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철학 메뉴얼

철학의 정원 54

이하준 외 지음 | 2023-02-28 | 384쪽 | 21,000원


니체에서 주디스 버틀러에 이르기까지 현대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철학자 13명의 사상을 한 권에 담은 책. 20세기와 21세기는 세계대전과 전체주의의 발흥, 범세계적 민주주의 혁명을 거쳐 기후 위기와 IT 혁명에 직면한 격동의 시기다.

이 시기를 온몸으로 경험한 『현대철학 매뉴얼』 속 철학자들은 남다른 지성적 예민함으로 시대 문제에 대해 숙고하고 철학화하였다. 하지만 이들 철학의 시대적·사회적·정치적 배경 등이 각각 달랐기에, 현대철학이라는 세계는 미로처럼 복잡해 보인다. 이 책은 현대철학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각 철학자들의 학문적 배경과 철학의 토대가 되는 기초 이론들을 매뉴얼화하여 소개함으로써, 현대철학이라는 미로를 성공적으로 탈출하게 도와준다.


저·역자소개 ▼

저자  이하준
한남대 탈메이지교양융합대학 철학 교수로 일한다. 베를린 자유대에서 철학을 주전공으로, 문화사회학과 교육철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했고 아도르노 철학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연구재단 전문위원과 대학지성IN&OUT 편집기획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해석학회와 한국동서철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 『막스 호르크하이머, 도구적 이성비판』, 『호르크하이머의 비판이론』, 『아도르노: 고통의 해석학』, 『부정과 유토피아: 아도르노의 사회인식론』, 『교양교육 비판』 등이 있다. 이 밖에 『철학이 말하는 예술의 모든 것』(세종우수학술도서), 『그림도 세상도 아는 만큼 보인다』(세종우수교양도서)를 포함해 다수의 인문교양서를 썼다. 더 나은 철학교육을 위해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나?』, 『#철학』 등의 공저를 낸 바 있다.  


저자 임건태
고려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니체에 관한 연구로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고려대, 대진대, 순천향대 등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공저로는 『혐오를 넘어 관용으로』가 있고, 역서로는 『니체의 『비극의 탄생』 입문』, 『니체의 『도덕의 계보』 입문』이 있다.


저자 조홍준
동아대 철학생명의료윤리학과 조교수.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와 하이데거의 시간개념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한국현상학회, 한국하이데거학회, 한국해석학회 상임이사로 재직 중이다. 해외 저서로 『시간의 분열과 시간성의 이원』이 있으며, 국내에서는 『인문학, 정의와 윤리를 묻다』, 『#철학: ‘나-우리-사회-세계’의 관계논리』를 공저로 출간했다. 주요 논문으로 「시간은 어떻게 공간이 되는가?」, 「하이데거 예술론에서 시간의 의미」,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은 윤리학인가?」 등이 있다. 「하이데거 존재진리의 시간으로서 우연성」으로 2020년 한국동서철학회 학술상을 수상했다. 


저자 우호용

중앙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대학원 철학과에서 선언주의와 지각의 문제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논리학회 간사로 근무하며 논리교육의 대중화에 참여했으며, 호서대 겸임교수와 가톨릭관동대 조교수로 재직하였다. 저서로는 『논리 그리고 비판적 사고』(공저), 역서로는 『신·자유·악』(공역)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라이프니츠의 세 원리에 근거한 과학의 형이상학적 특성에 관한 연구」가 있다. 한밭대, 숭실대에서 논리학과 관련된 강의를 하고 있다. 현재 지각의 문제, 비트겐슈타인, 포퍼 등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논리학 관련 서적들도 집필 중에 있다. 


저자 곽영윤

차례 ▼

책을 내며 — 5

프리드리히 니체, 삶을 운명으로 사랑하다 — 11
에드문트 후설, 괄호 치는 철학자 — 41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삶과 의미의 철학자 — 69
마르틴 하이데거, 질문하는 철학자 — 99
칼 포퍼, 야만과 광기의 시대에 비판적 합리주의를 외친 철학자 — 129
테오도어 W. 아도르노, 동일성 사유의 비판자 — 151
한나 아렌트, 전체주의와 대결하는 철학자 — 181
존 롤스, 정치철학으로 가는 길 — 207
장-프랑수아 리오타르, 분쟁과 숭고의 철학자 — 233
질 들뢰즈, 우리 시대의 형이상학 — 265
미셸 푸코, 근대와 대적하며 주체의 역사를 탐구한 자유의 철학자 — 295
도나 해러웨이, 인간은 이제 사이보그로 정의되어야 한다 — 327
주디스 버틀러, 여성인가 인간인가 — 355

지은이 소개 — 381 

편집자 추천글 ▼

기술의 시대,
철학으로 길을 찾다

기술은 어떻게 인간의 자유를 확장하는가?
기술을 왜 ‘철학 속에서’ 재정립해야 하는가?

기술이 우리 시대의 화두다. 기술은 우리에게 안락함을 주고, 미래를 열어 준다. 하지만 기술의 놀라운 발전이 안겨 줄 절망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만약 AI가 일반화되어 인간을 지배하거나 대체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는 얼른 ‘인간다움’에 대한 논의, 인간과 기술의 근본적인 차이에 대한 성찰을 시작해야 한다는 초조함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기술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 대신, 오히려 기술의 진정한 의미와 기능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기술이 인간의 행복 추구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고려해야 할 때이다.

