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한 달 살기 

하지희 지음 | 2021-01-29 | 224쪽 | 13,000원


책은 좋아하지만 바쁘고 시간이 없어서 책과 멀어진 당신에게, 프랑스에서 날아온 슬로우리딩 끝판왕, 책에서 한 달 살기. 한 권의 책을 무려 한 달 동안 읽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미 안다고 생각했던 책도 읽을 때마다 우리에게 새로운 표정으로 말을 건다. 깊고 다채로운 대화를 통해 우리는 책과 다시 연결될 수 있다. 수많은 책 중 온전히 나의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책, 그 책들을 만나는 끈기 있는 여행의 기록. 


저·역자 소개 ▼

저자 하지희
프랑스 문화를 동경하고 음식을 좋아해 프랑스로 요리 유학을 떠났다. 파리 르 꼬르동 블루 Le Cordon Bleu를 졸업하고 남부 도시의 레스토랑에서 세컨드 셰프가 될 정도로 열심히 일했지만, 아시아 여성 이방인으로서 편견과 차별을 경험하며 타인과 생명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번아웃을 겪은 뒤 집과 직장을 정리하고, 밴을 움직이는 집 삼아 3년간 유럽 곳곳을 누비며 비건 레시피를 쌓아왔다. 현재 충청북도 괴산에서 ‘차별 없는 프랑스식 비건 음식’을 나눌 수 있는 작은 공간을 준비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가끔 여행하고 매일 이사합니다』 『책에서 한 달 살기』 『잘 먹고 싶어서, 요리 편지』가 있다. 
차례 ▼

프롤로그 7

서점과 책이 그리워지는 책에서의 한 달 15
『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

슬픈 봄이 따뜻한 책에서의 한 달 33
『소란』

글에서 위로받고 싶어지는 책에서의 한 달 47
『글쓰기의 최전선』

가능성을 믿고 싶어지는 책에서의 한 달 67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삶을 바꾼 책에서의 한 달 87
『아무튼, 비건』

타인을 제대로 마주하게 되는 책에서의 한 달 111
『대리사회』

언어 속에 빠져 살고 싶어지는 책에서의 한 달 127
『사라지는 번역자들』

최선을 다하고 싶은 책에서의 한 달 143
『안녕, 동백숲 작은 집』

솔직해지고 싶은 책에서의 한 달 159
『심신 단련』

나무의 든든한 철학을 새긴 책에서의 한 달 173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하루를 다르게 기억하고 싶어지는 책에서의 한 달 187
『이게,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지』

책이 불러낸 장면에서의 한 달 205 

편집자 추천글 ▼

“책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인 나의 하루, 한 달, 그리고 일년”
책으로 떠나는 한 달간의 여행, 책에서 한 달 살기


“삶은 여행”이라는 말이 닳고 닳은 클리셰라고 생각할 때, 우리 앞에 “삶도 여행”처럼 “책도 여행처럼” 읽는 작가가 나타났다. 프랑스로 요리 유학을 떠나 요리사로 일하다가 다 그만둔 후, 밴을 타고 여행하며 살게 된 하지희. 그러나 청춘영화의 인트로처럼 들리는 이 작가의 삶을 들여다보면 일상을 꾸려 가는 고단함과 2평짜리 밴으로 살림을 제한해야 하는 물리적 조건이 있다. 아…프랑스! 아…여행! 마냥 부러워하기에 그녀의 청춘영화는 매일을 살아내야 하는 현실이다. 당장, 책을 좋아하는 그녀에게 주어진 책장은 달랑 한 칸. 집이 좁다고 슬퍼하기보다는 이것을 계기로 정말 좋아하는 책만 남기기로 하면서 그녀의 <한 책 한 달 살기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한 도시에서 한 달 살아보기가 유행이던 시절이 전생처럼 느껴지는 코로나 시대, 작가는 한 도시가 아니라 한 책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면서 책 한 권을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보고 또 본다. ‘사적인서점’의 주인 정지혜가 자신의 책을 자신보다 더 다채롭게 읽어낸 하지희 작가를 두고 “잊을 수 없는 독자”라 칭한 이유다.

