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진실되거나, 아예 진실되지 않거나
데이비드 립스키 지음, 이은경 옮김 | 2020-08-17 | 528쪽 | 21,000원
차 앞 좌석에 나란히 앉은 립스키와 월리스. 그들 사이엔 씹는 담배와 탄산음료가 놓여 있다. 창문 틈으로 차가운 밤공기가 스며들고, 오디오에선 R.E.M.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그들은 모든 것에 관해 이야기하고,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한다.
『롤링스톤』 기자이자 소설가인 데이비드 립스키와 미국을 뒤흔든 천재 작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일주일. 평생 우울증에 시달렸던 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꺼진 현실은 어떤 것이었을까. 죽기 전 마지막 날까지 원고를 정리한 그에게 글쓰기란 무엇이었을까. 한 인간으로서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문학과 예술, 삶에 관한 모든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저·역자 소개 ▼
저자 데이비드 립스키
『롤링스톤』의 객원편집자. 『뉴요커』, 『뉴욕타임스』, 『하퍼스』 등 다양한 잡지와 신문에 글을 쓴다. The Art Fair , Three Thousand Dollars 등의 소설을 썼고, 『타임』이 '올해의 책'(2003)으로 선정한 Absolutely American은 비소설 부분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옮긴이 이은경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번역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옮긴 책으로는 『배드 걸 굿 걸』, 『편집의 정석』, 『피터 팬』, 『좋은 산문의 길, 스타일』, 『젊은 작가에게 보내는 편지』, 『엄청나게 시끄럽고 지독하게 위태로운 나의 자궁』, 『처음부터 진실되거나, 아예 진실되지 않거나』, 『번역의 일』 등이 있다.
차례 ▼
서문 7
들어가며 12
마치면서 15
처음부터 진실되거나, 아예 진실되지 않거나 45
대화에 나온 작품들 519
감사의 말 525
편집자 추천글 ▼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x 데이비드 립스키
『무한한 재미』 북투어 5일간의 미공개 인터뷰집 출간
차 앞 좌석에 나란히 앉은 립스키와 월리스. 그들 사이엔 씹는 담배와 탄산음료가 놓여 있다. 창문 틈으로 차가운 밤공기가 스며들고, 오디오에선 R.E.M.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그들은 모든 것에 관해 이야기하고,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한다.
너무 일찍 인생의 모든 것을 알아 버린 천재 작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고통스러울 만큼 솔직한 고백
미국을 뒤흔든 천재 작가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그의 작품보다 작가로서의 이력으로 더 유명하다. 졸업논문으로 쓴 장편소설(『시스템의 빗자루』)을 통해 데뷔했고, 24살에 이미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으며, 34살에 발표한 『무한한 재미』와 함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도약했으니, 그야말로 '천재 작가'다운 화려한 이력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십 대 때부터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앓았고, 스무 살 무렵부터 항우울제를 복용했으며, 결국 46세의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굴곡진 인생을 살았다.
흥미진진하고, 깊은 곳까지 다가가는 대화, 통찰, 우스꽝스러움, 넘치는 유머를 가진 참으로 깊고 놀랍고, 징글징글할 정도의 인간. 결국,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뿐이다. -메나켐 카이저(애틀랜틱)
미공개 인터뷰집으로 화제를 모은 『처음부터 진실되거나, 아예 진실되지 않거나』는 그 모든 게 시작된 처음으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롤링스톤』 기자이자 소설가인 데이비드 립스키는 『무한한 재미』 북투어의 마지막 5일을 동행하며 월리스를 인터뷰한다. 당시 『롤링스톤』의 신입기자이자 아직 작가로 성공하기 전이었던 립스키는 월리스가 쓰고 말하는 모든 것을 둘러싼 열기 속에서 동시대 젊은 작가로서의 선망과 호기심을 품은 채 그를 마주한다. 그리고 기자라는 자격으로 독자를 대신해 누구나 궁금해하지만 묻지 못했던 질문을 가감 없이 던진다.
