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역자소개 ▼
1853년 미국 델라웨어 주 윌밍턴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 데다 글재주가 뛰어나 일찍이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어린이 잡지 《하퍼스 위클리 Harper’s Weekly》와 어린이 책과 잡지에 그림을 싣던 파일은 1883년에 『로빈 후드의 모험』을 출간하며 작가로서 명성을 얻었다. 로빈 후드 이야기는 수 세기에 걸쳐 전설과 민요로 구전되고 여러 작가들에 의해 기록되었지만, 파일만큼 짜임새 있고 매끄럽게 재구성한 작가는 없었다. 『로빈 후드의 모험』에 이어 파일의 명성을 굳혀 준 작품으로 아서 왕의 모험을 다룬 사 부작이 있다. 그 밖에도 『후추와 소금 Pepper and Salt』, 『환상의 시계 The Wonder Clock』 등을 썼다. 파일은 어린이들을 위한 책을 쓰고 삽화를 그리는 데 혼신을 다하는 한편, 미술 교육에도 힘썼다. 필라델피아 드렉셀 인스티튜트에서 삽화를 가르쳤고, 1900년에는 월밍턴에 하워드 파일 미술 학교를 세워 뉴웰 컨버스 위스, 제시 윌콕스 스미스 등 유명한 삽화가들을 배출했다. 1905년부터는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1911년 고대 벽화를 연구하기 위해 이탈리아 피렌체에 체류하던 중 신장염으로 사망했다. 파일은 훌륭한 어린이 책 작가인 동시에 독자적인 미국 미술을 창조하는 데 공헌한 예술가이자 교육자로 평가된다.
역자 이은경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번역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옮긴 책으로는 『배드 걸 굿 걸』, 『편집의 정석』, 『피터 팬』, 『좋은 산문의 길, 스타일』, 『젊은 작가에게 보내는 편지』, 『엄청나게 시끄럽고 지독하게 위태로운 나의 자궁』, 『처음부터 진실되거나, 아예 진실되지 않거나』, 『번역의 일』 등이 있다.
차례 ▼
서문 ┃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9
프롤로그 ┃ 로빈 후드는 어떻게 해서 범법자가 되었나 13
1. 로빈 후드와 땜장이 33
2. 노팅엄 타운의 활쏘기 대회 53
3. 동료들 덕분에 곤경에서 벗어난 윌 스튜틀리 71
4. 로빈 후드, 푸줏간 주인이 되다 87
5. 리틀 존, 노팅엄 축제에 가다 105
6. 리틀 존이 주 장관 곁에 머물게 된 이야기 116
7. 리틀 존과 블라이스의 무두장이 136
8. 로빈 후드와 윌 스칼렛 151
9. 방앗간지기 미지와의 모험 166
10. 로빈 후드와 앨런 어 데일 188
11. 탁발 수사를 찾아 떠난 로빈 209
12. 로빈 후드, 결혼을 성사시키다 231
13. 로빈 후드, 비운의 기사를 돕다 248
14. 레아의 리처드 경이 빚을 청산한 이야기 272
15. 리틀 존, 맨발의 수사가 되다 295
16. 로빈 후드, 거지가 되다 317
17. 로빈 후드, 엘리노어 왕비 앞에서 활을 쏘다 345
18. 로빈 후드를 향한 추적 373
19. 로빈 후드와 기스본의 가이 401
20. 리처드 왕, 셔우드 숲에 오다 427
에필로그 ┃ 다시 찾은 셔우드 숲 453
도슨트 한디디와 함께 읽는 『로빈 후드의 즐거운 모험』
즐거운 모험을 가능하게 하는 모두의 숲-커먼즈
범법자 로빈 후드? 숲을 훔친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 8
커머너의 관습을 권리로서 승인받기 • 12
커먼즈를 박탈당한 세계의 노동하는 인간들 • 14
커먼즈 속에서 살아가는 유쾌한 삶 • 20
편집자 추천글 ▼
“문학이라는 세계와 어떻게 만날 것인가?”
