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과 디킨스 다시 읽기

다시 만난 문학이라는 세계 1

오정화 지음 | 2023-12-20 | 312쪽 | 17,800원


문학과 종교는 현대의 학문 분과에서는 전혀 다른, 별개의 영역으로 간주되지만, 이 둘은 본래 한 몸이었다. 둘 사이에 왜곡된 벽이 세워진 것은 세속주의 이후다. 세속주의는 스스로를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공적 영역에서 종교를 제거해 버렸다. 이러한 세속화가 문학연구 분야에서도 진행되면서 문학과 종교 사이에는 거대한 벽이 세워졌다. 그러나 학문이 종교를 무시한 결과, 인간 삶의 가장 중요한 면이 잘못 이해되거나 그에 대해 무지하게 됨을 깨닫게 되면서 세속주의에 비판이 가해졌고, 그 반작용으로 포스트세속주의가 시작되었다.

19세기는 영국 역사상 가장 종교적인 시대로, 그 시기를 대표하는 작가로 제인 오스틴과 찰스 디킨스를 들 수 있다. 세속주의 비평은 그 두 작가가 종교를 멀리하고 배제했으며, 심지어 비판했다고 평가했으나 포스트세속적 관점에서 읽어 보면, 오스틴 소설의 핵심 주제인 결혼이나 디킨스 소설의 핵심 주제인 사회 비판이 각 작가의 신앙 및 종교적 세계관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가 드러난다. 즉, 오스틴과 디킨스의 소설은 세속주의 비평이 만든 문학과 종교 사이의 왜곡을 잘 보여 주는 작품으로, 『오스틴과 디킨스 다시 읽기』는 세속주의 비평에 갇혔던 둘 사이의 경계를 보다 통합적으로 조망하게 해 준다.



저·역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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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오정화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코넬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現 명예교수), 한국여성연구원장, 이화인문과학원장, 인문대학장, 대학원장을 역임하였고, 한국근대영미소설학회장, 한국여성학회장 등으로 활동하였다. 저서로 『19세기 영국 여성 작가와 기독교』, 『오만과 편견: 한없이 ‘작은 나’의 성장서사』, 『19세기 영국소설 강의』(공저), 편저로 『젠더와 재현: 영미 문학과 문화를 통해 본 여성 문제』, 『이민자 문화를 통해 본 한국 문화』, 『영어영문학연구 50년』 등이 있으며, 역서로 『여성과 일상생활: 사랑, 결혼, 그리고 페미니즘』, 『연애소설: 영미편』(공역), 『포스트구조주의와 페미니즘 비평』(공역) 등이 있다. 

차례 ▼

1부 포스트세속 시대의 문학연구
1장 문학과 종교 관계 되살리기
1. 문학과 종교
2. 세속주의와 포스트세속 시대
3. 포스트세속적 문학연구

2장 종교와의 관계 속 영국소설
1. 세속주의와 영국소설
2. 포스트세속과 페미니즘
3. 19세기 영국소설과 기독교

2부 제인 오스틴—결혼 플롯에 내재한 영적 구조
1장 제인 오스틴의 신앙
1. 오스틴의 신앙에 대한 논쟁
2. 오스틴과 영국 국교(조지 왕조 시대)
3. 오스틴의 기도문과 작품 세계

2장 『오만과 편견』—결혼 플롯과 영적 성장
1. 결혼 플롯의 의의
2. 비판적으로 그려지는 결혼들
3. 덕 철학의 창조적 계승
4. “나는 나 자신을 전혀 몰랐다”
5. 이상적인 결혼의 상징성

3장 『맨스필드 파크』—성직 임명을 둘러싼 결혼 플롯
1. 주제로서의 성직 임명
2. 비판적으로 그려지는 성직자들
3. 에드먼드 버트럼의 이상과 현실
4. 패니 프라이스가 받는 시험
5. 종교적 소명과 결혼

3부 찰스 디킨스—이웃 사랑에 근거한 사회 비판
1장 찰스 디킨스의 신앙
1. 디킨스의 신앙에 대한 논쟁
2. 디킨스와 영국 국교(빅토리아 시대)
3. 『우리 주님의 생애』
4. 디킨스의 신앙과 작품 세계

2장 『크리스마스 캐럴』과 디킨스의 사회 비판
1. 크리스마스 이야기들
2. 이웃 사랑의 의의
3. 스크루지의 거듭남
4. “홀려서 읽기”
5. 크리스마스 이야기의 의의

3장 『위대한 유산』—또 하나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1. “황금기” 영국 사회에 대한 비판
2. 크리스마스에 일어난 일들
3. “이 온화한 그리스도의 사람”
4. 핍의 성장 이야기—영적 자서전
5. 종교적 문학관이 구현된 소설

4부 포스트세속적 관점에서 살펴본 영소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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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종교는 본래 한 몸이었다!

