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부분들에 대하여  

그린비 고전의 숲 9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김재홍 옮김 | 2024-08-26 | 392쪽 | 27,000원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물학에 관련된 작품으로 『동물 탐구』, 『동물의 부분들에 대하여』, 『동물 생성에 대하여』 등이 전해지는데, 이 세 작품을 아리스토텔레스 생물학에 관련된 3부작이라고 부를 수 있다.

『동물의 부분들에 대하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물학적 프로그램에 따라 『동물 탐구』에서 이루어진 사실 수집을 바탕으로 “동물 각각이 그러한 상태인 것은 어떤 원인에 의한 것인지를 그 탐구에서 말한 것과는 분리해 그 자체로 고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몸의 기능을 밝히고, 동물과 그것들이 어울려야 하는 필연성을 보이며, 동일 기관이라도 동물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취하고 있는 원인을 찾아내고자 한다.

강의 노트로 사용된 논고들의 모음인 『동물의 부분들에 대하여』 제1권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물학’에 관련된 주요 저작 중 하나로 ‘동물학’에 대한 일반적 입문서다. 제1권은 그 자체로 독립된 작품으로, 관찰된 연구의 축적이랄 수 있는 『동물의 부분들에 대하여』 속 나머지 세 권과는 별도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각 권마다 다루는 주제가 전혀 일관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연속성의 부족은 제1권이 ‘다섯 개의 개별 논문’(강의 논고로 다섯 개의 ‘장’으로 표시됨)을 모아 놓은 것임을 보여 주고 있다. 



저·역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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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아리스토텔레스 Aristoteles
BC 384년 그리스 북동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국가 스타게이라에서 태어났다. BC 367년, 17세 때 그리스 문화의 중심지 아테네로 건너와 플라톤 문하에 들어간다. 20년 동안, 이른바 ‘제1차 아테네 체류 시기’에 그는 오늘날 우리가 플라톤의 대화편들에 묻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문제들을 익혀 나갔다.
BC 347년 플라톤이 세상을 뜨자 플라톤의 조카이자 상속인이었던 스페우시포스가 아카데미의 수장이 된다. 그러자 아리스토텔레스는 37세의 나이로 아테네를 떠난다. 이후 12년 동안의 ‘편력 시기’를 그는 아카데미에서 동문수학하던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지냈다. 그가 맨 처음 찾아갔던 사람은 소아시아 아소스의 군주였던 헤르미아스였다. 그의 환대 속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과 학문 연구에 전념할 수 있었다.
BC 345년 헤르미아스가 죽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레스보스섬의 미틸레네로 옮겨 간다. 2년 뒤 그는 필리포스 왕의 부름을 받아 당시 13세이던 알렉산드로스에게 가르침을 베푼다. 마케도니아에 대한 아테네의 저항운동이 테베의 함락(BC 335년)으로 무산된 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천명의 나이가 되어서야 학창 시절의 아테네로 돌아온다. 그의 ‘제2차 아테네 체류 시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후 12년 동안 리케이온에서 일한다.
BC 323년 알렉산드로스가 죽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다시 아테네를 떠난다. 그는 일찍이 소크라테스로 하여금 독배를 들게 만들었던, 신을 믿지 않는다는 혐의로 고발되어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네를 떠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테네 사람들이 철학에 대해 두 번씩이나 죄를 짓지 않게 하겠다.” 소크라테스의 운명을 넌지시 내비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머니의 고택이 있는 에우보이아섬의 칼키스로 낙향한다. 그 얼마 후, BC 322년 10월 이름 모를 병을 앓다 62세의 나이로 세상을 뜬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아내 피티아스 옆에 안장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역자  김재홍
숭실대 철학과 졸업.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고전철학을 전공하고, 1994년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방법론에서의 변증술의 역할에 관한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캐나다 토론토대 ‘고중세철학 합동 프로그램’에서 철학 연구(Post-Doc). 가톨릭대 인간학연구소 전문연구원,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선임연구원 역임. 가톨릭관동대 연구교수를 거쳐 전남대 사회통합지원센터 부센터장을 지냈으며, 현재 정암학당 연구원이다 
차례 ▼