문학과 철학의 만남으로
나의 삶과 세계를 확장하는 법
<그린비 도슨트 세계문학>
인공지능 시대에도 모든 질문은
결국 ‘나의 삶’으로 수렴된다
통계와 사회학이 아무리 많은 숫자와 도표를 들이밀며 얘기해도 와닿지 않던 사회문제가 한 편의 문학 작품으로는 확 와닿을 때가 있다. 꾸며낸 말들과 허구일 뿐인 문학에 과연 어떤 힘이 있는 걸까? 문학은 우리가 살지 않은 삶을 살게 한다. 만나지 못할 인물을 만나게 한다. 겪지 못할 일을 체험케 한다. 문학이 만들어 낸 그 세계에 반응함으로써 우리는 작가만의 것도, 그리고 나만의 것도 아닌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낸다. 세계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 그렇지 않아도 왜소한 우리의 삶은 온갖 정보와 소음 속에서 더욱 축소되어 버릴 것이다.
문학이 만들어 낸 세계는 현실 속 외부 세계와 개인의 삶 사이에 완충지대가 된다. 이 완충지대는 우리가 이전에 미처 못 보았던 틈을 내준다. 일상이 놓친 다면적인 현실을 다채로운 언어로 되비추는 문학은 그러나 상징과 비유라는 특유의 우회로 때문에 독자들을 난관에 봉착하게 만들기도 한다. 작품을 표면적으로만 이해하거나 읽기 자체를 포기하고 마는 것이다. 그 지점에서 <그린비 도슨트 세계문학>은 철학의 눈, 인문학자의 친절한 눈을 빌려 세계문학의 고전을 읽었다. 하여 저마다의 읽기가 수없이 많은 갈래를 만들고, 거기서 수없이 많은 세계가 생길 수 있도록, 그래서 우리의 세계가 단지 밈으로 축소되지 않도록 <그린비 도슨트 세계문학>이 손 내민 것이다. 물론 이것은 단지 하나의 문일 뿐이다. 그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도와줄 도슨트가 내미는 손을 독자는 이제 잡으면 된다.
인문학자들이 유능한 도슨트가 되어 써낸 <그린비 도슨트 세계문학>의 해설들은 문학에 딸린 부록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한 권의 책과 같은 가치를 담고 있다. 빼어난 읽기의 한 예를 보여 주는 이 해설들은 문학 작품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독자들, 그리고 자신만의 독특한 사유를 개척하려는 독자들에게 중요한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문학과 맞물려 있는 철학 혹은 사유의 긴밀함을 표현하기 위해 해설이 시작되는 뒤표지와 해설의 본문을 뒤집어, 뒤표지부터 읽어도 또 하나의 온전한 책으로 시작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제 주인은 저 자신뿐입니다. 잉글랜드 전역을 통틀어 그 누구도 제 주인이 될 수 없습니다.”
사수 로빈 후드는 청년 시절, 노팅엄 타운에서 열리는 활쏘기 대회에 참가하려고 셔우드 숲을 지나던 중 삼림 감독관들이 건 시비에 말려들어 싸우다가 그중 한 명을 죽이는 바람에 범법자가 되어 셔우드 숲 깊은 곳으로 숨어든다. 이후 로빈 후드는 갖가지 사연으로 숲에 숨어든 건장한 사내들과 친구가 되어 신체를 단련하고 우정을 쌓으며 자유롭게 살아간다. 그러면서 친구들과 함께 온갖 모험을 펼치는데, 로빈 후드와 그 친구들의 모험은 귀족과 성직자 등 당시의 부패한 사회 지배층을 공포에 떨게 한다. 모험의 대부분이 탐욕스러운 이들을 숲속으로 초대하여 돈과 귀중품을 뜯어내 착취당하는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노팅엄의 주 장관은 체포 영장을 내리고 로빈 후드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동분서주하지만 로빈 후드와 친구들의 활약 덕분에 그는 번번이 웃음거리가 되고 마는데….
도슨트 한디디와 함께 읽는
『로빈 후드의 즐거운 모험』— 해설 중에서
“사람들을 커먼즈로부터 쫓아내고, 공장에서 일하는 몸으로 만들기 위한 개조의 과정은 사실, 자본주의가 발달한 사회라면 어디에서나 벌어졌습니다. 다양한 시간대에서 다양한 버전으로요. 예를 들어 조선의 경우 건국 초부터 “산림천택은 백성들과 공유한다”는 정책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삼림천택은 조선 사람들의 커먼즈입니다. 누구나 거기에 가서 놀기도 하고 땔감이나 식량, 물고기 등 여러 가지 생계 수단을 얻었죠. 숲과 갯벌, 연안과 저수지, 염전과 동네 뒷동산이 그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