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이별의식 "나는 왜 살아야 하나?"에 답하는 한 자살 생존자의 기록

김세연 지음 | 2022-06-30 | 216쪽 | 12,000원


김세연 작가는 어머니의 자살을 목격한 자살 생존자이다. 어머니의 죽음을 마주했던 17살의 시간에 오래 멈춰 있을 수밖에 없었으나, 자신의 감정과 트라우마에 대해 오랫동안 써 온 일기가 이제는 과거로부터 한 걸음을 내딛고 비로소 흘러가는 시간을 소화할 수 있게 해 주었다.

17여 년의 시간이 담긴 이 책은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사건을 떠나보내는 ‘이별의식’이자 어떻게 죽음의 손길과 싸우며 끝없는 애도에서 희망으로 나아갔는지에 대한 생생한 일지와도 같다.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 내고 싶다는 의지, 결국 삶과 화해하고자 하는 노력을 목격하며 독자들은 어느새 함께 치유받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저·역자 소개 ▼

저자 김세연
"서울에서 태어나 올해로 37살이 되었다” 같은 일반적인 소개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평범한 희망에도 불구하고 올해 겨우 23살이 된 사람이라고 소개할 수밖에 없다. 17살에 자살로 갑작스럽게 엄마를 잃고, 10년이 지난 시점부터 내면 깊이 묵혀 두었던 트라우마를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나 엄마를 보내는 의식을 치른 해부터 제대로 된 나이와 시간을 소화할 수 있게 되었다.
인생의 반은 질긴 애도의 과정으로 채워져 있었다. 지난 17년 동안 엄마의 죽음 앞에 서 있는 17살이었다. 18살이 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고, 과거로부터 내딛는 한 걸음조차 무거웠다.
엄마가 있던 삶과 없는 삶의 길이가 같아지는 시기부터 내면의 흔적을 정리하기로 결심했다. 질긴 애도와의 종결과 엄마에게 보내는 건강한 이별의식으로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기나긴 회복의 기록을 통해 여러 가지 이유로 아픔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싶었다. 이제는 나를 출신이나 나이가 아닌, ‘쓰는 사람’이라 소개하려 한다. 
차례 ▼

프롤로그 7

1. 두 번째 삶의 시작 15
2. 낯선 거리에서 당신의 얼굴을 찾는 일 37
3. 빛이 있는 쪽으로 한 걸음 더 147
4. 겨우 열여덟 살이 되다 185

에필로그 289
참고자료 296 

편집자 추천글 ▼

트라우마로부터 시작된 글쓰기는
어떻게 나를 다시 살게 했는가
세상의 미아로 남겨진 이들만이 할 수 있는 일,
존재하지 않는 단어를 찾고 문장을 만들기

“엄마는 사라졌다. 사라졌고, 사라졌는데,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자살 생존자’라는 단어를 보면 사람들은 흔히 자살을 시도했다 살아난 사람으로 착각하곤 한다. 그러나 이 단어는 자살자의 가족, 친구 등 사회적 관계 안에서 자살자로 인해 영향을 받는 모두를 가리킨다. 『세 번째 이별의식』의 김세연 작가는 어머니의 자살을 목격한 자살 생존자이다. 어머니의 죽음을 마주했던 17살의 시간에 오래 멈춰 있을 수밖에 없었으나, 자신의 감정과 트라우마에 대해 오랫동안 써 온 일기가 이제는 과거로부터 한 걸음을 내딛고 비로소 흘러가는 시간을 소화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나아가는 듯하다가도 어느새 제자리로 되돌아오고 마는,
예측할 수 없는 애도 과정을 기록한 투쟁 일지

마음은 일직선의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 괜찮아지는 것 같다가도 갑자기 과거에 발목을 잡히고, 한 걸음도 앞으로 내딛지 못하는 줄만 알았는데 어느새 이만큼 전진해 있기도 하는 것이 마음의 놀라운 속성이다. 애도 역시 마음이 하는 일, 어떤 슬픔과 고통을 겪어 본 당신의 마음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그 ‘살아 있는 과정’ 자체가 곧 애도이다. 저자는 어리다는 이유로 배제당한 채 치러진 어머니의 장례(첫 번째 이별의식), 그로부터 15년 뒤 묘를 이장하며 마음으로 어머니를 보낸 날(두 번째 이별의식)을 거쳐 마침내 인생의 반을 차지한 질긴 애도의 과정을 출간함으로써 세 번째이자 마지막 이별의식을 치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경험이 단지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니다. 17여 년의 시간이 담긴 이 책은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사건을 떠나보내는 ‘이별의식’이자 어떻게 죽음의 손길과 싸우며 끝없는 애도에서 희망으로 나아갔는지에 대한 생생한 일지와도 같기 때문이다.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 내고 싶다는 의지, 결국 삶과 화해하고자 하는 노력을 목격하며 독자들은 어느새 함께 치유받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이름에서 시작되는 글이 있다
존재하지 않으며 영원히 존재하는 이에 대하여

