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의 글쓰기 랩

김봉현 지음 | 2019-09-02 | 416쪽 | 16,000원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다. 그러나 나의 글을 보여줄 기회가 많아진 만큼 믿음직스러운 피드백을 받기란 더욱 어려워졌다. 칭찬하는 댓글이 달려도 내가 정말 글을 잘 쓰는지 확신이 안 선다. 글쓰기 수업이나 합평 모임에 참여해볼까? 그러나 내 글에 대한 평가와 반응이 너무 두렵다. 안 좋은 평을 듣는 순간 문밖으로 뛰쳐나갈 것만 같다.

선생님이나 합평 멤버를 직접 마주할 필요 없이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김봉현의 글쓰기 랩: 디스 아닙니다, 피드백입니다』는 ‘망한 글’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을 위한 글쓰기 피드백 사전이다. 글을 쓸 때의 태도, 특정 장르의 글을 쓰는 기술, 실제 피드백 사례를 책 한 권에 꾹꾹 눌러 담았다.


저·역자 소개 ▼

저자 김봉현
흔히 음악평론가로 불리지만 힙합 저널리스트라는 직함을 더 선호한다. 2003년부터 음악에 관해 글을 썼고 19권의 책을 냈다. 바이닐 5000장을 모았고 MBTI는 INTJ다. 좋은 문장을 쓰던 사람으로 남고 싶다. 힙합과는 평생 함께한다. 
차례 ▼

부끄럽지만 피드백은 받고 싶은 당신에게,
15년 차 전업 작가 김봉현이 알려주는 글쓰기 노하우!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다. 나의 글을 보여줄 기회가 많아지긴 했는데, 그만큼 믿음직스러운 피드백을 받을 수 있을까? 칭찬하는 댓글이 달려도 내가 정말 글을 잘 쓰는지 확신이 안 선다. 글쓰기 수업이나 합평 모임에 참여해볼까? 그러나 내 글에 대한 평가와 반응이 너무 두렵다. 안 좋은 평을 듣는 순간 문밖으로 뛰쳐나갈 것만 같다.

선생님이나 합평 멤버를 직접 마주할 필요 없이 피드백을 받을 수 있기를 기다려왔던 방구석 라이터들에게 이 책은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김봉현의 글쓰기 랩: 디스 아닙니다, 피드백입니다』는 ‘망한 글’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을 위한 글쓰기 피드백 사전으로 글을 쓸 때의 태도, 특정 장르의 글을 쓰는 기술, 실제 피드백 사례를 책 한 권에 꾹꾹 눌러 담았다.

문화계를 종횡무진하던 힙합저널리스트,
글쓰기 책을 내다


김봉현, 그는 힙합저널리스트라는 이름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왔다. 웹툰 스토리 작가, 유튜버, 팟캐스트 진행자, 칼럼니스트, 다큐멘터리 기획자, 그야말로 문화계 전반을 종횡무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 모든 활동을 포함할 수 있는 단어는 바로 ‘작가’가 아닐까? 김봉현은 글을 통해 밥을 먹고 살아온 15년 차 전업 작가다. 10권이 넘는 책을 썼고, 신문과 잡지에서 고정 칼럼을 연재했으며, 글쓰기 수업과 합평모임을 운영하기도 했다. 수없이 많을 글을 쓰고, 수없이 많은 학생의 글을 읽어온 그가 이제야 글쓰기 책을 냈다는 사실이 오히려 낯설어 보이기도 한다. 모두가 책을 내고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에, 그는 글쓰기에 관해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글과 삶은 같다”
-나다운 글이 나다운 삶을 만든다


김봉현은 사람들이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한다. 생각해보면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포클레인 운전이나 피겨 스케이팅처럼 특별한 기술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글이란 자신의 생각을 글자로 옮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필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그들처럼 글을 잘 쓰고 싶어 한다. 도대체 왜?

일러스트레이터 수이코(Suiko)와의 대화에서 그는 해답을 얻는다. 수이코는 “지금은 누구나 어디에든 글을 쓸 수 있는 시대고, 그 글이 쉽게 공유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글 잘 쓰는 게 너무 중요”(21쪽)하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의 글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쓴 글로 남을 설득하거나 반박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는 온전한 자신의 생각과 표현으로 만족할 만한 소통을 하고 싶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글을 잘 쓴다는 건 어느새 만족스러운 삶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되었다.

