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뢰즈의 정치-사회철학
신지영 지음 | 2023-08-31 | 344쪽 | 20,000원
들뢰즈의 정치철학에 대해 기존에 다루어졌던 주요 문제를 돌아봄과 동시에, 그동안 등한시되었던 ‘흄’에 대한 들뢰즈의 논의를 검토함으로써 그의 ‘민중’ 개념과 ‘국가’, ‘폭력’에 대한 사상을 되짚는다. 즉 들뢰즈 정치철학의 고전적 의미와 현대적 의미를 망라하며, 이를 지금 우리 일상생활의 장면을 통해 긴밀하게 설명하고 있다.
들뢰즈는 우리가 살 만하다고 느끼는 어떠한 공통의 세계를 건설할 수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이 생기는 것부터가 바로 정치의 시작이라고 본다. 이 믿음으로부터 새로운 시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자들, 그들이 민중이자 유목민이며 그들이 만드는 시공간들이 곧 ‘세계’이다. 그렇다면 이 순간 우리에게 요구되는 세계는 어떠한 모습일까?
저·역자소개 ▼
프랑스 리모주대학교 언어기호학 교수이며, 파리학파의 2세대 기호학자이다. 파리학파의 창시자 그레마스의 제자로서 스승의 연구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오는 가운데 후기 파리학파를 실질적으로 주도해왔다. 그레마스와 함께 『정념의 기호학』(Semiotiques des passions)을 공동집필했다. 『긴장과 의미』(Tension et signification, 공저), 『신체와 의미』(Corps et sens), 『기호학적 실천』(Pratiques semiotiques) 등 다수의 저작을 통해 후기 파리학파 기호학의 이론적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차례 ▼
프롤로그 7
약어 목록 32
서론 37
1장 이념과 유물론 49
1. 들뢰즈-마르크스주의를 둘러싼 서사 51
2. 들뢰즈-마르크스주의는 가능한가 62
3. 유물론의 미래와 이념 101
2장 자유와 자본 117
1. 자유주의 통치성: 인구와 욕망 119
에세이 | 이미 지쳐 버린 젊은 부르주아지
―우리는 빨리 생산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153
2. 신자유주의의 모순, 중단된 과정 156
3장 믿음과 제도 179
1. 구성주의적 제도 이론: 믿음의 정치 181
에세이 | 법은 텅 빈 개념이고 법규들은 영합적인 개념,
심지어 권리와 법이 문제인 것도 아니다 209
에세이 | 정치: 자연적 편파성과 제한된 공감을 가진 민중에게
일반적 이해관계를 믿을 만한 것으로 설득하는 것 213
2. 사회의 자기 제도화―민중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218
4장 세계와 민중 245
1. 세계: 위상학적 공간 247
2. 민중: 공간의 생산 281
에필로그 323
참고문헌 331
편집자 추천글 ▼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정치철학이 필요하다!”
들뢰즈 정치철학으로 바라보는 현대 사회
『들뢰즈의 정치-사회철학』은 들뢰즈의 정치철학에 대해 기존에 다루어졌던 주요 문제를 돌아봄과 동시에, 그동안 등한시되었던 ‘흄’에 대한 들뢰즈의 논의를 검토함으로써 그의 ‘민중’ 개념과 ‘국가’, ‘폭력’에 대한 사상을 되짚는다. 즉 들뢰즈 정치철학의 고전적 의미와 현대적 의미를 망라하며, 이를 지금 우리 일상생활의 장면을 통해 긴밀하게 설명하고 있다.
들뢰즈는 우리가 살 만하다고 느끼는 어떠한 공통의 세계를 건설할 수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이 생기는 것부터가 바로 정치의 시작이라고 본다. 이 믿음으로부터 새로운 시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자들, 그들이 민중이자 유목민이며 그들이 만드는 시공간들이 곧 ‘세계’이다. 그렇다면 이 순간 우리에게 요구되는 세계는 어떠한 모습일까?
“왜 혁명은 일어나지 않는가?”
정치철학의 고전 질문으로부터 들뢰즈의 소수정치학까지
새로운 사회에 새로운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은 정치철학의 근본문제로 여겨지는 고전적 질문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의 1장 「이념과 유물론」에서는 들뢰즈-마르크스주의의 문제를 검토하며 들뢰즈 스스로 주장하는 유물론의 모습을 밝힌다. 이를 통해 우리의 정치적 문제와 얽혀 있는 이념과 유물론의 문제로부터, 어떤 새로운 가지를 뻗어 갈 수 있는지 살핀다.
2장 「자유와 자본」에서는 우리가 직면한 새로운 통치성으로서의 ‘신자유주의’를 다룬다. 민주주의의 후퇴와 빈부의 극심한 격차, 실업, 환경파괴 등의 심각한 위기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여전히 신자유주의를 유지하고 있는지, 이것이 정말 ‘자유로운’ 것인지 의심한다. 이때 푸코의 통치성 이론과 들뢰즈의 자본주의 분석은 마르크스주의와 주류 경제학이 밟았던 길과는 다른 길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접근하며, 이러한 체제로부터의 해방이 푸코에게는 쾌락과 자기에의 배려로, 들뢰즈에게는 욕망의 도주로 이어짐을 알 수 있다.
