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루몽
남영로 지음, 김풍기 옮김 | 2020-12-10 | 1,616쪽 | 58,500원
약 200년 전 지어진 남영로의 장편소설로, 당시 조선 전역에서 큰 인기를 누린 작품이다. 수많은 애독자들에 의해 여러 필사본이 세간을 떠돌았으며, 여성 인물들의 활약이 부각되어 아예 『강남홍전』, 『벽성선전』 등의 이본들이 나오기도 했다. 천상과 지상을 넘나드는 상상력, 개성 뚜렷한 인물들의 다툼과 사랑, 진법과 술법이 펼쳐지는 방대한 스케일의 전투, 섬세하고 아름다운 시와 노래들로 가득 찬 이 작품은, 현대에도 여전히 살아 숨쉬는 판타지의 고전으로 정의하기에 충분하다.
저·역자 소개 ▼
저자 남영로
호는 담초(潭樵), 자는 임종(林宗)으로 경기도 용인 화곡에서 출생했다. 숙종 때 영의정을 지낸 약천(藥泉) 남구만(南九萬)의 5대손으로, 그림에 능하여 『전고대방』(典故大方)이라는 조선 후기 인명사전에 이름이 올라가 있다. 젊은 시절 여러 차례 과거에 응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남영로는 부패한 과거제도에 환멸을 느껴 벼슬길을 단념하고, 화곡에 은거하여 제자백가서(諸子百家書)를 깊이 공부하며 청빈한 삶으로 평생을 보냈다. 은거하는 동안 옥련자(玉蓮子)라는 필명으로 지은 『옥련몽』(玉蓮夢)을 더욱 발전시켜 당대 최고의 고전소설 『옥루몽』(玉樓夢)을 집필했다.
옮긴이 김풍기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강원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고전문학사의 라이벌』(공저), 『선가귀감, 조선 불교의 탄생』, 『한시의 품격』, 『선물의 문화사』, 『한국 고전 소설의 매혹』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공역), 『옥루몽』 등이 있다.
차례 ▼
옥루몽1 낙화의 연
옥루몽2 혼탁의 장
옥루몽3 춘몽의 결
편집자 추천글 ▼
요즘 웹소설의 조상님, 『옥루몽』
재미도 있는데 의미도 있다
이제는 익숙해진 ‘기.다.무’ (기다리면 무료). 하지만 사람들은 기다리지 못하고 이내 결제를 하고 만다. 다음 회가 궁금해서. 1840년, 과거에 거듭 탈락하고, 부패한 과거제도에 환멸을 느껴 자신의 꿈을 펼치는 소설을 쓰기 시작한 남영로. 그가 쓴 『옥루몽』도 지금 ‘기.다.무’를 기다리지 못하는 독자들처럼 다음 회가 궁금해서 조선 전역이 난리가 나게 한 작품이다. 타임슬립은 기본이고, 온갖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독자의 밤잠을 빼앗는 요즘 웹소설의 가히 원조라 할 만하다.
넷플릭스 정주행의 심정으로,
도무지 기다릴 수 없는 “다음 회를 보시라!”
사람들이 모든 미국, 일본, 한국 드라마에 대해 한마디로 결론짓는 것은 다음과 같다. ○미드: 범인을 잡는다. ○일드: 교훈을 얻는다. ○한드: 사랑을 한다. 드라마를 좀 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결론이다. 놀라운 점은 『옥루몽』엔 이 세 가지가 다 있다는 것. 한 회가 끝날 때마다 도무지 책을 내려놓지 못하고 “다음 회를 보시라”고 하는 작가의 말에 순순히 따르게 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옥루몽』은 방대한 서사를 가득 채우는 다양한 에피소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사건으로 읽는 독자를 들었다 놨다 한다. 다양한 인물에 제각기 매력을 두어 저마다에 빠지게 만드는 건 기본이고, 통쾌한 액션 신이나 대사가 나오면 막힌 체증이 내려가는 듯한 느낌마저 받는다. 급박한 전개, 숱한 반전, 하지만 그 와중에 독자가 너무 숨차지 않게 마련한 노래와 시까지. 아름다운 자연과 유유자적하는 삶을 표현하는 노래와 시를 읽으며 급박했던 마음은 평온해지고, 잔치에 대한 묘사를 읽고 있노라면 덩달아 독자의 마음은 즐거워진다. 독자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는지 아는 프로 작가의 기술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현대에 『옥루몽』을 읽는 데 재미를 극대화하는 요소 중 하나는 이 소설이 페이크 주인공물이라는 점이다. 명목상 주인공은 양창곡이라는 남자지만, 사실상 여성이 전면에 나와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소설이다. 그야말로 뛰는 주인공 위에 나는 여인들이다. 앞으로 누가 더 활약할지 예측할 수 없는, 페이크 주인공물이 주는 특유의 재미도 있지만, 기성 세력에 순응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들을 골려 주고, 바라는 바와 정당한 바를 당당히 밝히며, 자신들의 능력으로 승승장구하는 여성들의 일대기로, 『옥루몽』은 흡사 성장물을 보고 있는 느낌마저 준다.