“자기 내면을 글로 잘 정돈해서 표현한다는 것은 결국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 소통과 교감을 훌륭하게 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에는 자존감, 성취감, 개인의 존엄,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 특성, 인간관계 등 사람의 삶을 구성하는 기본 가치들이 모두 엮여 있다. 더 나아가,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은 곧 ‘나의 삶을 잘 살고 싶다’는 마음과 같다고 말한다면 비약일까. 비약일지는 몰라도 근본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라고 믿는다.”-본문 24~25쪽

말이 안 나와 답답할 때가 있다. 글이 안 써져 답답할 때가 있다. 하고 싶은 말을 한다는 건 ‘나’라는 존재를 타인에게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다. 반대로 하고 싶은 말을 못 하는 건 ‘나’라는 존재를 세상에서 숨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봉현은 글쓰기의 기술을 구체적으로 서술하면서도 “결국엔 나다운 글을 쓰자”(49쪽)고 이야기한다. 이론과 현실 사이를, 기성 법칙과 자신의 정체성 사이를 오가며 치열하게 고민하는 이유도 ‘나다운 글’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다. 다른 사람의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이면서도 끝까지 나의 스타일을 잃지 말아야 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에세이랑 칼럼은 뭐가 다르지?
글쓰기, 정말 1도 모르겠다!


글쓰기의 철학과 태도를 고민했다면 이제 구체적인 글쓰기의 포인트를 배워야 할 차례. 김봉현은 글쓰기를 1도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에세이, 칼럼, 리뷰의 정의를 설명하고, 첫 문장-문단-글의 구성-고쳐쓰기로 이어지는 글쓰기의 순서를 차례대로 따라간다. 독자들이 무엇을 모를지 몰라서 전부 다 준비한 저자의 정성이랄까? 교과서에 나오는 규칙이 아니라 저자 스스로 체득한 ‘봉현의 법칙’인 만큼 당장 적용할 수 있는 유용한 팁으로 가득하다. 안 써본 글이 없는 전업 작가의 실전 조언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유기체를 구글에서 검색하면 이렇게 뜻이 나온다. ‘각 부분이 일정한 목적하에 통일ㆍ조직되어 있으며, 부분과 전체가 필연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는 조직체.’

그렇다. 이것이 글이다. 예를 들어 보자. 방금 당신은 첫 문단에 있는 A라는 단어가 맘에 들지 않아 B라는 단어로 바꾸었다. 물론 이 문장 안에서만 보면 좋은 수정일 수 있다. 하지만 글 전체로 시야를 넓히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만약 글의 나머지 문단에 B라는 단어가 이미 여러 군데에 포진하고 있다면?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동어반복 느낌이 든다면? 조금 과장하자면 당신은 한 문장을 얻고 글 하나를 잃은 것이다.”-본문 223~224쪽

글쓰기에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규칙이 있을까? 책에 나오는 표현대로 하늘에서 내려온 신처럼 떠받들어야 하는 규칙은 없다. 그러나 아무런 고민 없이 마구잡이로 글을 쓸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글의 전체를 보는 것이고, 글이 놓여있는 맥락을 보는 것이다. 문장 하나가 나아졌다고 글 전체가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 전에 쓰인 표현보다 더 정제된 표현으로 옮겼다고 글이 깔끔해지는 것도 아니다. 문장 하나가 나아져도 전체 글과 어울리지 않는다면 글을 망친 것이다. 당시의 진실한 감정이 독자에게 울림을 주는 글이라면 거친 표현 그대로 놔두는 것이 좋다. 김봉현은 글쓰기란 “기술이 지배하는 세계이자 기술이 전부인 세계”(221쪽)가 아니며, 내가 쓴 글을 고치고 또 고치면서 “글을 정밀하고도 총체적으로 이해”(221쪽)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망한 글이 바로 내 글이었어”
타인의 눈으로 내 글을 보게 하는 합평과 피드백


