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몽은 계속된다

철학의 정원 65

베르너 슈나이더스 지음, 오창환 옮김, 이우창 해제 | 2024-02-16 | 208쪽 | 17,500원


18세기 독일 계몽 분야의 권위 있는 학자 베르너 슈나이더스(Werner Schneiders, 1932~2021)가 쓴 ‘계몽’에 대한 포괄적인 입문서이다. 18세기 계몽의 시대를 중심으로 영국, 프랑스, 독일의 계몽주의 운동과 그 운동의 가장 중요한 입장들과 철학들, 주요 인물들을 다루며, 그동안 자주 간과되었던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미국의 계몽주의도 살펴본다. 지리적 및 문화적 권역별로 두드러지는 계몽의 고유한 특색을 주제화하는 이 책은, 계몽이론의 근본문제를 해설하고 계몽의 ‘현재성’을 묻고 있다. 


저·역자소개 ▼

저자  테리 핀카드 Terry P. Pinkard 
1969년 미국 텍사스 대학(오스틴 소재)을 졸업했으며, 1974년 뉴욕 주립 대학교(Stony Brook University)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노스웨스턴 대학 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조지타운 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칸트로부터 현재까지의 독일 철학, 특히 칸트에서 헤겔에 이르는 시기의 철학을 주로 연구하며, 독일학술교류처와 알렉산더 폰 훔볼트 재단의 연구 지원금을 받아 연구를 수행하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Democratic Liberalism and Social Union(1987), Hegel’s Dialectic: The Explanation of Possibility(1988), Hegel’s Phenomenology: The Sociality of Reason(1994), German Philosophy 1760-1860: The Legacy of Idealism(2002), Hegel’s Naturalism: Mind, Nature, and the Final Ends of Life(2012) 등이 있다. 2018년에는 케임브리지 대학 출판부에서 헤겔의 『정신현상학』을 영어로 새롭게 번역하여 출간하였다. 


 서정혁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기초교양학부 교수로 철학, 디지털 리터러시, 토론 등의 과목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헤겔의 미학과 예술론』, 『헤겔의 역사 철학과 세계 문학』, 『공정하다는 착각의 이유, 원래는 능력의 폭정-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 해설서』, 『듀이와 헤겔의 정신철학』, 『철학의 벼리』, 『논증』 등이 있고, 역서로 헤겔의 『법철학(베를린, 1821)』, 『미학 강의(베를린, 1820/21)』, 『예나 체계기획III』, 『세계사의 철학』, 『교수 취임 연설문』, 『영국 선거법 개혁 법안』, 피히테의 『학자의 사명에 관한 몇 차례의 강의』, 『학자의 본질에 관한 열 차례의 강의』, K. 뒤징의 『헤겔과 철학사』 등이 있다. 그 외 독일 관념론 및 교양 교육에 관한 다수의 연구 논문들이 있다.

차례 ▼

감사의 글 … 5
들어가는 말 … 9

1. 예비 개념: 자의식적 동물의 논리 … 25
2. 관념론자의 역사 개념 구축 … 95
3. 헤겔의 잘못된 출발: 실패한 유럽인으로서 비유럽인 … 119
4. 유럽의 논리 … 157
5. 역사에서 작동하는 무한한 목적들 … 299

참고문헌 … 361
옮긴이 해설 … 375
찾아보기 … 383

편집자 추천글 ▼


“헤겔 역사 철학에 대한
신선하고 도발적인 시도!”

‘정의’(justice)를 중심으로
헤겔의 역사 철학 바로 세우기

◆ “헤겔의 역사 철학을 자극하는 문제들에 대해 흥미롭고 중요한 여러 반전을 제공한다. 철학적으로 도발적이고 가치가 있다.” ―로버트 피핀(시카고 대학교)

◆ “이 책은 역사에 관한 헤겔의 실제 텍스트의 훌륭한 동반자이며, 헤겔 학문의 긴급한 필요를 충족한다.” ―딘 모야르(존스홉킨스 대학교)

◆ “헤겔 역사 이론의 해석과 동시대적 의미에 대한 논쟁에서 테리 핀카드는 오랫동안 기여해 왔다.” ―크리스토퍼 요먼스(퍼듀 대학교)