이 책이 여타 유명 작가의 대담집과 다른 것은 북투어 순회 일정을 함께한 로드트립이라는 점에 있다. 두 젊은 작가는 함께 체스를 두고, 얼어붙은 공항에 도착해 추가 비행편을 타기 위해 시카고로 달려가고, 낭독회와 사인회의 무례한 질문을 견디고, 호텔에서 함께 TV를 보고, 월리스의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마지막 홍보 일정을 마친 뒤 세 개의 주를 건너고 225km를 달려 일리노이의 집에 돌아오기까지, 닷새에 걸친 일련의 사건 속에서 립스키는 성공한 작가에 대한 편견 혹은 기대를 버리고 한 인간으로서의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를 오롯이 이해하게 된다.
지독한 우울감에 빠진 염세주의자, 혹은
예술이 전적으로 마법이라고 믿는 꼬마 아이
월리스를 처음 만난 독자들은 그의 이중적인 모습에 다소 당황할지도 모른다. 월리스는 철학을 전공하고 사전을 씹어 먹은 듯한 어휘량을 가진 문법주의자였지만, "다 자라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허클베리 핀처럼 속된 말을 섞어" 썼고, 세상에 대한 불평불만을 토로하고 염증을 느끼면서도, 사람들을 웃기고 인정받길 원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TV가 시청자를 멍청하게 만든다고 지적하면서 밤새 TV를 보고, 저혈당증 때문에 두통과 속쓰림을 감수하면서도 사탕과 콜라를 달고 사는 월리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립스키는 우리에게 월리스의 삶에 관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월리스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았는지를 보여 준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직 월리스를 좋아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그를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앨리시아 루베롤(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그는 모순적인 방식으로 모순투성이인 인생을 맞닥뜨리며 살았지만, 거기엔 늘 삶에 대한 낙관과 애정이 깃들어 있었다. 월리스는 검은 개 두 마리를 키웠는데 한 마리는 너무 못생겨서 아무도 기르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또 다른 한 마리는 조깅하는 중에 우연히 마주쳤기 때문이었다. 또한, 머릿속에 '새 차를 사'라는 목소리가 맴돈다고 하면서도 '아픈 친구일 뿐'이란 이유로 1985년산 닛산 센트라를 버리지 못했다. 씹는 담배를 뱉기 위해 안이 보이지 않는 컵을 찾아다니고, 객실 청소부를 위해 호텔 방을 정리하는 모습에서는 립스키의 시선으로 본 월리스 식 다정함을 엿볼 수 있다.
결국 우리를 우리 자신이 되게 하는
외로움, 그리고 나머지 모든 것들에 관한 이야기
월리스와의 대화는 립스키의 인생을 바꿨고, 월리스의 몇몇 문장은 평생 그의 삶에 남아 그와 함께했다. 립스키에게 있었던 것과 같은 일이, 이 아름다운 책을 만나는 많은 독자들에게 똑같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에드먼도 파즈 솔라단(엘 모스트라도)
너무 이른 나이에 성공을 거둔 월리스는 바로 그 덕에 누구보다 일찍 무엇이 자신에게 의미 있는지 찾아 나섰다. 그에게 현실은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기자회견이 아닌, 종이 한 장을 앞에 두고 방 안에 앉아 있는 것이었고, "온갖 소용돌이와 미친 듯 돌아가는 원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그가 남들보다 조금 일찍 깨달은 건 소중한 사람을 대하듯 자기 자신을 대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책에는 월리스의 살아 있는 말들이 있다. 트레이드마크라고 생각했던 두건이 실은 불안을 잠재우고 마음을 다스리는 안심 담요 같은 존재라는 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에서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생각하면 미쳐 버릴 것 같아서 일부러 거울을 보지 않는다는 말, 인터뷰를 하며 "이 말은 취소해 주세요"라고 요청하는 말들은 그의 가장 내밀하고 연약한, 그래서 동시에 가장 다가가고 싶은 내면을 드러낸다.