일러두기 ❖ 6

옮긴이 해제_‘여기에도 신들이 있소이다’ ❖ 15
—생명과학자로서의 아리스토텔레스

동물학의 탐구와 ‘아름답고 고귀한’ 동물 세계로의 초대 ❖ 15
아리스토텔레스는 ‘진화론자’인가?
다윈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을 읽었을까? ❖ 21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물학 저작과 그 순서에 대하여 ❖ 27

생물학과 연관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작품에 대하여 ❖ 29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에서
생물에 대한 관심과 아리스토텔레스 동물학 ❖ 32

『동물의 부분들에 대하여』의 내용과 분석 ❖ 38

제2~4권의 구성과 내용 ❖ 44

제2~4권의 설명 방식 ❖ 48
1. 형상인과 관련된 설명 49
2. 질료인과 관련된 설명 51
3. 목적인과 관련된 설명 54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설명 방식 ❖ 60

제1권
제1장 자연과학의 방법론: 동물학 연구에서 필요한 기본 원리들 ❖ 69
1. 학적 인식과 교양의 관계 │ 2. 동물 연구에서 어떤 설명이 탐구되어야 하는가 하는 방법론에 관련된 몇 가지 논점과 논의 순서 │ 3. 발생에서의 원인들에 대한 논의 │ 4. 운동인에 대한 본질 규정과 목적의 우선성 │ 5. 자연에서의 필연과 조건적 필연 │ 6. 생성에 대한 존재의 우선성 │ 7. 질료와 형상 │ 8. 자연학에서의 혼 │ 9. 지성은 자연학의 대상이 아님 │ 10. 목적과 필연이라는 원인 │ 11. 선행 철학자 엠페도클레스와 데모크리토스에 대한 비판 │ 12. 적절한 설명의 예

제2장 2분할법의 문제점 (1) ❖ 101
1. 최종의 것 이외의 차이 특성이 불필요해진다는 문제 │ 2. 자연적인 유의 그룹이 분리된다는 문제 │ 3. 뜨거움과 차가움의 의미

제3장 2분할법의 문제점 (2)와 바람직한 분할 방법 ❖ 104
1. 결여로 분할하는 것의 문제점 │ 2. 차이 특성의 수와 최하위 종의 수 │ 3. 적절하게 분할하는 방법

제4장 동물 연구의 설명 방식 ❖ 113
1. 유를 구성하는 기준, 초과 정도에서의 차이와 유비에 따른 차이 │ 2. 종과 유

제5장 동물 연구의 권고와 그 과제 ❖ 117
1. 동물 연구의 의의 │ 2. 동물 연구의 기본 원칙

제2권
제1장 세 종류의 결합, 힘의 결합, 동질 부분과 비동질 부분 ❖ 127
1. 동물의 몸을 구성하는 결합의 세 가지 종류 │ 2. 동질 부분과 비동질 부분의 구별 │ 3. 감각 수용체는 동질 부분이고, 도구적 부분은 비동질 부분인 원인 │ 4. 심장과 내장

