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정원 65
베르너 슈나이더스 지음, 오창환 옮김, 이우창 해제 | 2024-02-16 | 208쪽 | 17,500원
18세기 독일 계몽 분야의 권위 있는 학자 베르너 슈나이더스(Werner Schneiders, 1932~2021)가 쓴 ‘계몽’에 대한 포괄적인 입문서이다. 18세기 계몽의 시대를 중심으로 영국, 프랑스, 독일의 계몽주의 운동과 그 운동의 가장 중요한 입장들과 철학들, 주요 인물들을 다루며, 그동안 자주 간과되었던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미국의 계몽주의도 살펴본다. 지리적 및 문화적 권역별로 두드러지는 계몽의 고유한 특색을 주제화하는 이 책은, 계몽이론의 근본문제를 해설하고 계몽의 ‘현재성’을 묻고 있다.
저·역자소개 ▼
1997년까지 뮌스터 대학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국제 18세기 연구학회의 독일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토마지우스, 라이프니츠, 볼프 등으로 대표되는 초기 근대 독일철학과 관련된 수많은 연구성과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18세기 연구학회의 공저 『계몽 사전』(Lexikon der Aufklarung, 1995)의 대표 저자로 유명하다. 대표 연구업적으로는 『자연법과 사랑의 윤리학: 크리스티안 토마지우스와 결부된 실천철학의 역사』(Naturrecht und Liebesethik. Zur Geschichte der praktischen Philosophie im Hinblick auf Christian Thomasius, 1971), 『계몽과 선입견 비판: 선입견 이론사 연구』(Aufklarung und Vorurteilskritik: Studien zur Geschichte der Vorurteilstheorie, 1983), 『이성에 대한 희망: 독일 계몽 철학』(Hoffnung auf Vernunft: Aufklarungsphilosophie in Deutschland, 1990) 등이 있으며, 우리말로 번역된 책으로 『20세기 독일철학』(박중목 옮김, 동문선, 2005)이 있다.
역자 오창환
전남대학교 철학과 강사이자 철학연구교육센터 전임연구원으로, 전남대학교 철학과에서 「칸트의 〈실천이성비판〉에서 도덕적 동기부여의 문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칸트의 실천철학 문헌을 역사적 관점에서 고찰하기 위해 칸트 이전의 독일 계몽 철학과 서유럽 계몽의 지성사로 연구 관심을 넓혀 가고 있다. 루이스 화이트 벡의 『칸트의 〈실천이성비판〉 주해』(도서출판 길, 2022)를 한국어로 번역했으며, 주요 논문으로 「칸트 이전 독일철학에서 동기 개념의 논쟁사」, 「칸트의 1770년대 도덕철학에서 판정원리와 실행원리」, 「『실천이성비판』에서 도덕적 동기의 현상 문제」, 「근대 독일철학에서의 프로이센 학술원의 역할: 사변철학부 현상과제(1747~1763)를 중심으로」 등이 있다.
해제 이우창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 조교수로,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서 「새뮤얼 리처드슨과 18세기 영국 초기 여성주의 도덕 언어」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8세기 영국 지성사, 특히 젠더 담론의 역사를 연구하며, 현대 한국의 정치적·도덕적 담론의 탐구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리처드 왓모어의 『지성사란 무엇인가?』(오월의봄, 2020)를 한국어로 번역했으며, 주요 논문으로 「헬조선 담론의 기원: 발전론적 서사와 역사의 주체 연구, 1987~2016」, 「영어권 계몽주의 연구의 역사와 “잉글랜드 계몽주의”의 발견」, 「지성사 연구의 방법들: 담론 연구, 개념사, 언어맥락주의」 등이 있다. 또한 근대 지성사 연구 블로그(begray.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차례 ▼
감사의 말 5
I. 계몽—새로운 시대 11
1. 대답으로서의 계몽 11
2. 철학을 통한 계몽 17
3. 계몽의 현상형식 21
II. 영국: 상식과 도덕감 27
1. 의회주의와 실용주의 27
2. 경험주의와 열광에서 심리주의와 실증주의로 32
3. 도덕 산문에서 고딕 낭만주의까지 46
4. 계몽—해석과 자기해석 59
III. 프랑스: 비판과 혁명 65
1. 억압과 반란 65
2. 이주에서 배척까지 70
3. 백과사전에서 혁명으로 81
4. ‘레 뤼미에르’(Les Lumieres)—해석과 자기해석 98
IV. 독일: 형이상학과 개혁 103
1. 계몽과 절대주의 103
2. 강단 철학과 세속 철학 110
3. 신의 나라와 인간의 도덕 124
4. 계몽—해석과 자기해석 139
V. 유럽과 미 대륙: 수용과 반역 143
1.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145
2.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147
3.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150
4. 폴란드, 러시아, 헝가리 153
5. 미 대륙 156
VI. 계몽—한 시기의 종말? 159
1. 계몽의 실패 159
2. 계몽의 현재성 162
해제 | 『계몽은 계속된다』 한국어판 보론: 계몽주의 지성사 연구의 전개 165
옮긴이 후기 185
참고문헌 190
인명 찾아보기 203
편집자 추천글 ▼
“계몽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변화를 지향하는 계몽,
반성이자 개혁으로서의 계몽에 대하여
『계몽은 계속된다』는 18세기 독일 계몽 분야의 권위 있는 학자 베르너 슈나이더스(Werner Schneiders, 1932~2021)가 쓴 ‘계몽’에 대한 포괄적인 입문서이다. 18세기 계몽의 시대를 중심으로 영국, 프랑스, 독일의 계몽주의 운동과 그 운동의 가장 중요한 입장들과 철학들, 주요 인물들을 다루며, 그동안 자주 간과되었던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미국의 계몽주의도 살펴본다. 지리적 및 문화적 권역별로 두드러지는 계몽의 고유한 특색을 주제화하는 이 책은, 계몽이론의 근본문제를 해설하고 계몽의 ‘현재성’을 묻고 있다.