"사람이 노력을 통해서 진실될 수는 없다. 처음부터 진실되거나 아예 진실되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이지, 애써서 도달하는 상태가 아니다." 월리스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밑바닥까지 진실되고자 노력했다.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에요. 이건 진실이에요. 제가 정말로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거죠."
그들이 닷새 내내 타고 다닌 초록색 폰티악 그랜드 앰, 『무한한 재미』 낭독회가 열린 뉴욕의 타워 북스와 LA의 더튼스, 그들이 함께 묵었던 휘트니 호텔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우리에겐 그의 말들이, 『처음부터 진실되거나, 아예 진실되지 않거나』의 생생한 목소리가 남아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넘기며 립스키가 그랬듯이 "삶으로부터 돌아서서 안도하는 대신, 삶이 무엇인지 다시금 상기"하게 될 것이다. 생전의 월리스가 그랬듯 더없이 소박하고 친밀하고 사랑스러운 방식으로.
『무한한 재미』 북투어 5일간의 미공개 인터뷰집 출간
차 앞 좌석에 나란히 앉은 립스키와 월리스. 그들 사이엔 씹는 담배와 탄산음료가 놓여 있다. 창문 틈으로 차가운 밤공기가 스며들고, 오디오에선 R.E.M.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그들은 모든 것에 관해 이야기하고,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한다.
너무 일찍 인생의 모든 것을 알아 버린 천재 작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고통스러울 만큼 솔직한 고백
미국을 뒤흔든 천재 작가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그의 작품보다 작가로서의 이력으로 더 유명하다. 졸업논문으로 쓴 장편소설(『시스템의 빗자루』)을 통해 데뷔했고, 24살에 이미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으며, 34살에 발표한 『무한한 재미』와 함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도약했으니, 그야말로 '천재 작가'다운 화려한 이력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십 대 때부터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앓았고, 스무 살 무렵부터 항우울제를 복용했으며, 결국 46세의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굴곡진 인생을 살았다.
흥미진진하고, 깊은 곳까지 다가가는 대화, 통찰, 우스꽝스러움, 넘치는 유머를 가진 참으로 깊고 놀랍고, 징글징글할 정도의 인간. 결국,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뿐이다. -메나켐 카이저(애틀랜틱)
미공개 인터뷰집으로 화제를 모은 『처음부터 진실되거나, 아예 진실되지 않거나』는 그 모든 게 시작된 처음으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롤링스톤』 기자이자 소설가인 데이비드 립스키는 『무한한 재미』 북투어의 마지막 5일을 동행하며 월리스를 인터뷰한다. 당시 『롤링스톤』의 신입기자이자 아직 작가로 성공하기 전이었던 립스키는 월리스가 쓰고 말하는 모든 것을 둘러싼 열기 속에서 동시대 젊은 작가로서의 선망과 호기심을 품은 채 그를 마주한다. 그리고 기자라는 자격으로 독자를 대신해 누구나 궁금해하지만 묻지 못했던 질문을 가감 없이 던진다.
이 책이 여타 유명 작가의 대담집과 다른 것은 북투어 순회 일정을 함께한 로드트립이라는 점에 있다. 두 젊은 작가는 함께 체스를 두고, 얼어붙은 공항에 도착해 추가 비행편을 타기 위해 시카고로 달려가고, 낭독회와 사인회의 무례한 질문을 견디고, 호텔에서 함께 TV를 보고, 월리스의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마지막 홍보 일정을 마친 뒤 세 개의 주를 건너고 225km를 달려 일리노이의 집에 돌아오기까지, 닷새에 걸친 일련의 사건 속에서 립스키는 성공한 작가에 대한 편견 혹은 기대를 버리고 한 인간으로서의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를 오롯이 이해하게 된다.