3장 「믿음과 제도」에서는, 들뢰즈의 흄 독해에 근거하여 들뢰즈의 정치철학에 대한 색다른 접근을 시도하고자 한다. 들뢰즈는, 항들 바깥에 있는 ‘관계’를 도입했다는 것과 법과 계약 중심의 사유 환경 속에서 이에 맞서 제도와 체제로 문제의 틀을 변경하려 했다는 두 가지 측면에서 흄의 철학에 주목했다. 특히 대의가 아닌 창조로서의 정치는 들뢰즈 정치철학의 중요한 부분이 된다. 어떤 것을 믿을 만한 것으로 여기고 이러한 시공간을 창조해 내는 주체로서의 민중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물어야 한다는 것이 곧 이 장의 핵심이다.
4장 「세계와 민중」에서는 들뢰즈의 공간론을 다룬다. 들뢰즈의 공간 개념을 검토해야 하는 이유는, 민중이 세계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을 때 그들이 구축하는 것은 ‘새로운 시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공간은 좀 더 구체적인,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라는 장소로 다루어지며 그의 소수정치학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원하는 국가를 어떻게 만들까?
“창조(creation)와 민중(peuple)이 동시에 필요”하다
현대사회의 도시라는 공간에서 들뢰즈의 유목민 개념은, 그것을 표면적으로 이해해 버리는 순간, 도시의 빈민, 노동자, 혈거민 등을 들뢰즈적 의미의 유목민으로 여기기 쉽다. 그리고 이것은 자칫 들뢰즈가 도시의 빈곤과 착취를 긍정한다는 오독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 그러나 그는 도시를 창조가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공간으로 보지는 않았다.
도시공간은 탈영토적인 공간이지만 그 역시 자본으로 환원시키는 지점에서 머무를 뿐인 공간으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 민중이나 유목민이 필연적으로 뒤따라 나오는 공간이 아니다. 민중 혹은 유목민은 주어진 공간, 세밀하게 탈영토화된 도시에서 자본으로 환원되지 않는 새로운 시공간을 창조할 역량이 있고 그것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있으며 그러한 시공간을 구성해 내는 실천 그 자체이다. 그리고 그 실천 방식은 이를테면 ‘소수적’이라 불린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제도 이론으로서의 들뢰즈의 정치철학이 흄에 대한 독해로부터 시작하여 『자본주의와 분열증』에서 발견할 수 있는 구성적 실천과 소수적 사용의 개념으로 이어지고 또 발전하였다고 본다. 통제사회를 살아 내고 있는 지금 우리가 이 사회에 대해 던질 수 있는 질문들, 그것은 이 새로운 시공간의 창조 가능성, 민중의 가능성에 가 있어야 하리라 생각한다. (46~47쪽)
민중은 세계에 대한 믿음으로 새로운 시공간을 창조하고 제도를 발명하는 소수적 운동이다. 그러므로 바랄 만한 국가를 만들거나 요구한다는 것은 민중이 소수적으로 운동한다는 것을, 그리고 세계에 대한 믿음으로 새로운 시공간을 창조한다는 것과 같다. 즉,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국가는 국민에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오히려 민중에게 되돌아와, 우리가 원하는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민중이 스스로 세계에 대한 믿음을 견지하고 새로운 시공간을 만들어내는 소수적 운동을 지속해야 한다는 역설적인 대답을 얻게 된다.
정치철학을 실천하기,
통제사회를 인식하고 질문을 던지다
지금도 누군가는 이 통제의 체제를 고통스럽게 인식하는 반면 또 다른 누군가는 그에 적응하여 즐기고, 그것으로부터 이득을 얻거나 착취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기도 한다. 들뢰즈는 어느 체제건 그 체제가 제시하는 문제가 있을 뿐, 어떤 것이 더 나을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우리의 전 세대가 언제나 그러했듯이, 우리가 속한 체제의 목적과 그 실상을 고통스럽게 발견해야 하는 주체는 결국 우리들 자신이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가 현재의 통제사회를 직시하게 한다는 가치를 지닌다. 그리고 들뢰즈식으로 말하자면, 이러한 시작 또는 과정 자체 역시 ‘정치’가 될 것이다.
슬럼, 빈곤, 착취로 얼룩진 도시 생태는 이러한 유목민들에 의해 새로운 시공간을, 다시 말해서 자본으로 환원된 세계 위에 우리가 살 만하다고 느낄 수 있는 공통의 세계를 구성하는 것이다. 그러한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이 있다는 것, 혹은 그러한 믿음이 생긴다는 것, 그것부터가 바로 들뢰즈가 생각하는 정치의 시작이며, 이 믿음으로부터 새로운 시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자들, 그들이 민중이자 유목민이다. 민중은 이렇게 탄생하며, 그들이 만드는 시공간들, 그것이 바로 세계이다. 이 모든 과정을 가능하게 하는 것, 그 과정, 그것이 우리가 이 책에서 애써 드러내려고 했던 들뢰즈의 정치철학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