의하는 등의 시각을 제시한다. 


저·역자소개 ▼

지은이  이진경
지식공동체 수유너머104 연구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인문사회교양학부 교수. 《철학과 굴뚝청소부》를 시작으로, 자본주의와 근대성에 대한 이중의 혁명을 꿈꾸며 쓴 책들이 《맑스주의와 근대성》《근대적 시·공간의 탄생》《수학의 몽상》《철학의 모험》《근대적 주거공간의 탄생》《필로시네마, 혹은 탈주의 철학에 대한 10편의 영화》 등이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새로운 혁명의 꿈속에서 니체, 마르크스, 푸코, 들뢰즈·가타리 등과 함께 사유하며 《노마디즘》《자본을 넘어선 자본》《미-래의 맑스주의》《외부, 사유의 정치학》《역사의 공간》《우리는 왜 끊임없이 곁눈질을 하는가》《사랑할 만한 삶이란 어떤 삶인가》 등을 썼다. 《코뮨주의》《불온한 것들의 존재론》《삶을 위한 철학수업》《파격의 고전》 등을 쓰면서 지금 여기에서의 삶을 바닥없는 심연 속으로 끌고 들어가고 있다.

차례 ▼

서문

1부 도래할 맑스주의?

1장 외부에 의한 사유, 혹은 맑스의 유물론
유물론이란 무엇인가?│관념론, 혹은 내부화하는 사유│외부성의 유물론│유물론과 혁명

2장 노동의 인간학과 미-래의 맑스주의
인간과 노동│노동의 인간학:인식론적 배치│노동의 인간학:욕망의 배치│노동의 인간학과 맑스주의

2부 가치의 생산과 화폐의 권력

3장 노동가치론과 맑스주의 : 노동가치론의 몇 가지 전제에 관하여
내재하는 외부│내재적 비판의 방법│노동가치론의 공리│노동의 공리│착취와 휴머니즘

4장 가치형태론에서 화폐와 허무주의
재현으로서 화폐 개념│가치와 표현│가치와 재현│화폐와 허무주의│화폐와 욕망

5장 노동의 기계적 포섭과 기계적 잉여가치 개념에 관하여
산업혁명과 노동│기계화의 세 가지 계기│자동화와 정보화│기계적 포섭의 결과들│기계와 잉여가치

3부 계급과 정치

6장 부르주아지는 자본주의적 계급인가?
자본주의로의 두 가지 길?│도시와 자본주의│자본주의와 영토국가│자본주의와 절대주의│누가 부르주아지가 되었나?│ 국가와 부르주아지

7장 계급과 비-계급의 계급투쟁 : 코뮨주의 정치학을 위하여
신분에서 계급으로│자본주의 공리계와 계급│부르주아지 : 보편적 계급│프롤레타리아트 : 비-계급│계급과 비-계급의 계급투쟁

8장 맑스주의에서 차이와 적대의 문제
맑스주의와 차이의 철학│대립 이전의 차이│구성적 차이│모순, 혹은 현실적 대립│프롤레타리아트와 적대의 정치학 │ 차이의 정치학을 위하여

4부 코뮨주의를 위하여

9장 맑스주의와 코뮨주의:코뮨주의자는 어떻게 사유하는가?
혁명의 꿈 혹은 “무엇을 할 것인가?”│사회주의의 ‘폐허’에서 사유하기│“코뮨주의란 무엇인가?”

10장 생명과 공동체:기계주의적 생태학을 위하여
‘생명’의 역사│생명의 과학, 생명의 ‘철학’│생명 개념의 정의구역│생명과 공동체│생명의 생태학과 인간

11장 공동체주의와 코뮨주의:코뮨주의의 공간성에 관하여
코뮨주의│코뮨│‘세계’의 내부성│공동체주의와 내부성│코뮨주의와 외부성│두 가지 공동체
후주│참고문헌│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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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뮨이란 '함께', '묶음' 등을 뜻하는 'com'과 '선물'을 뜻하는 'munis'가 결합된 것이다. 즉 선물을 주는 방식으로 결합된 관계가 바로 코뮨인 것이다. 선물의 본질은 ‘타인에 대한 배려’고, 선물을 주는 사람은 그러한 배려를 통해 자신의 기쁨을 얻는다. 또한 그것은 그러한 배려를 통해 자신을 배려한다. 코뮨주의란 이처럼 타인과의 상호적인 배려, 아니 심지어 되돌아오는 결과에 대한 계산 없이 일방적으로 선물을 줌으로써 상생적인 삶을 추구하는 관계를 지칭한다. 이는 이미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함께 생산하고 함께 소유한다”는 의미의 공산주의에 갇혀버린 코뮤니즘에서 벗어나 코뮨적 관계, 상생적 삶을 추구하는 관계를 표현하는 개념으로 사용할 수 있다. 공산주의와 좀더 명확하게 구별하기 위해서 우리는 commune-ism이라는 용어를 거꾸로 '코뮨주의'라는 개념에서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 본문 382~383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