제2장 힘, 열과 냉 ❖ 135
1. 동질 부분과 힘 │ 2. 피의 다양성 │ 3. 열과 냉 │ 4. ‘더 뜨겁다’, ‘뜨겁다’의 다의성

제3장 힘, 건과 습(고형과 액상) ❖ 144
1. ‘말랐다’와 ‘습하다’의 다의성 │ 2. 피와 영양물

제4장 동질 부분: 피와 그 성분 ❖ 150
1. 섬유소 │ 2. 피와 동물 성격 │ 3. 혈청

제5장 동질 부분: 지방 ❖ 154
1. 연지방과 경지방 │ 2. 지방 과잉의 영향

제6장 동질 부분: 골수 ❖ 157

제7장 동질 부분: 뇌 ❖ 160
1. 골수와 뇌와의 관계 │ 2. 뇌의 냉각 기능 │ 3. 사람의 뇌

제8장 동질 부분: 살 ❖ 166
1. 살과 감각 │ 2. 살을 보조하는 골격 및 그와 유사한 것

제9장 동질 부분: 뼈 ❖ 170
1. 뼈의 구성 │ 2. 뼈의 목적 │ 3. 동물에 따른 뼈의 차이 │ 4. 뼈와 유사한 부분

제10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머리 ❖ 177
1. 몸의 전반적 구조 │ 2. 사람의 직립 │ 3. 머리의 여러 부분

제11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귀 ❖ 185

제12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청각의 구멍밖에 없는 동물 ❖ 186

제13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눈꺼풀 ❖ 188
1. 눈꺼풀의 목적 │ 2. 새의 순막 │ 3. 어류, 곤충류, 갑각류의 눈꺼풀

제14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속눈썹 ❖ 193
1. 속눈썹의 목적 │ 2. 갈기, 꼬리털 │ 3. 사람 머리에 털이 많은 이유

제15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눈썹과 속눈썹 ❖ 196
1. 눈썹과 속눈썹의 목적 │ 2. 속눈썹이 나는 필연성(질료적 요인)

제16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코와 입술 ❖ 198
1. 코 만들기 │ 2. 코끼리 코의 특이한 기능 │ 3. 새의 코에 비유적인 부분 │ 4. 입술

제17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혀 ❖ 204
1. 혀의 목적(미각과 음성) │ 2. 동물에 따른 혀의 차이

제3권
제1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이빨 ❖ 211
1. 이빨의 목적 │ 2. 각 동물에 대한 자연의 부분 할당 방법 │ 3. 물고기의 이빨 │ 4. 입의 작용 │ 5. 부리

제2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뿔 ❖ 218
1. 뿔의 목적 │ 2. 뿔이 생기는 필연성(질료적 요인)

제3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목 ❖ 225
1. 후두와 식도의 목적 │ 2. 후두와 기관 만들기 │ 3. 후두개의 목적과 그것을 가진 동물 질료적 요인 │ 4. 후두와 숨통의 위치

제4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심장 ❖ 231
1. 내장에 대하여 │ 2. 심장이 있는 이유 │ 3. 심장이 혈관의 시원일 것 │ 4. 심장이 운동이나 감각의 시원일 것 │ 4. 심장과 간장 │ 5. 심장의 구성

제5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혈관 ❖ 242
1. 혈관의 시원이 하나이고 몸 전체에 둘러쳐져 있는 이유 │ 2. 땀의 형성 │ 3. 대혈관과 아오르테의 교차

제6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폐 ❖ 248
1. 폐 및 아가미의 목적(냉각 기능) │ 2. 동물에 따른 폐의 차이

제7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간과 비장 ❖ 252
1. 내장의 쌍을 이루는 경향 │ 2. 간과 비장은 쌍을 이룸 │ 3. 비장의 필요성

제8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방광 ❖ 257
1. 폐가 있는 동물에게 방광이 있는 이유 │ 2. 거북이의 방광

제9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콩팥(신장) ❖ 259
1. 콩팥이 없는 동물 │ 2. 콩팥 만들기와 목적 │ 3. 콩팥이 지방질인 이유

제10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횡격막 ❖ 264
1. 횡격막의 목적 │ 2. 횡격막이 생겨야 하는 필연성(질료적 요인)

제11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내장의 막 ❖ 269

제12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동물에 따른 내장의 차이 ❖ 270

제13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내장과 살의 차이 ❖ 272

제14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위와 장 ❖ 273
1. 위의 목적 │ 2. 동물에 따른 차이가 생기는 원인 │ 3. 겹위 │ 4. 모이주머니(소낭) │ 5. 물고기의 소화기관 │ 6. 개와 돼지의 장의 차이. │ 7. 장(腸)