재미도 있는데 의미도 있다,
시공간을 넘어 같이 웃고, 같이 화내는 마음
악당을 물리치고, 사랑에 빠지고, 그릇된 사회 인식과 제도에 분노하고… 삼국 드라마의 재미요소를 두루 갖춘 『옥루몽』에서 단연 두드러지는 것은 여성 인물들의 활약이다. 『삼국지』나 『홍길동전』 등 기존 고전작품에서 남성 서서가 주를 이뤘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차이다. 그리고 또 여기서 우리가 발견하는 건 ‘소수자’ 혹은 ‘여성’이기 때문에 제약되는 현실적 조건들. 오랑캐 출신이라는 편견에도 자신의 능력을 펼쳐 보이는 여인을 보면서 우리가 힘을 얻는 건 아마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도 여전한 기회의 불평등과 여남차별에 대한 깊은 좌절과 피로도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부패한 과거제도(입시제도) 때문에 자신의 꿈이 좌절되어 작가 자신이 그리는 꿈[몽] 이야기를 글로 썼다는 것도 『옥루몽』의 의의를 더해 준다. 임금이 자기 마음에 든다고 인재등용을 하는 장면을 읽으며 울화가 치미는 것은, 입시비리와 부정입학 등이 조선에서만 끝난 것이 아니라 2000년대 대한민국에서도 여전한 까닭일 것이다.
스토리의 가장 큰 법칙은 무엇보다도 ‘재미가 있을 것’이겠지만 그 기저에는 ‘독자를 어디론가 데리고 갈 것’이 있다. 독자는 이야기를 통해 지금 여기가 아닌 어디론가 떠나길 원한다. 1840년에 쓰여진 소설을 읽으며 우리는 작가가 그리는 꿈의 세상으로 떠난다. 천상과 지상을 넘나들고, 이 나라 저 나라를 다니며 활을 쏘면서 남들이 한계라 부른 벽을 부순다. 작가가 『옥루몽』을 쓰면서 바랐던 세상, 독자가 읽으며 꿈꾸었던 세상, 그것을 지금 여기에서 읽으며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는 우리에게 『옥루몽』이 옛날에 쓰인 두꺼운 책이라는 건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재미도 있는데 의미도 있다
이제는 익숙해진 ‘기.다.무’ (기다리면 무료). 하지만 사람들은 기다리지 못하고 이내 결제를 하고 만다. 다음 회가 궁금해서. 1840년, 과거에 거듭 탈락하고, 부패한 과거제도에 환멸을 느껴 자신의 꿈을 펼치는 소설을 쓰기 시작한 남영로. 그가 쓴 『옥루몽』도 지금 ‘기.다.무’를 기다리지 못하는 독자들처럼 다음 회가 궁금해서 조선 전역이 난리가 나게 한 작품이다. 타임슬립은 기본이고, 온갖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독자의 밤잠을 빼앗는 요즘 웹소설의 가히 원조라 할 만하다.
넷플릭스 정주행의 심정으로,
도무지 기다릴 수 없는 “다음 회를 보시라!”