세속주의가 왜곡한 문학과 종교의 ‘본래’ 관계를
포스트세속의 시선으로 다시 읽다

현대의 학문 분과에서 문학과 종교는 전혀 다른, 별개의 영역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이는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는 세속주의가 학문 분야에까지 영향을 끼친 결과일 뿐, 문학과 종교는 본래 한 몸이었다. 『오스틴과 디킨스 다시 읽기』는 포스트세속의 관점에서 제인 오스틴과 찰스 디킨스의 소설들을 다시 읽음으로써 문학과 종교의 본래 관계를 밝히고, 세속주의로 인해 왜곡되었던 두 분야의 관계 재정립 가능성을 살핀다.

종교가 그러하듯 문학은 늘 삶의 의미를 추구하고 영적인 것, 개인적 삶의 한계를 넘어서는 의미를 욕망하고 이를 표현해 왔다. 그러나 스스로를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것으로 간주한 세속주의는 공적 영역에서 종교를 제거해 버렸다. 그렇게 하면 세계가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상태에 도달할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속주의의 영향은 문학에까지 퍼져 마침내 문학과 종교 사이에 넘기 어려운 거대한 벽이 생겨 버렸다. 19세기 말 연구 중심 대학의 발전과 세속화 과정이 뒤얽히면서 진행된 학문 분야의 세속화로 인해 학문은 종교를 무시하게 되었고, 그 결과, 인간 삶의 가장 중요한 면이 잘못 이해되거나 그에 대해 무지하게 되었다. 이런 깨달음으로부터 포스트세속주의가 시작되었다.

문학은 영적인 것들이 역사적으로 추적되고 언어로 표현되는 공간이다. 포스트세속적 문학연구는 우리가 읽는 것을 변화, 확장, 재배치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간학문적 읽기를 통해 다른 생각과 분과 학문적 사고 양식이 교차할 때 창조적 공간을 열어 낼 수 있다. 문학연구에서 객관성과 중립성을 추구한 것은, 문학연구가 가진 고유의 통찰력을 스스로 축소시켜 버린 것이었다. 이에 대한 비판으로, 20세기 말에 변화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21세기에 들어서는 마치 지속적인 “억압된 것의 회귀”처럼 문학연구 내에 “종교의 회귀”(the return of religion) 현상이 일어나게 되었다.

영문학의 환경은 아직도 종교를 의미 있게 다루는 것에 완전히 친화적이지는 않지만, 포스트세속적 비평 방법은 비평계에 일종의 패러다임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신앙과 지식의 성격은 무엇이며 그들의 관계는 무엇인지, 삶의 의미, 자아 형성, 타자와의 교감, 선함,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사랑 등은 모두 문학에서 다루어야 할 종교적 관심사들이다. 이 책은 세속주의 비평들에서 무시되어 온 이러한 중요한 관심사들을 다시 살려 내고자 하였다.

영국 역사상 가장 종교적인 시기의 두 작가
오스틴과 디킨스 역시 종교적이었다!

이 책의 1부는 포스트세속 시대에 어떻게 문학연구를 할 것인가를 고찰하였다. 서구의 세속주의가 어떻게 시작, 발전되었으며,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이에 대한 비판은 무엇인지, 그리고 세속주의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된 포스트세속주의는 무엇이며, 포스트세속 시대에 영국소설을 어떻게 종교와의 관계 속에서 다시 읽을 것인가를 살펴본 것이다.

2부와 3부에서는 영국소설이 가장 아름답게 꽃피었던 19세기에 영국소설이 기독교와 가졌던 관계를 살펴보았다. 흔히 소설은 영국에서 18세기에 소위 “세속적 장르”로 발생하였다는 주장이 많지만, 영국소설이 리얼리즘 소설로 크게 발전한 19세기는 영국 역사상 가장 종교적인 시대였다. 이 책에서는 영국소설의 가장 대표적인 작가들인 제인 오스틴과 찰스 디킨스를 분석하였는데, 세속주의 비평은 보통 이들이 종교를 멀리하고 배제하거나 비판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들의 작품을 포스트세속적 관점에서 다시 읽어 보면, 오스틴 소설의 핵심 주제인 결혼이나 디킨스 소설의 핵심 주제인 사회 비판이 각 작가의 신앙 및 기독교 세계관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가 드러난다. 즉, 오스틴과 디킨스의 소설은 세속주의 비평이 만들어 놓은 문학과 종교 사이의 왜곡된 경계의 문제점을 잘 보여 주는 작품들인 것이다. 그 예로 든 작품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맨스필드 파크』와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 『위대한 유산』이다.

