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정원 52
페르디낭 드 소쉬르 지음, 김현권 옮김 | 2022-12-16 | 432쪽 | 25,000원
구조주의라는 패러다임을 통해 유럽 사상사의 한 축을 형성한 인물로 평가받는 페르디낭 드 소쉬르. 그러나 그는 생전에 단 한 권의 책도 출간하지 않았다. 『일반언어학 강의』는 소쉬르가 만년에 제네바대학에서 3차에 걸쳐 강의한 노트들을 그의 제자인 샤를 바이와 알베르 세슈에가 1916년에 한 권의 책으로 편집하여 출간한 것이다. 그들은 각 강의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대해 모든 노트의 이본을 비교하고, 때로는 일관성 없이 막연하게 남아 있는 소쉬르의 궁극적 사상을 포착하여 종합을 시도하였다. 『일반언어학 강의』는 1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대 언어학의 주춧돌로서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비단 현대 언어학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과학 전반을 이해하는 데에도 역시 유효하며 필수적이다. 그린비에서 출간하는 『일반언어학 강의』는 역자 김현권 교수가 2012년에 번역한 판본에 상세한 해설을 덧붙임으로써, 언어학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 독자들의 이해 또한 돕고자 했다.
저·역자소개 ▼
1857년 11월 26일에 스위스 제네바에서 태어나 1913년 2월 22일에 운명을 달리했다. 1876~1878년에 19세기 역사비교언어학을 주도한 라이프치히대학에서 수학했으며, 21세 나이에 인도유럽어 연구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인도유럽어 원시 모음 체계에 관한 논고」(1878)를 발표했다. 이후 파리 고등연구원에서 10년 동안 게르만어 비교문법, 그리스어와 라틴어 비교문법을 강의한 후, 모교 제네바대학교로 돌아가 1891년 인도유럽어 비교역사언어학과 산스크리트어 교수로 임명된다. 1896~1913년 동안 그리스어, 라틴어, 산스크리트어 비교역사문법, 게르만어 비교문법, 니벨룽겐을 강의했으며, 게르만 전설을 연구했다. 이 기간 동안 과학으로서 일반언어학의 근본적인 문제를 다룬 ‘일반언어학 강의’를 3차에 걸쳐 했는데 1907년 1차 강의, 1908~1909년 2차 강의, 1910~1911년 3차 강의가 그것이다.
20세기 현대 언어학의 이론적 토대를 수립하고 기호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의 가능성을 주창한 천재 언어학자이자 구조주의의 원류로 평가받으며, 루이 알튀세르, 롤랑 바르트, 조르주 바타유, 장 보드리야르, 피에르 부르디외, 자크 데리다, 미셸 푸코, 자크 라캉, 모리스 메를로-퐁티, 레비스트로스 등 20세기 사상 지형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독창적 사상가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역자 김현권
1975년에 서울대 문리대 언어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파리7대학(DEA)에서 수학한 바 있으며 2002년에는 초빙교수로서 파리13대학 전산언어학연구소에서 연구했다. 한국언어학회장을 역임하기도 했으며 현재 한국방송통신대학 명예교수로 일하고 있다. 역서로는 소쉬르의 『일반언어학 강의』와 『일반언어학 노트』, 벵베니스트의 『일반언어학의 여러 문제 1, 2』와 『인도유럽사회의 제도·문화 어휘 연구 1, 2』, 『마지막 강의』, 바르트부르크의 『프랑스어 발달사』, 로지의 『프랑스어 사회언어학사』, 렌프류의 『언어고고학』 등이 있고, 「소쉬르와 역사언어학의 전통」, 「동사의 다의와 전자사전에서의 표상」, 「소쉬르의 『인도유럽어 원시 모음체계 논고』와 『일반언어학 강의』의 방법론적 비교」, 「소쉬르의 《일반언어학강의》와 《제3차 강의노트》의 비교」 등 다수의 논문들을 발표했다. 또한 방송대학 대학원(아프리카 불어권 언어문화학과)에 있으면서 『아프리카 지정학』, 『아프리카 아이덴티티: 2,000개의 언어를 둘러싼 발전과 통합의 과제』, 『한 권으로 읽는 아프리카』를 번역 출간했다.