제15장 겹위 동물의 위에 있는 퓨에티아(응유효소) ❖ 282

제4권
제1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뱀, 물고기, 거북이의 내장이나 위장 ❖ 285

제2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담낭 ❖ 287
1. 동물에 따른 담낭(담즙)의 차이 │ 2. 담즙이 무엇 때문에 있는 것이 아님 │ 3. 간장과 담낭(담즙)의 관계

제3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막 ❖ 292

제4장 유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장간막 ❖ 294

제5장 무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체내의 여러 부분 ❖ 296
1. 무혈동물에 내장이 없을 것 │ 2. 연체동물[두족류]의 입 │ 3. 유절동물[곤충류]의 입 │ 4. 각피동물[조개류]의 소화기관 │ 5. 연체동물의 몸 만들기 │ 6. 껍데기(각피)동물의 몸 만들기 │ 7. 성게, 멍게, 홍어, 말미잘, 불가사리의 특이한 점 │ 8. 심장과 유비적인 부분 │ 9. 곤충류의 소화기관

제6장 무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곤충류의 외적 부분 ❖ 314
1. 곤충류의 발 │ 2. 날개와 바늘

제7장 무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껍데기(각피)동물의 외적 부분 ❖ 319

제8장 무혈동물의 비동질적인 부분: 연각동물의 외적 부분 ❖ 321
1. 연각동물의 집게 │ 2. 꼬리 │ 3. 다리 │ 4. 아가미 같은 부분

제9장 무혈동물의 비동질 부분: 연체동물의 외적 부분 ❖ 325
1. 연체동물 소화기관의 특이한 점 │ 2. 다리 │ 3. 오징어의 두 개의 긴 다리 │ 4. 빨판 │ 5. 지느러미

제10장 태생 유혈동물의 외적 부분 ❖ 331
1. 목 │ 2. 인간 이외의 동물은 ‘난쟁이’일 것 │ 3. 손 │ 4. 흉부 │ 5. 유방 │ 6. 배설 부분 │ 7. 엉덩이와 꼬리 │ 8. 다리

제11장 난생 유혈동물의 외적 부분 ❖ 351
1. 난생의 유혈동물의 머리 부분 │ 2. 흉부 │ 3. 카멜레온의 특이한 점

제12장 새에 특징적인 외적 부분 ❖ 357
1. 새의 날개 │ 2. 머리의 여러 부분 │ 3. 목 │ 4. 부리 │ 5. 날개 │ 6. 발과 다리

제13장 물고기에 특징적인 외적 부분 ❖ 367
1. 물고기의 지느러미 │ 2. 아가미 │ 3. 입 │ 4. 고래류의 분출공 │ 5. 고래류, 바다표범, 박쥐가 다른 동물류의 특징을 겸비한 것

제14장 타조에 특징적인 외적 부분(날개와 발굽) ❖ 376

참고문헌 ❖ 377
찾아보기 ❖ 386 


편집자 추천글 ▼

'생명 과학자’로서의 아리스토텔레스
동물 세계의 아름다움을 말하다

“자연은 결코 무엇 하나
헛된 일이나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는다”
dia to mēden matēn poiein tēn phusin mēde periergon
(제3권 제1장 661b24-25)

플라톤의 이원론적 세계관을 부정하다!
“아름다움은 어렵지 않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헤라클레이토스의 일화’(단편 22A9)를 소개하면서 동물 세계의 아름다움, 동물 탐구에 대한 고찰의 ‘고귀함’이나 필요성, 그리고 그 고찰이 ‘존중받을 만한 고찰’임을 선언한다. 이는 플라톤의 이른바 ‘이원론적 세계관’을 부정하는 선언이다. 즉 ‘아름다움’과 ‘진리’는 이데아의 세계뿐 아니라 현실의 감각 세계에도 존재한다. 그래서 플라톤이 상투적으로 말하는 바와 달리 “아름다움은 어렵지 않다”(ouk chalepa ta kala)는 것이다.