포스트세속 시대를 맞은 오늘날, 많은 작가의 작품들이 종교와의 관계 속에 재해석되고 있다. 4부에서는 포스트세속적 관점에서 문학과 종교의 관계를 재고찰할 필요성과 의의를 논하였다. 문학과 종교는 분리될 수 없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항상 문학을 통해 영적인 차원에 대한 욕구와 개인적인 삶의 한계를 넘어서는 초월적인 의미를 탐구해 왔다. 종교를 벗어난 것이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진리라는 주장에 입각한 세속주의의 갖가지 “이론”을 넘어 20세기 말~21세기 초 시작된 포스트세속적 문학연구는 문학 작품이 종교와 가진 관계를 되살리고 재해석함으로써 문학과 종교의 의미를 풍부하게 재생산하고 있다.

포스트세속적 문학연구,
문학과 종교 사이에 인위적으로 세워진 경계를 넘다


포스트모던 사회에서는 경계 파괴가 문화적 코드인데, 경계 파괴는 상대주의와 허무주의로 갈 위험도 있지만, 새로운 영역을 배태할 가능성을 열어 준다는 데 그 의의가 크다. 경계 이편과 저편에서 억견과 편견으로 상대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전체적인 조망을 할 수 없는 것이 일상화된 세상에서 폭넓은 이해와 새로운 시각을 열어 주기 때문이다. 경계 저편을 보고 소통을 가능하게 하려면 통합적 사고와 전체적 조망을 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종교는 삶에 대한 근거와 의미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경계 파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포스트세속주의는 학문과 종교 사이의 경계를 해체하고자 하며, 포스트세속적 문학연구는 문학과 종교의 경계를 낮추고 뛰어넘어 소통하고자 한다. 일방적인 잣대로 경계 짓기를 통해 사회적 균열이 심화된 시대에 문학과 종교에 대한 통합적 조망은 독자들에게 통합적 사고를 제공할 뿐 아니라 유연하게 사고하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긴 호흡을 가지게 한다.

포스트세속적 관점에서 영국소설을 분석한 이 책은 제인 오스틴과 찰스 디킨스의 작품이 가진 매우 중요한 의미들, 즉 그들이 신앙과 기독교 세계관에 근거하여 창조해 낸 많은 의미들을 되살려 냈다. 세속주의 비평들은 영국소설을 세속적 장르로 규정하여, 일상의 삶을 다루되 그 일상을 통해 영적이고 초월적이고 종교적인 것을 추구했던 많은 작가들의 종교성을 무시하거나 혹은 그것에 대해 무지했다. 오스틴과 디킨스도 종교적이지 않고, 종교를 비판했다고 여겨져 온 작가들이다. 그러나 포스트세속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그들의 작품은 문학과 종교의 관계를 잘 보여 주는 작품들임을 알 수 있다. 포스트세속적 관점의 작품 분석과 맥락화로써 살아난 종교적 의미들은 문학을 더 깊고 폭넓게 이해하게 해준다.

오스틴과 디킨스의 작품을 통해 영국소설과 종교의 관계를 분석한 이 책은, 종교가 영국소설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또렷하게 보여 줌으로써, 독자들에게 종교가 문학 속에서 가지는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하고, 문학과 종교 사이에 인위적으로 세워진 경계를 넘어 통합적 사고와 포괄적 조망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연구자에서부터 일반 독자까지
보다 심층적이고 폭 넓은 작품 이해를 위해


포스트세속적 관점에서 19세기를 대표하는 영국 소설가의 작품을 분석한 이 책은 문학과 종교의 관계에 관심을 가진 학자와 학생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도움을 줄 것이다. 즉, 영문학의 새로운 흐름을 파악하려는 학자와 학생 등 영문학 전공자들에게는 포스트세속주의라는, 학계에 새로 소개된 동향을 파악함으로써 세속주의 비평에 갇히지 않고 경계를 넘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통합적인 조망을 제공한다.

종교, 특히 ‘기독교’와 문화를 탐구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신학교 교수들이나 박사과정 학생들에게도 종교가 어떻게 문학 작품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지를 이 책이 보여 주고 있기 때문에 세계관으로서, 또는 삶의 원리로서 신앙이 어떻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살펴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영국소설 특히 제인 오스틴과 찰스 디킨스를 좋아하는 일반 독자들도 이 책을 통해 작품을 보다 심층적이고 폭넓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기독교(세계관)에 관심이 있는 일반 독자들의 경우 세속주의와 포스트세속주의에 관해 폭넓은 이해와 깊은 사고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