차례 ▼
책을 읽기 전에 7
초판 서문 16
재판 서문 | 3판 서문 22
서론
제1장 언어학사 일별 31
제2장 언어학의 주제와 과제: 인접 과학과의 관계 41
제3장 언어학의 대상 44
§ 1. 언어, 그 정의 44
§ 2. 인간언어 현상에서 차지하는 언어의 위치 49
§ 3. 인간 현상 내에서 언어의 위치, 기호학 55
제4장 언어의 언어학과 발화의 언어학 59
제5장 언어의 내적 요소와 외적 요소 63
제6장 문자법에 의한 언어의 표기 68
§ 1. 이 주제를 연구할 필요성 68
§ 2. 문자의 위력, 구어 형태보다 우월한 원인 69
§ 3. 문자 체계 72
§ 4. 문자법과 발음의 불일치 원인 74
§ 5. 문자와 발음의 불일치의 결과 77
제7장 음운론 83
§ 1. 정의 83
§ 2. 음운론적 문자법 85
§ 3. 문자법의 증언에 대한 비판 86
부록: 음운론의 원리
제1장 음운종(音韻種) 93
§ 1. 음소의 정의 93
§ 2. 발성기관과 그 기능 97
§ 3. 구강 조음에 따른 음성 분류 101
제2장 발화 연쇄의 음소 109
§ 1. 음성을 발화 연쇄에서 연구해야 할 필요성 109
§ 2. 내파와 외파 112
§ 3. 발화 연쇄에서 일어나는 외파와 내파의 결합 117
§ 4. 음절 경계와 모음점 120
§ 5. 음절 구분 이론에 대한 비판 122
§ 6. 내파와 외파의 지속 124
§ 7. 간극 4의 음소, 이중모음, 문자의 문제점 125
제1부 일반 원리
제1장 언어기호의 성격 133
§ 1. 기호, 기의, 기표 133
§ 2. 제1원리: 기호의 자의성 136
§ 3. 제2원리: 기표의 선적 특성 140
제2장 기호의 불변성과 가변성 142
§ 1. 불변성 142
§ 2. 가변성 147
제3장 정태언어학과 진화언어학 155
§ 1. 가치를 다루는 모든 과학의 내적 이중성 155
§ 2. 언어의 내적 이중성과 언어학사 159
§ 3. 실례를 통해서 본 언어의 내적 이중성 161
§ 4. 비교를 통해 본 두 차원의 차이 168
§ 5. 방법과 원리가 대립하는 두 언어학 172
§ 6. 공시적 법칙과 통시적 법칙 174
§ 7. 범시적 관점이 있는가? 180
§ 8. 공시와 통시의 혼동으로 생겨난 결과 181
§ 9. 결론 185
제2부 공시언어학
제1장 개요 191
제2장 언어의 구체적 실재체 194
§ 1. 실재체와 단위, 정의 194
§ 2. 단위 구분의 방법 196
§ 3. 단위 분할의 실제적 난점 198
§ 4. 결론 200
제3장 동일성, 실체, 가치 202
제4장 언어 가치 208
§ 1. 음성 질료로 조직된 사상으로서의 언어 208
§ 2. 개념적 측면에서 본 언어 사항의 가치 211
§ 3. 질료적 측면에서 본 언어 사항의 가치 217
§ 4. 전체로 본 기호 221
제5장 통합관계와 연합관계 225
§ 1. 정의 225
§ 2. 통합관계 227
§ 3. 연합관계 229
제6장 언어의 메커니즘 232
§ 1. 통합적 연대 232
§ 2. 두 형태의 어군의 동시적 기능 작용 234
§ 3. 절대적 자의성과 상대적 자의성 237
제7장 문법과 그 하위 구분 242
§ 1. 정의: 전통적 하위 구분 242
§ 2. 합리적 구분 245
제8장 문법에서 추상적 실재체의 역할 247
제3부 통시언어학
제1장 개요 253
제2장 음성변화 258
§ 1. 절대적 규칙성 258
§ 2. 음성변화의 조건 259
§ 3. 방법적 문제 262
§ 4. 음성변화의 원인 265
§ 5. 음성변화의 작용은 무한하다 272
제3장 음성 진화의 문법적 결과 275
§ 1. 문법적 관계의 단절 275
§ 2. 단어 합성의 소멸 277