위대한 생물학자인 찰스 다윈의 말처럼, 우리는 생물학자로서의 아리스토텔레스에 두 번 놀라게 된다. 한 번은 엄청난 자료의 축적에, 또 한 번은 그 축적된 자료의 오류에. 다윈은 자연의 관찰을 통해 ‘선택’, ‘적응’과 같은 개념을 생각해 내고, ‘자연선택 메커니즘’으로 자연을 설명하면서 ‘진화론’을 주창했다. 그의 생물학적 이론에 따르면, 모든 생명체는 생존경쟁을 겪을 수밖에 없으며, 실제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수의 자손을 남기고, 같은 종의 개체들도 제각각 다른 형질을 지니며, 특정 형질을 가진 개체가 다른 개체에 비해 환경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다. 또 그 형질 중 일부가 그 자손에게 전달된다.

아리스토텔레스와 다윈의 차이

누군가 ‘아리스토텔레스가 진화론자인가?’라고 물을 것이다. 긍정적인 답은 주어지지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세계관에 따라 ‘활동실현상태’(에네르게이아) 입장에서 보면, 가장 완전한 상태로 그 목적을 실현한 동물의 현재 상태는 완벽해야 한다. ‘생존 투쟁’과 ‘자연선택’의 관점에서 봐도 ‘아리스토텔레스의 동물’은 더 이상 진화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다윈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을 읽었을까? 고전 교육을 받은 의사이자 박물학자였던 오글(Ogle, 1827~1912)은 다윈이 죽기 몇 달 전에 『동물의 부분들에 대하여』(1882년)를 처음으로 영어로 번역했고, 출간된 책을 다윈에게 보냈다. 『종의 기원』 초판이 나온 해는 1859년인데, 실제로 다윈은 여러 글에서 오글의 말을 인용하고 있으며, 그와 서신을 교환하면서 생물학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정보를 주고받았다. 편지에서 다윈은 고대와 현대의 귀중한 생물학적‧의학적 정보의 출처로서 오글을 언급하며 존경심을 표했다. 다윈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물 철학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나 깊이 있게 연구하지는 않은 것 같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다윈의 평가는 이렇다. “린네와 퀴비에는 비록 방식은 매우 다르지만 나의 두 신이었고, 늙은 아리스토텔레스에게 그들은 단순한 학생에 불과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에 따르면, 동물의 부분(기관)은 필요하기 때문에 있는 것이며, 그 부분이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낫기 때문에 존재한다.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은 다윈주의 이론에서 동물의 부분들에 대해 이와 동일한 원리를 적용하게 만든다. 자연선택에 의한 것일 때, 유기체의 부분들은 생존을 가능하게 했거나 또는 생존의 이점을 제공했기 때문에, 있는 형태(형상)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양자 간의 차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동물이 잘 적응하고 번식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다는 점을 자연의 기본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반면, 다윈은 그것을 ‘잘 적응함’(well-adaptedness)이 확립되고 유지되는 메카니즘인 자연선택으로 본다는 점이다. 다윈도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이 어느 정도의 목적론적 사고를 받아들였지만, 그것은 아리스토텔레스만큼 강한 것은 아니었다. 사실상 아리스토텔레스는 ‘진화’(다윈도 이 말을 초기에는 피하고, 후기에 접어들어 쓰기 시작했다)라는 개념을 상상해 본 적도 없을 것이고, 또 이해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종’들은 그 자체로 완결되어 모든 가능성을 온전히 실현한 상태이기에, 더 이상 진화의 과정에 들어설 이유가 없다. 그런 점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동물 종들은 ‘닫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린네와 퀴비에는 늙은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단순한 학생에 불과했다”

전해지는 아리스토텔레스 저작집의 25% 이상이 생물학 분야다. 아리스토텔레스 자신은 ‘생물학’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고, 다만 ‘자연에 대한 일반적 연구’라고 했을 뿐이다. 여기에는 식물과 동물을 포함하여 혼의 능력에 대한 연구가 포함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물학에 관련된 주요 작품으로 『동물 탐구』, 『동물의 부분들에 대하여』, 『동물 생성에 대하여』 등이 전해지는데, 이 세 작품을 아리스토텔레스 생물학에 관련된 3부작이라고 부를 수 있다.