사람들이 모든 미국, 일본, 한국 드라마에 대해 한마디로 결론짓는 것은 다음과 같다. ○미드: 범인을 잡는다. ○일드: 교훈을 얻는다. ○한드: 사랑을 한다. 드라마를 좀 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결론이다. 놀라운 점은 『옥루몽』엔 이 세 가지가 다 있다는 것. 한 회가 끝날 때마다 도무지 책을 내려놓지 못하고 “다음 회를 보시라”고 하는 작가의 말에 순순히 따르게 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옥루몽』은 방대한 서사를 가득 채우는 다양한 에피소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사건으로 읽는 독자를 들었다 놨다 한다. 다양한 인물에 제각기 매력을 두어 저마다에 빠지게 만드는 건 기본이고, 통쾌한 액션 신이나 대사가 나오면 막힌 체증이 내려가는 듯한 느낌마저 받는다. 급박한 전개, 숱한 반전, 하지만 그 와중에 독자가 너무 숨차지 않게 마련한 노래와 시까지. 아름다운 자연과 유유자적하는 삶을 표현하는 노래와 시를 읽으며 급박했던 마음은 평온해지고, 잔치에 대한 묘사를 읽고 있노라면 덩달아 독자의 마음은 즐거워진다. 독자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는지 아는 프로 작가의 기술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현대에 『옥루몽』을 읽는 데 재미를 극대화하는 요소 중 하나는 이 소설이 페이크 주인공물이라는 점이다. 명목상 주인공은 양창곡이라는 남자지만, 사실상 여성이 전면에 나와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소설이다. 그야말로 뛰는 주인공 위에 나는 여인들이다. 앞으로 누가 더 활약할지 예측할 수 없는, 페이크 주인공물이 주는 특유의 재미도 있지만, 기성 세력에 순응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들을 골려 주고, 바라는 바와 정당한 바를 당당히 밝히며, 자신들의 능력으로 승승장구하는 여성들의 일대기로, 『옥루몽』은 흡사 성장물을 보고 있는 느낌마저 준다.
재미도 있는데 의미도 있다,
시공간을 넘어 같이 웃고, 같이 화내는 마음
악당을 물리치고, 사랑에 빠지고, 그릇된 사회 인식과 제도에 분노하고… 삼국 드라마의 재미요소를 두루 갖춘 『옥루몽』에서 단연 두드러지는 것은 여성 인물들의 활약이다. 『삼국지』나 『홍길동전』 등 기존 고전작품에서 남성 서서가 주를 이뤘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차이다. 그리고 또 여기서 우리가 발견하는 건 ‘소수자’ 혹은 ‘여성’이기 때문에 제약되는 현실적 조건들. 오랑캐 출신이라는 편견에도 자신의 능력을 펼쳐 보이는 여인을 보면서 우리가 힘을 얻는 건 아마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도 여전한 기회의 불평등과 여남차별에 대한 깊은 좌절과 피로도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부패한 과거제도(입시제도) 때문에 자신의 꿈이 좌절되어 작가 자신이 그리는 꿈[몽] 이야기를 글로 썼다는 것도 『옥루몽』의 의의를 더해 준다. 임금이 자기 마음에 든다고 인재등용을 하는 장면을 읽으며 울화가 치미는 것은, 입시비리와 부정입학 등이 조선에서만 끝난 것이 아니라 2000년대 대한민국에서도 여전한 까닭일 것이다.
스토리의 가장 큰 법칙은 무엇보다도 ‘재미가 있을 것’이겠지만 그 기저에는 ‘독자를 어디론가 데리고 갈 것’이 있다. 독자는 이야기를 통해 지금 여기가 아닌 어디론가 떠나길 원한다. 1840년에 쓰여진 소설을 읽으며 우리는 작가가 그리는 꿈의 세상으로 떠난다. 천상과 지상을 넘나들고, 이 나라 저 나라를 다니며 활을 쏘면서 남들이 한계라 부른 벽을 부순다. 작가가 『옥루몽』을 쓰면서 바랐던 세상, 독자가 읽으며 꿈꾸었던 세상, 그것을 지금 여기에서 읽으며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는 우리에게 『옥루몽』이 옛날에 쓰인 두꺼운 책이라는 건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