§ 3. 음성적 쌍립어는 없다 279
§ 4. 음성 교체 282
§ 5. 모음 교체의 법칙 284
§ 6. 모음 교체와 문법관계 287
제4장 유추 289
§ 1. 정의와 실례 289
§ 2. 유추는 변화가 아니다 292
§ 3. 유추: 언어 창조의 원리 296
제5장 유추와 언어 진화 302
§ 1. 유추 혁신은 어떻게 언어에 들어오는가? 302
§ 2. 유추 혁신: 해석 변화의 징조 304
§ 3. 유추: 언어 쇄신과 언어 보존의 원리 307
제6장 민간어원 311
제7장 교착 315
§ 1. 정의 315
§ 2. 교착과 유추 317
제8장 통시적 단위, 동일성, 실체 320
제2부와 제3부에 대한 보충 강의 326
A. 주관적 분석과 객관적 분석 326
B. 주관적 분석과 하위 단위의 결정 329
C. 어원학 335
제4부 지리언어학
제1장 언어의 다양성 341
제2장 복잡한 지리적 다양성 345
§ 1. 한 지점에 여러 언어가 공존하는 경우 345
§ 2. 문헌어와 지역 개별어 348
제3장 지리적 다양성의 원인 351
§ 1. 본질적 원인, 시간 351
§ 2. 인접 지역에 대한 시간의 작용 354
§ 3. 방언에는 자연적 경계가 없다 358
§ 4. 언어에는 자연적 경계가 없다 362
제4장 언어파의 전파 365
§ 1. 상호 교류와 지방색 365
§ 2. 단일 원리로 귀결되는 두 가지 힘 368
§ 3. 분리된 영토의 언어 분화 370
제5부 회고언어학의 문제, 결론
제1장 통시언어학의 두 관점 379
제2장 가장 오래된 언어와 원형 384
제3장 재구 390
§ 1. 그 성격과 목적 390
§ 2. 재구의 확실성 정도 394
제4장 인류학과 선사학에서 언어의 증언 396
§ 1. 언어와 인종 396
§ 2. 민족성 397
§ 3. 언어 선사고생물학 399
§ 4. 언어 유형과 사회 집단의 정신 405
제5장 어족과 언어 유형 408
옮긴이의 말 415
색인 419
편집자 추천글 ▼
“잘 알려져 있지만 거의 이해되지 않는”,
소쉬르 강의의 온전한 이해를 돕는 책
구조주의라는 패러다임을 통해 유럽 사상사의 한 축을 형성한 인물로 평가받는 페르디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 1857~1913). 그러나 그는 생전에 단 한 권의 책도 출간하지 않았다. 『일반언어학 강의』는 소쉬르가 만년에 제네바대학에서 3차에 걸쳐 강의한 노트들을 그의 제자인 샤를 바이(Charles Bally)와 알베르 세슈에(Albert Sechehaye)가 1916년에 한 권의 책으로 편집하여 출간한 것이다. 그들은 각 강의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대해 모든 노트의 이본을 비교하고, 때로는 일관성 없이 막연하게 남아 있는 소쉬르의 궁극적 사상을 포착하여 종합을 시도하였다.
『일반언어학 강의』는 1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대 언어학의 주춧돌로서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비단 현대 언어학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과학 전반을 이해하는 데에도 역시 유효하며 필수적이다. 그린비에서 출간하는 『일반언어학 강의』는 역자 김현권 교수가 2012년에 번역한 판본에 상세한 해설을 덧붙임으로써, 언어학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 독자들의 이해 또한 돕고자 했다.