지독한 우울감에 빠진 염세주의자, 혹은
예술이 전적으로 마법이라고 믿는 꼬마 아이
월리스를 처음 만난 독자들은 그의 이중적인 모습에 다소 당황할지도 모른다. 월리스는 철학을 전공하고 사전을 씹어 먹은 듯한 어휘량을 가진 문법주의자였지만, "다 자라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허클베리 핀처럼 속된 말을 섞어" 썼고, 세상에 대한 불평불만을 토로하고 염증을 느끼면서도, 사람들을 웃기고 인정받길 원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TV가 시청자를 멍청하게 만든다고 지적하면서 밤새 TV를 보고, 저혈당증 때문에 두통과 속쓰림을 감수하면서도 사탕과 콜라를 달고 사는 월리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립스키는 우리에게 월리스의 삶에 관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월리스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았는지를 보여 준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직 월리스를 좋아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그를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앨리시아 루베롤(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그는 모순적인 방식으로 모순투성이인 인생을 맞닥뜨리며 살았지만, 거기엔 늘 삶에 대한 낙관과 애정이 깃들어 있었다. 월리스는 검은 개 두 마리를 키웠는데 한 마리는 너무 못생겨서 아무도 기르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또 다른 한 마리는 조깅하는 중에 우연히 마주쳤기 때문이었다. 또한, 머릿속에 '새 차를 사'라는 목소리가 맴돈다고 하면서도 '아픈 친구일 뿐'이란 이유로 1985년산 닛산 센트라를 버리지 못했다. 씹는 담배를 뱉기 위해 안이 보이지 않는 컵을 찾아다니고, 객실 청소부를 위해 호텔 방을 정리하는 모습에서는 립스키의 시선으로 본 월리스 식 다정함을 엿볼 수 있다.
결국 우리를 우리 자신이 되게 하는
외로움, 그리고 나머지 모든 것들에 관한 이야기
월리스와의 대화는 립스키의 인생을 바꿨고, 월리스의 몇몇 문장은 평생 그의 삶에 남아 그와 함께했다. 립스키에게 있었던 것과 같은 일이, 이 아름다운 책을 만나는 많은 독자들에게 똑같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에드먼도 파즈 솔라단(엘 모스트라도)
너무 이른 나이에 성공을 거둔 월리스는 바로 그 덕에 누구보다 일찍 무엇이 자신에게 의미 있는지 찾아 나섰다. 그에게 현실은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기자회견이 아닌, 종이 한 장을 앞에 두고 방 안에 앉아 있는 것이었고, "온갖 소용돌이와 미친 듯 돌아가는 원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그가 남들보다 조금 일찍 깨달은 건 소중한 사람을 대하듯 자기 자신을 대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책에는 월리스의 살아 있는 말들이 있다. 트레이드마크라고 생각했던 두건이 실은 불안을 잠재우고 마음을 다스리는 안심 담요 같은 존재라는 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에서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생각하면 미쳐 버릴 것 같아서 일부러 거울을 보지 않는다는 말, 인터뷰를 하며 "이 말은 취소해 주세요"라고 요청하는 말들은 그의 가장 내밀하고 연약한, 그래서 동시에 가장 다가가고 싶은 내면을 드러낸다.
"사람이 노력을 통해서 진실될 수는 없다. 처음부터 진실되거나 아예 진실되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이지, 애써서 도달하는 상태가 아니다." 월리스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밑바닥까지 진실되고자 노력했다.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에요. 이건 진실이에요. 제가 정말로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거죠."
그들이 닷새 내내 타고 다닌 초록색 폰티악 그랜드 앰, 『무한한 재미』 낭독회가 열린 뉴욕의 타워 북스와 LA의 더튼스, 그들이 함께 묵었던 휘트니 호텔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우리에겐 그의 말들이, 『처음부터 진실되거나, 아예 진실되지 않거나』의 생생한 목소리가 남아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넘기며 립스키가 그랬듯이 "삶으로부터 돌아서서 안도하는 대신, 삶이 무엇인지 다시금 상기"하게 될 것이다. 생전의 월리스가 그랬듯 더없이 소박하고 친밀하고 사랑스러운 방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