‘계몽’이란 무엇인가?
계몽에 대한 가장 체계적인 안내서
‘계몽’은 17세기 중반에 영국과 프랑스에서 시작되었으며, 18세기 후반에는 독일과 미 대륙에서도 확산되었던 비판적 태도와 합리적 인식, 그리고 실질적인 해방과 자유를 추구하는 새로운 문화 운동과 사상적 변혁의 총칭이다. 계몽은 다양한 사상가, 지식인, 법률가, 관료, 사업가, 정치인, 예술가 등의 영향 아래 문화적 진보를 주도했다. 또한 계몽은 실험과학, 기술의 발전, 생산력 증대, 산업 발전, 지적 문화와 예술의 혁신, 정치적 개혁과 정치혁명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다. 이처럼 계몽의 운동과 사상은 광범위하며 민족적 영토나 종교적 제약을 넘어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책은 계몽의 다양하고 다층적인 복잡성을 유지하면서, 영역별 및 주제별로 나누어 각 지역에서의 계몽의 측면을 탐구하고, 주요 인물, 사건, 작가, 작품을 중심으로 여러 면면을 다루어 안내하고 있다.
“계몽의 실패 또한 계몽의 성공이다”
왜 지금 다시 계몽인가?
계몽은 그동안 실패한 것, 낡은 개념,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포스트 담론의 지적 유행을 따라 비판과 극복의 대상으로 치부된 면이 있다. 물론 계몽에 대한 비판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계몽과 비판이 호환 가능한 개념인 한, 비판의 도구를 제공하는 것 역시 계몽의 정신이다. 계몽 연구는 여전히 유효하다. 현재에는 극우민족주의, 전제정치의 부활, 종교적 광신, 인종주의의 재부상, 그리고 성차별주의에 대한 반발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존재하며, 인공지능의 부상과 탈진실(post-truth) 현상도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하고 있다. ‘역계몽’(逆啓蒙)을 초래하는 상황 속에서 계몽이란 더욱 어려운 과제가 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적 변화는 다시 한번 계몽의 의미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계몽은 무엇보다도 현재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진리를 명확히 하며, 다른 이의 지도에서 자유롭게 해방될 수 있는 용기를 발휘하는 것이 계몽의 본질이다. 즉 타자적인 근거에 맹목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의문을 제기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강조한다. 결국 계몽은 계속되는 비판적 사유와 함께 우리의 삶에서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하는 과정이다.
계몽의 시대는 계속되어야 한다
한국의 학계와 출판계에서는 계몽의 원천적 시공간인 18세기 서유럽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저조하다. 또 계몽과 관련된 출판물과 선행연구는 주로 문학과 역사 분야에 집중되어 왔고 철학과 사상사 영역에서의 연구는 비교적 부족한 편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역사적 고찰로부터 현재를 되돌아보고 살아간다고 할 때에, 계몽에 대한 지성사의 연속성 역시 강조되며, 지성사 연구의 편향도 교정되어야 함은 분명하다.
이 책의 번역 출간은 한국에서 계몽 연구의 세 가지 편향, 즉 동아시아 중심, 문학과 사회정치 영역 중심, 영국과 프랑스 중심으로 연구되어 온 편향을 교정함으로써 지식의 균형과 확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 이우창 교수의 해제를 더함으로써, ‘20세기 중후반에 활약한 독일 계몽 연구자’가 저자인 것에서 기인하는 내재적 편향 혹은 선입견 역시 교정하고 책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하였다. 이 책은 계몽 관련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18세기 서유럽과 근대라는 시대를 연구하려는 모든 이에게 정확하면서도 권위 있는 지식을 제공함은 물론이고, 인문사회 분야 교양 교육의 교안이나 자습서 등 다방면으로 활용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