소쉬르를 결코 건너뛸 수 없는 이유,
20세기 인문과학의 시작이자 여전히 열려 있는 텍스트
소쉬르는 언어의 가치를 언어에 내재한 실체가 아니라 관계의 산물로 보았다. 즉 언어의 가치는 어떤 체계 속에서 맺는 관계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여기서 ‘체계’라는 용어는 후에 ‘구조’로 불리게 된다. 소쉬르가 『일반언어학 강의』에서 혁신적인 언어 이론과 인식론, 철학적 성찰을 통해 구조주의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여겨지는 이유다.
소쉬르의 구조주의는 인문학의 제반 영역, 즉 언어학을 비롯하여, 인류학, 문학, 철학, 정신분석학, 해석학, 기호학, 사회학과 같은 학문들이 경이적으로 발전하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이 영향력은 후기구조주의에서 그 절정에 도달하였는데, 자크 라캉, 루이 알튀세르, 미셸 푸코, 자크 데리다, 롤랑 바르트 등 소쉬르 이후로 등장한 수많은 사상가들이 정신분석학, 사회학, 사회·역사 비평, 해체주의, 문학·문화 비평에 소쉬르의 언어학을 접목하며 구조주의를 재평가 및 비판하였고 이 과정에서 여러 사유가 꽃필 수 있었다. 이는 소쉬르의 언어학이 학문의 한 분야를 뛰어넘어 여러 분야에서 담론의 대상이 될 만큼 커다란 의의를 지녔으며 해석의 여지가 다양한 열린 텍스트임을 보여 준다. 결국 현대의 여러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쉬르의 언어학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인문학 전반에 미친 소쉬르 언어학의 영향은 기호, 시니피앙과 시니피에, 자의성과 유연성, 랑그와 파롤, 담화, 언어와 문자, 음성과 음소 체계, 단위와 실재체, 가치와 의미, 의미 작용, 형식(형태)과 추상, 관계와 대립, 동일성과 차이, 분석과 통합/통합체, 연합과 통합, 연속과 공존, 시간과 공간, 역사와 상태, 계기성과 동시성, 불변성과 가변성, 통시태/공시태, 집단과 개인, 행위와 의식, 고립과 연대의 구별을 명시적으로 수용하는 데서 드러난다. 구조주의적 정신이 1960년대를 거의 완전히 지배했기 때문에 『일반언어학 강의』는 개별 학문 분야에서 그 주요 사상과 개념들이 명백히 이해되거나 명료하게 구별되지 않은 상태로 수용되었다. 소쉬르의 영향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서는 구조주의에 대해 독립적이면서 별도의 비판적인 역사가 필요하다. 많은 소개와 연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연구의 커다란 문이 열려 있다. _「책을 읽기 전에」 중에서
“읽히지 않는 소쉬르”를 읽기 위한 훌륭한 해설서
이처럼 『일반언어학 강의』는 우리 시대의 빼놓을 수 없는 고전이지만, 그 텍스트를 충실히 소화하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다. 소쉬르의 언어학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유럽의 제 언어에 대한 언어사와 공시적 언어 구조, 광범위한 고대 언어와 근대 언어들의 역사, 방언, 문법 그리고 일반언어학에 대한 폭넓은 지식 등이 사전에 요구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책은 소쉬르의 3차에 걸친 강의를 크게 축약한 것이기 때문에 아주 간결한 동시에 세세히 이해하기 다소 어렵다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이에 역자인 김현권 교수는 『일반언어학 강의』에 대해 언어학사적 지식과 언어학적 지식, 언어적 지식을 아우르는 비판본의 필요성을 절감하였다. 그리하여 2022년 재출간하는 이 책에서는 기존 텍스트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본문의 텍스트에 언어적으로 표현되어 있지 않더라도 의미를 추가 삽입하여 부연 설명했다. 따라서 이 책은 소쉬르의 언어학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목적인 독자, 또는 소쉬르의 선구적인 성찰을 경유하여 현재의 담론과 만나려는 독자 모두에게 믿을 만한 지침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