여행의 낭만과 느린 책읽기가 만드는 세계,
한 권의 책을 한 달 동안 읽었을 때 생기는 일들


한국에 잠깐 들른 외국인들마저 가장 먼저 배워가는 단어, “빨리빨리”. 농담인 듯 진담이 된 빨리빨리의 국민성은 단지 배달음식을 기다릴 때만 발휘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뼛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하는 책> <서울대 추천도서> 목록을 훑어보면 이미 몇 백 권. 이 책들을 다 읽으려면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니 새해 결심에 곧잘 등장하는 ‘책읽기 목표’는 최소 30에서 50권이다. 가만있자, 1년에 50권이면 한 달에 4권은 읽어야 하는데… 그럼 일주일에 한 권을 읽어야 한단 말이지…. 그리 많은 권수가 아니라 생각했는데 계산을 하고 보니 일주일에 최소 한 권을 해치워야 한다. 현실적으로 보였던 새해 목표는 갑자기 불가능한 미션이 되고, 다독에 대한 부담으로 책을 적게라도 읽는 게 아니라 아예 읽지 않아 버리는 기현상이 일어난다. 이런 우리에게 “한 달에 한 권을 천천히 읽는 독서법”이 반갑지 않을 리가.
한 달에 한 권을 여러 번 읽으면서 읽었던 책인데도 매번 새롭게 느끼고, 전에는 보지 못한 것을 끊임없이 발견한다는 하지희 작가. 책과 깊이 그리고 천천히 맺는 관계에서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느린 책읽기가 가능한 독서의 세계에서 그녀는 과거의 자신을 보고, 프랑스라는 나라를 정면으로 보고, 미래의 자신과 꿈을 본다. 동년배 작가에게 질투를 느끼다가도 그를 선생으로 받아들이고, 좋아하던 번역가의 글을 읽고 원서를 찾아 읽으며 번역가의 세계를 상상한다. 단순히 책의 줄거리만 읽는 독서에선 불가능한, 책이 불러오고 확장시키는 커다란 세계를 만난다. 그것이 바로, “한 권의 책을 한 달 동안 읽었을 때 생기는 일”이다.

“내 곁에 책이 아니라 사람 하나가 더해진다”
책읽기는 곧 동료를 얻는 일


책을 읽는 것은 작가와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 한 달 동안 열 번 이상 같은 사람과 만난다고 생각해 보라. 한 달 동안 서로의 속을 터놓는 그야말로 ‘절친’이 된다. 그렇게 하지희는 한 달에 하나씩 절친을 만들며 그 곁에 책이 아니라 사람을 남겼다. 레스토랑을 그만두고 요리가 아닌 책읽기와 글쓰기가 일상이 된 그녀는 글쓰기 선생님을 책으로 만나고, 자신과 남편이 함께 꿈꾸는 오가닉 라이프를 먼저 살고 있는 선배들을 또한 책으로 만난다. 별로 두껍지도 않은 책을 한 달씩이나 읽느냐는 의구심이 드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가 하루 온종일 친구와 끝도 없이 나누는 대화를 떠올려 보라. 곁에 두어 좋은 사람이 있듯, 곁에 두어 좋은 책이 있다.
한국만큼 음식에 진심인 나라 프랑스, 버터와 치즈를 공기처럼 들이마신다는 프랑스에서 요리사로 살았던 그녀를 비건으로 만든 것도 바로 비건 저자가 쓴 책이었다. 유난스럽게도 산다며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따가울 때 그녀는 자신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해 주는 그 책으로 들어가 친구와 한바탕 수다를 떤다. 오두막을 짓고 그곳에서 원테이블 레스토랑을 꾸리는 것이 꿈인 작가에게 또한 자기만의 공간과 사업을 꾸려나가는 법을 가르쳐주는 이도 책에서 만났다. 그렇게 하지희 작가는 항상 옆에 두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이자 동료인 책들을 한 달에 한 권 쌓아간다.

나에게만 명작인 책들,
의미와 재미는 발명하는 것


어떤 이야기가 재미있는 이유는 읽는 이가 거기에 이입하고 공감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낀다거나 그 속에서 자신과 관계되는 무언가를 찾아낼 때 이야기는 특별해진다. 모두가 명작이라고 하는데도 나에겐 별 감흥 없는 경우 혹은 그 정반대의 경우는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희 작가가 고심해서 고른 11권의 책은 그녀에게 모두 ‘인생책’이다. 그녀가 고른 책들이 특별한 이유는 그 책들에서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찾아냈기 때문이고, 그 속에서 의미와 재미를 발명해 냈기 때문이다.
독서와 책 고르기는 쉽게 전문가와 비평의 영역이 되곤 한다. 내가 읽는 방식이 맞을까? 내 독해가 잘못된 건 아닐까? 내가 고른 게 좋은 책일까? 우리는 스스로의 판단을 믿기보다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싶어 한다. 하지만 분명 모두가 좋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나에겐 별로인 책은 존재하고, 아무에게도 알아보아지지 못한 책이 나에게서 세상에 둘도 없는 명작이 되는 경험은 분명 있다. 책읽기는 내가 선택한 의지와 강도에 따라 차원을 달리하며 나의 삶을 전과 다른 것으로 만든다. 『책에서 한 달 살기』의 미덕은 다독에 대한 의무감과 부담을 덜어낸다는 것뿐 아니라 책과 나와의 관계를 전혀 다른 것으로 변모시킨다는 데 있다.
책을 읽지 않았다는 죄책감과 아주 많이 읽어야 한다는, 스스로 만들어 낸 부담감만 사라져도 책과 독서는 즐거운 활동이 된다. 며칠만 기다리면 무료인데도 참지 못하고 기어이 돈을 내 가며 웹소설의 다음 회를 읽는 우리 모습을 떠올려 보자. 읽기는 분명 재미있는 일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