테리 핀카드(Terry P. Pinkard)는 미국 철학계에서 헤겔 철학의 부흥을 선도한 주역 중 한 명이다. 헤겔 철학에 대한 참신하고 영향력 있는 해석을 제시해 온 그는 이 책에서 헤겔의 역사 철학을 정의(justice)의 문제와 관련짓는다. 즉 정의의 역사적 형태에 관한 논의가 헤겔의 역사 철학의 중심에 선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추상적 개념의 탑을 쌓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역사 현실들에 대한 헤겔의 해석을 재고하여 역사에서 무한한 목적이 무엇인지를, 헤겔의 역사론 다시 세우기를 시도한다. 헤겔의 역사 철학에서 지금까지도 오용되고 있는 비유럽인에 대한 편견을 비판하는 것은 물론이며, 유럽 사회 역사를 통해 ‘자유’와 ‘정의’의 문제를 분석한다. 핀카드가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가져오는 풍부한 주석과 참고문헌은 헤겔 철학과 관련한 연구 자료를 찾는 독자들에게 또한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헤겔의 저작에 대한 헤겔주의적 논평 

핀카드는 역사가 ‘정립-반정립-종합’의 운동이라는 ‘게으른’ 헤겔 해석, 그리고 헤겔이 역사에 특정한 ‘목표’가 있는 것으로 이야기했다는 식의 해석을 비판한다. 즉 이러한 해석들이 헤겔을 가르치기 쉽게 만들었을지는 몰라도 그의 견해를 공허한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는 역사의 필연성을 강조하거나 무조건적인 ‘역사의 진보’를 주장하는 진부한 헤겔 해석에 머물지 않고 자신만의 흥미로운 화법과 사례를 통해 헤겔의 주요 개념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 책을 시작한다. 그리고 역사에 대한 철학적 이해는 ‘주체성의 형이상학’ 개념뿐만 아니라 그 개념 자체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에 대한 이해라고 주장하며, 인간에 대한 자연학적 본성론 분석 또한 시도하고 있다.

‘무한한 문제에 직면한 유한한 피조물’,
인간이 품는 무한한 정의에 대한 욕망 


헤겔은 자신의 저술에서 자유의 역사를 중요시 여겼지만, 핀카드가 보기에 헤겔의 자유는 ‘정의’에 대한 사고방식을 설명하는 것으로, 부제와 마찬가지로 ‘정의의 역사적 형태에 관한 논의’가 헤겔의 역사 철학의 중심에 선다고 본다. 헤겔에게 있어 세계사를 관통하는 것은 ‘사태들을 이해하려는(의미화하려는) 욕망’이며, 이 욕망 자체가 유한한 인간에게 ‘정의에 대한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핀카드는 헤겔의 역사 철학이 역사에는 실제로 ‘무한한 목적’, 즉 ‘정의의 확보’라는 목적이 존재하며, 근대에는 이 목적이 ‘자유로서의 정의’에 대한 관심으로 변모했음을 보여 준다고 주장한다. 즉, 자유는 원래 역사의 목표가 아니었지만, 근대적 삶의 원리가 된 것이다.


“핀카드는 헤겔의 역사 철학에서 중요한 부분은, ‘사태를 이해하려는 요구’가 어떻게 ‘정의의 개념’으로 이어지고 이 ‘정의의 개념’이 역사가 발전함에 따라 ‘자유의 필요성에 대한 개념’으로 변모하는지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정의의 무한한 목적은, 사회 정치적 삶에서 권한이 개별 주체에 의해 수용되고 거부되는 무수한 방식들에서 형성되고 집단적으로 추구되는 목적이다.” _「옮긴이 해설」 중에서  

역사를 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

인간은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사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성적 동물, ‘스스로 해석하는 동물’로서 인간 주체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또한 “화해된 세계를, 즉 그것이 자신에게 이해되고 그 속에서 자신이 어떤 정당한 지위를 갖는 세계”를 열망한다. 여기서 화해(reconciliation)라는 용어는 헤겔이 제시한 것으로, ‘자유에 대한 요구’로부터 발생하는 더 심오한 요구를 가리킨다. 이는 사람들이 세계와 자신을 서로 이해하게 되었을 때 이루어진다. 화해는 사태들을 이해하는(의미화하는) 문제이고, 역사가 그러한 화해에 대한 인간의 요구, 즉 ‘이해하기에 대한 요구’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핀카드는 현대에 들어와 여러 조건으로 인해 역사를 무의미하다고 간주하려는 사람들에게, 이처럼 역사에서 발견되는 ‘자유의 무한한 목적’의 점진적 실현에 대한 헤겔의 복잡한 논리를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정당화하려고 한다. 인간은 사유 질서 아래에 놓임으로써 인간으로 존재하며, 이 질서 아래에 자신을 가져감으로써 이 질서 아래에 존재하게 된다. 결국 역사를 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역사란 우발적 사건들의 연속인 현재 우리의 연약한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핀카드가 강조하듯, “우리가 무엇이 될지를 결정하려고 시도할 때마다, 우리가 현재 존재하는 곳에 우리를 데려왔기 때문에 우리가 거기에 의존하고 있는 ‘경로의 세부 사항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