『카시러의 기술철학 읽기』는 에른스트 카시러의 논문 중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 소개되는 「형식과 기술」(Form und Technik, 1930)과 이에 대한 옮긴이의 해설을 묶은 것으로, 카시러의 ‘상징적 형식의 철학’의 전반적인 이해와 당시의 기술철학 담론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기술의 기능과 본질을 구별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오류들을 재고할 수 있다. 

 
기술을 둘러싼 오해와 두려움
―기술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현재 우리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기술의 ‘작용’, 즉 ‘기술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것이다. 기술은 어떤 식으로든 작용하기 마련이지만 그 작용력이 너무나 커져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가 됐다. 인간이 일정한 기능을 위해 기술을 제작했다 해도, 제작된 기술은 인간의 의도를 뛰어넘어 새로운 기능을 떠맡는다. 이처럼 기술의 기능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인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기술에 대한 논의는 ‘기술’에 대한 기능주의적 정의에 기초하고 있다. 기능주의적 정의란 기술을 그것의 기능으로 정의하는 것이다. 그러나 쓸모는 특정한 시공간에서 수행한 결과에 대한 평가로 한정되기 때문에 다른 시공간에서의 가능성은 자연히 배제된다. 그렇다면, 기술이 현재 보여 주는 기능으로 과연 기술 전체를 설명할 수 있을까?

카시러는 기술의 의미 물음과 가치 물음을 구별했다. 기술에 의한 인간의 종속 문제는 바로 기술의 가치 물음과 연관되는 것으로, 이는 기술이 가져온 ‘결과’이다. 하지만 기술의 결과를 통해 기술을 평가해선 안 된다. 오히려 우리는 기술의 의미 물음을 통해 기술의 기능을 살펴야 하며, 이 기능과 비교했을 때 우리가 현재 목도하는 기술의 결과가 과연 기술의 의미에서 온 것인지를 평가해야 한다. 그래서 기술에 의한 인간의 종속이라는 결과만을 가지고 기술을 평가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오히려 우리는 기술의 ‘의미’, 그리고 이로부터 도출되는 기술의 ‘기능’이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 그리고 이 기능 물음은 궁극적으로 기술이 인간의 인간됨에 무엇을 기여했는지로 향하며, 결국 “인간의 행복 추구”와 연결된다.

기술은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 


카시러는 기술을 상징적 형식의 하나로 파악한다. 상징적 형식이란 인간이 세계를 구성하는 형식이다. 즉 기술은 상징적 형식으로서 자연적 소재를 가공하여 인공적 세계를 물질적으로 구현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의복, 안경, 건물, 전기 등 도시 전체의 물질적 구조는 기술이라는 상징적 형식의 구현물인 것이다. 자연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상징적 형식을 창조함으로써 자연적 존재 이상의 존재로 도약한다. 신화, 언어, 역사, 윤리, 예술 등 기술 이외에도 여러 상징적 형식이 존재하며, 카시러는 이 모든 것이 인간 정신의 상징적 형식이기에 인간의 정신에 뿌리를 둔다고 말한다. 하지만 각 상징적 형식은 자율적으로, ‘자신만의 규칙’을 지닌다. 예를 들어 기술과 윤리 영역은 구별된다. 기술은 인간을 윤리적으로 만들 수 없고, 반대로 윤리는 기술 영역에 함부로 침투해선 안 된다. 카시러는 이러한 상징적 형식들의 의미를 ‘인간의 자유의 확대’로 규정하고 따라서 기술 또한 인간을 자유롭게 할 뿐 아니라 인간의 자유를 더욱더 확대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우리는 기술이 우리를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는 환상을 떨쳐 버리고, 기술이 우리의 철학적 사유의 대상에 불과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기술은 상징적 형식의 하나로, 우리의 정신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며,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변화하고 혁신된다. 기술적 도구는 철저히 사용자의 사용에 의존적이며, 그 기능은 다양하게 변할 수 있다. 기술에 대한 철학적 반성을 통해 우리는 기술이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정신의 한 측면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이는 정신이 자신을 인식하는 과정의 일부로, 기술에 대한 철학적 반성을 통해 정신은 “자신으로 돌아온다”. 다시 말해, 기술을 고찰하는 것은 곧 자기 인식의 과정이다. 따라서 기술을 탐구함으로써 정신은 외부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자기 자신으로 되돌아간다. 


기술철학의 새로운 지평  

기술은 철학의 자기 사유 영역에서 아직 확실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여전히 주변부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기술 분야의 성장에 비해 그 본질에 대한 철학적 통찰이 부족해 빚어지는 불균형이 현대 문화의 내적 긴장과 대립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긴장을 해소하려면 기술을 단순히 다른 영역, 즉 경제, 국가, 법, 예술, 종교 등과 병렬로 놓는 것이 아니라, 문화 전체와 체계적 철학 속에서 기술의 특정한 자리를 지정해야 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역동적으로 상호 대결하며, 새로운 요소는 정신적 대결이 이루어지는 지평을 확장하고 보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기 마련이다.

고전적 기술철학이 본질을 고정된 것으로 간주한 측면에서 오류를 범했다고 한다면, 이론적․철학적 논의에서 벗어나 실제 기술의 사용과 경험을 중시하는 ‘경험적 전환’은 기술을 너무 파편적으로 분해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의 전체적 현상을 염두에 두면서도 기술의 구체적인 측면들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다. 이 점에서 카시러의 기술철학은 명쾌한 해법을 제시한다. 카시러가 주장하는 ‘상징적 형식의 철학’을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기술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획득하고, 그의 기술철학이 현재의 기술철학 담론에서 가지는 의미를 탐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