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역자소개 ▼
본명은 찰스 럿위지 도지슨(Charles Lutwidge Dodgson). 1832년 1월 27일 영국 체셔의 성직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1846년 진학한 공립학교의 한 수학 선생님으로부터 “이 학교에 온 이후 이처럼 유망한 아이를 본 적이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수학에 큰 재능을 보였다. 1851년에 옥스퍼드 크라이스트처치 칼리지에 입학했고, 1855년부터 1881년까지 모교 수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어릴 때부터 투고한 시나 단편소설이 여러 잡지에 게재될 정도로 문학적 재능도 탁월했다고 전해진다.
1864년, 수학과 학장이었던 헨리 조지 리델의 딸 앨리스와 그 자매들에게 ‘땅속 나라의 앨리스’라는 제목의 이야기를 선물했다. 1년 후 이 이야기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정식 출간되었다. 이때 즈음부터 ‘루이스 캐럴’이라는 필명을 사용했는데, 이는 자신의 이름 Charles Lutwidge를 라틴어인 Carolus Ludovicus로 바꾼 후, 이를 다시 영어화하여 앞뒤를 바꾼 것이다. 캐럴의 재치가 돋보이는 필명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출간 후 지금까지 17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고 영화‧애니메이션‧드라마 등으로 각색되며 전 세계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다. 초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상상력과 더불어 캐럴만의 독특한 언어유희, 논리적·수학적 특징이 이 책의 매력으로 꼽힌다.
캐럴은 그 밖에도 《거울나라의 앨리스》, 《실비와 브루노》 등의 동화를 썼고, 《행렬식에 관한 입문서》, 《헝클어진 이야기》, 《수학적 호기심》 등 수학에 관한 다수의 책과 논문을 집필했다. 1898년 1월 14일, 《기호논리학》을 집필하던 중 건강이 악화되어 세상을 떠났다. 그의 장례식은 세인트 메리 교회에서 거행되었고, 시신은 마운트 묘지에 안장되었다.
역자 정해영
성균관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했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리버보이》 《빌리 엘리어트》 《올드 오스트레일리아》 《곰과 함께》 《데카메론 프로젝트》 《우주를 듣는 소년》 《좋은 엄마 학교》 《길 위에서 하버드까지》 《이 폐허를 응시하라》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 《정상은 없다》 《묘사의 기술》 《떠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세계를 읽다? 시리즈 등을 번역했다.
차례 ▼
1. 토끼 굴 속으로 9
2. 눈물의 웅덩이 19
3. 코커스 경주와 긴 이야기 31
4. 토끼, 작은 빌을 보내다 41
5. 애벌레의 충고 53
6. 돼지와 후추 67
7. 대환장 다과회 81
8. 여왕의 크로케 경기장 95
9. 가짜 거북의 이야기 109
10. 바닷가재 춤 123
11. 누가 타르트를 훔쳤나? 135
12. 앨리스의 증언 147
도슨트 이진경과 함께 읽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앨리스의 놀이 정신, 혹은 놀이의 철학
가면의 진실과 진실한 가면 7
놀이 없는 놀이터와 놀이터 없는 놀이 10
신체적 놀이와 언어적 놀이 15
놀이의 적들 20
편집자 추천글 ▼
“문학이라는 세계와 어떻게 만날 것인가?”
문학과 철학의 만남으로
나의 삶과 세계를 확장하는 법
<그린비 도슨트 세계문학>
인공지능 시대에도 모든 질문은
결국 ‘나의 삶’으로 수렴된다
통계와 사회학이 아무리 많은 숫자와 도표를 들이밀며 얘기해도 와닿지 않던 사회문제가 한 편의 문학 작품으로는 확 와닿을 때가 있다. 꾸며낸 말들과 허구일 뿐인 문학에 과연 어떤 힘이 있는 걸까? 문학은 우리가 살지 않은 삶을 살게 한다. 만나지 못할 인물을 만나게 한다. 겪지 못할 일을 체험케 한다. 문학이 만들어 낸 그 세계에 반응함으로써 우리는 작가만의 것도, 그리고 나만의 것도 아닌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낸다. 세계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 그렇지 않아도 왜소한 우리의 삶은 온갖 정보와 소음 속에서 더욱 축소되어 버릴 것이다.
문학이 만들어 낸 세계는 현실 속 외부 세계와 개인의 삶 사이에 완충지대가 된다. 이 완충지대는 우리가 이전에 미처 못 보았던 틈을 내준다. 일상이 놓친 다면적인 현실을 다채로운 언어로 되비추는 문학은 그러나 상징과 비유라는 특유의 우회로 때문에 독자들을 난관에 봉착하게 만들기도 한다. 작품을 표면적으로만 이해하거나 읽기 자체를 포기하고 마는 것이다. 그 지점에서 <그린비 도슨트 세계문학>은 철학의 눈, 인문학자의 친절한 눈을 빌려 세계문학의 고전을 읽었다. 하여 저마다의 읽기가 수없이 많은 갈래를 만들고, 거기서 수없이 많은 세계가 생길 수 있도록, 그래서 우리의 세계가 단지 밈으로 축소되지 않도록 <그린비 도슨트 세계문학>이 손 내민 것이다. 물론 이것은 단지 하나의 문일 뿐이다. 그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도와줄 도슨트가 내미는 손을 독자는 이제 잡으면 된다.
인문학자들이 유능한 도슨트가 되어 써낸 <그린비 도슨트 세계문학>의 해설들은 문학에 딸린 부록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한 권의 책과 같은 가치를 담고 있다. 빼어난 읽기의 한 예를 보여 주는 이 해설들은 문학 작품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독자들, 그리고 자신만의 독특한 사유를 개척하려는 독자들에게 중요한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문학과 맞물려 있는 철학 혹은 사유의 긴밀함을 표현하기 위해 해설이 시작되는 뒤표지와 해설의 본문을 뒤집어, 뒤표지부터 읽어도 또 하나의 온전한 책으로 시작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나도 어쩔 수 없어. 내 몸이 점점 자라고 있거든.”
어느 여름날 언덕, 책을 읽는 언니 옆에서 따분해하던 앨리스는 시계를 들고 허둥거리는 흰토끼를 발견하고는 토끼 굴로 따라 들어간다. 깊이를 알 수 없는 토끼 굴에서 한없이 떨어져내리던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에서 몸 크기가 줄었다 늘었다 하면서 자신이 흘린 눈물 웅덩이에 빠지기도 하고, 규칙이 뭔지 모를 코커스 경기에 참가하기도 한다. 또 물담배를 피우는 애벌레며 웃는 체셔 고양이를 비롯하여 온갖 이상하고 신기한 대상과 사건들을 마주한다. 그러다가 앨리스는 마침내 하트의 왕과 여왕이 연 크로케 경기에 참가하게 되는데….
도슨트 이진경과 함께 읽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해설 중에서
“어디서나 교훈을 찾으려는 분들이 찾는 교훈은 대부분 뻔한 것들입니다. 사실 그런 교훈은 대부분 이미 알고 있어서 애써 찾을 필요도 없는 것입니다. 이미 알고 있는 걸 굳이 가르치려는 게 바로 꼰대짓입니다. 정작 쓸 만한 교훈이란 게 있다면 분명 교훈인지 모르게 올 겁니다. 이 책에선 교훈을 찾는 행위 또한 과도하게 표현해서 웃음거리로 만듭니다. 걸핏하면 ‘여기서 교훈은’, ‘여기서 교훈은’ 하던 공작부인의 행위는 ‘교…’ 하고 단어마저 절단되며 중단됩니다. 교훈마저 놀잇감으로 만들고자 했던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