어느 날 갑자기 ‘자살 생존자’가 되어 버린 저자는 오랜 시간 동안 과거로부터 도피하고 단절되고만 싶었다. 대학 휴학 후에는 독일에 지내며 새로운 환경과 경험으로 과거를 밀어내고자 했지만, 오히려 철저히 감추고자 했던 감정들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이 마주함을 통해 마침내 애도의 단계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시작한다.

“내가 있는 어디에서나 엄마의 얼굴을 찾아 헤맨다. 수많은 외국인 속에서 단 한 사람, 단 한 사람의 얼굴을 찾기 위해 나는 정처 없이 걸어 다닌다. 내가 본 사람들의 모습을 눈으로 저장하고, 마음속으로 분류한다. 하루의 끝에는 오늘도 결국 찾지 못했다는 절망감으로 잠이 든다. 그렇게 내일이 오고 눈을 뜨면 나는 또다시 엄마의 얼굴을 찾으러 나선다.” _본문 중에서

절대 나타날 수 없는 곳에서 어떤 사람을 발견하기를 바란 적이 있는가. 어떤 풍경, 물건을 보기만 해도 그 기억의 한복판으로 순간 이동해 버리지 않는가. 어느 날은 그 존재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것 같다가도 또 어느 날은 그 그늘로부터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음을 깨닫고 있지는 않는가. 김세연 작가는 자살 생존 당사자로서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의 개인적 사건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겪을 수밖에 없는 상실 또는 그리움의 경험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모두가 삶이라는 과정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설령 적절한 표현이 없는 것만 같아도, 내 안을 가득 채운 것이 너무나 이상한 생각과 감정이어서 그것이 이해되지 않더라도 모조리 써 보는 일. 마음의 바닥까지 내려가는 솔직한 글쓰기는, 삶 속 필연적 이별과 그에 따른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존재로 태어날 수 있는지 보여 준다. 준비되지 않은 헤어짐으로 아파하고 당혹감과 혼란에 빠져 있으나 그것을 표현할 언어를 알지 못해 더욱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내면을 기록한다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만이 나에게 줄 수 있는 구원이며 애도의 첫걸음이다.

“돌처럼 딱딱하기도 솜처럼 부드럽기도 한 이상한 존재”
나를 회복하는 일이 곧 내가 되어 버린 사람들에게

우리 사회는 트라우마로 삶이 멈춰 버린 이들에게 가혹하다. 남들과 비슷한 시기에, 남들처럼 살지 않았을 때 받게 되는 의심의 눈초리. “극복할 때도 되지 않았냐”, “왜 그렇게 유난이냐” 같은 주변 사람들의 나무람. 제대로 아파하고 슬퍼할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 분위기와 괜찮은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이들은 고통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채 ‘척’하며 살 수밖에 없고, 제때 이야기하지 못한 감정들은 계속해서 악순환하고 만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사건을 겪은 사람들이 제일 많이 하는 생각 중 하나가 바로 ‘이 일을 겪지 않았더라면 어떤 다른 삶을 살 수 있었을까’이다. 그러나 그 모든 일들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내가 할 수 있는 일, 나에게 닥친 이 일을 통해 내가 무엇을 말할 수 있는지에 집중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를 글쓰기로 이끈 결정적 요인 중의 하나 역시, 먼저 이별의 고통을 겪은 사람으로서 적절한 이별의식과 애도의 중요성을 알리고, 뜻밖의 사고를 겪은 사람들이 더 이상 자신의 삶의 중요한 순간을 놓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 아픈 기억을 지우기 위해 애쓰느라 정작 내 삶의 기억을 남기는 것에 소홀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때로는 누군가 자신의 슬픔을 가감 없이 말하는 것을 듣는 행위만으로도, 나의 과거와 커다란 슬픔이 해명되기도 한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음, 그저 나로서 존재함을 받아들이며 독자들이 자신을 진실로 인정하고 살아갈 이유를 되찾을 수 있기를, 김세연 작가가 이 책을 쓰며 바란 것은 단지 그 하나였을 것이다. 우리는 트라우마 그 이상의 존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