강의 노트로 사용된 논고들의 모음인 『동물의 부분들에 대하여』 제1권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물학’에 관련된 주요 저작 중 하나로 ‘동물학’에 대한 일반적 입문서다. 제1권은 그 자체로 독립된 작품으로, 관찰된 연구의 축적이랄 수 있는 『동물의 부분들에 대하여』 속 나머지 세 권과는 별도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각 권마다 다루는 주제가 전혀 일관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연속성의 부족은 제1권이 ‘다섯 개의 개별 논문’(강의 논고로 다섯 개의 ‘장’으로 표시됨)을 모아 놓은 것임을 보여 준다.

『동물의 부분들에 대하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물학적 프로그램에 따라 『동물 탐구』에서 이루어진 사실 수집을 바탕으로 “동물 각각이 그러한 상태인 것은 어떤 원인에 의한 것인지를 그 탐구에서 말한 것과는 분리해 그 자체로 고찰”(제2권 제1장 646a10-11)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몸의 기능을 밝히고, 동물과 그것들이 어울려야 하는 필연성을 보이며, 동일 기관이라도 동물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취하고 있는 원인을 찾아내고자 한다. 제1권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동물학 전체의 서론’이라고 해야 할 것이며, 따라서 제1권은 일련의 동물에 관련된 저작의 맨 처음에 놓이는 것이 적절하다. 실제로 제2권 첫머리에서 “동물 각각이 어떤 부분으로, 그리고 얼마만큼의 부분들로 구성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동물에 대한 탐구’ 속에서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해 놓았다”라고 말함으로써, 마치 앞으로 진행할 논의가 『동물 탐구』에 직접 이어지는 논의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더욱이 제2권 이후에는 제1권을 직접 참조하지 않으며, 마찬가지로 다른 동물학 저작에서도 제1권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으로 보아 제1권은 제2권 이후와는 독립적으로, 아마 맨 나중에 쓰인 논고로 추정된다.

목적론적 원리 그 자체가 지닌
‘존재론적 힘’에 대하여

아리스토텔레스는 몸의 각 부분의 기능(작용)을 설명함과 동시에 각각의 부분이 존재하는 필연성이나 동물에 따라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필연성을 목적론적 방식으로 설명한다. ‘동물의 부분들’의 차이에 대한 논의에서 그는 각 동물에게 고유한 몸 상태, 생활 형태, 생활 환경 등에 비추어 그 차이에 적합하게 되어 목적에 맞는 모습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논의되는 ‘목적론’은 주로 동물의 부분들이 그 동물의 자연 본성(phusis)에 얼마나 적합한지, 또 동물 몸의 구성이 얼마나 각 동물의 생존이나 유익함이라는 목적에 적합한지를 밝힌다.

“자연은 결코 무엇 하나 헛된 일이나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으니까.”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주 언급하는 이와 유사한 구호는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다. “자연은 헛된 일을 하지 않는다”는 철저한 목적론적 원리는 동물의 발생에 참여하는 동안 동물의 형상적 본성(또는 혼)의 지향적 행동에 대한 일반화를 구성한다. 그 원칙은 동물과 그 부분들을 생성할 때, 형상적 본성은 항상 더 좋거나 최선의 것을 행하거나, 혹은 결코 헛된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원칙은 가능한 한 가장 일반적인 수준에서 형상적 본성의 행동에 대한 인과적인 특성화인 셈이다. 이러한 형상적 본성에 기인하는 다양한 종류의 행위들은 동물과 그 부분들의 만듦에서 전형적으로 획득되는 다양한 종류의 인과관계 작동을 반영한다. 요컨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목적론적 원리는 자연의 목적론을 상기시키기 위한 단순한 은유가 아니라, 목적론적 원리들 자체가 ‘존재론적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