내가 쓴 글의 문제는 아무리 노력해도 보이지 않는 법. 이럴 때 다른 사람의 코멘트가 중요하다. 김봉현은 오랜 시간 합평 모임을 운영해왔다. 합평 멤버들의 글은 중간중간 인용되는데, 그만큼 합평 멤버들은 이 책의 또 다른 저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봉현이 합평 멤버들의 글에 달아놓은 코멘트를 읽는 순간 괜히 뜨끔할지도 모른다. 저자가 ‘망한 글’로 언급한 글과 내가 쓴 글이 너무도 닮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글을 쓰며 행한 잘못들은 선배 작가들이 글을 쓰며 저지른 실수들이기도 하다. 그만큼 모든 작가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마련이다. 조금이라도 실수를 피해가려면 글을 쓸 때 어떤 함정에 빠지기 쉬운지를 미리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비록 그 과정은 지난하고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적지 않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되더라도, 또 설령 그 결과가 자신이 정해 놓은 이분법의 도식에 들어맞지 않더라도, 그 오류의 찝찝함을 늘 각오하며 수용할 수 있는 태도로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갑자기 삶에 관해 이야기한 이유는 글도 결국 삶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글을 쓸 때에도 우리는 그 속에서 삶을 연장하고 있는 것뿐이다. 때문에 삶에서 견지해야 할 태도를 글에서도 견지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세상이고 그것이 김봉현의 법칙이다.-본문 141쪽

내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다른 독자를 설득해야 한다. ‘나다운 글’이 ‘내 맘대로 쓴 글’과 다른 이유는 그 때문이다. 저자 김봉현은 인터뷰에서 “나 혼자서는 도저히 해낼 수 없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합평이라고 이야기했다. 내가 보지 못하는 내 글의 단점, 안 좋은 버릇을 다른 멤버들이 피드백해줄 때 내 글은 점점 나아지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주기적으로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우리의 삶에 큰 도움이 된다. 글을 쓸 때마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정리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내 글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삶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생각을 떠올리고,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자리에서 세상을 본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이 나의 삶을 잘 살고 싶다는 마음이라면, 좋은 글을 쓰려는 노력은 나의 세계를 확장하려는 노력이나 다름없다.

편집자 추천글 ▼

부끄럽지만 피드백은 받고 싶은 당신에게,
15년 차 전업 작가 김봉현이 알려주는 글쓰기 노하우!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다. 나의 글을 보여줄 기회가 많아지긴 했는데, 그만큼 믿음직스러운 피드백을 받을 수 있을까? 칭찬하는 댓글이 달려도 내가 정말 글을 잘 쓰는지 확신이 안 선다. 글쓰기 수업이나 합평 모임에 참여해볼까? 그러나 내 글에 대한 평가와 반응이 너무 두렵다. 안 좋은 평을 듣는 순간 문밖으로 뛰쳐나갈 것만 같다.

선생님이나 합평 멤버를 직접 마주할 필요 없이 피드백을 받을 수 있기를 기다려왔던 방구석 라이터들에게 이 책은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김봉현의 글쓰기 랩: 디스 아닙니다, 피드백입니다』는 ‘망한 글’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을 위한 글쓰기 피드백 사전으로 글을 쓸 때의 태도, 특정 장르의 글을 쓰는 기술, 실제 피드백 사례를 책 한 권에 꾹꾹 눌러 담았다.

문화계를 종횡무진하던 힙합저널리스트,
글쓰기 책을 내다

김봉현, 그는 힙합저널리스트라는 이름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왔다. 웹툰 스토리 작가, 유튜버, 팟캐스트 진행자, 칼럼니스트, 다큐멘터리 기획자, 그야말로 문화계 전반을 종횡무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 모든 활동을 포함할 수 있는 단어는 바로 ‘작가’가 아닐까? 김봉현은 글을 통해 밥을 먹고 살아온 15년 차 전업 작가다. 10권이 넘는 책을 썼고, 신문과 잡지에서 고정 칼럼을 연재했으며, 글쓰기 수업과 합평모임을 운영하기도 했다. 수없이 많을 글을 쓰고, 수없이 많은 학생의 글을 읽어온 그가 이제야 글쓰기 책을 냈다는 사실이 오히려 낯설어 보이기도 한다. 모두가 책을 내고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에, 그는 글쓰기에 관해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글과 삶은 같다”
-나다운 글이 나다운 삶을 만든다


김봉현은 사람들이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한다. 생각해보면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포클레인 운전이나 피겨 스케이팅처럼 특별한 기술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글이란 자신의 생각을 글자로 옮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필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그들처럼 글을 잘 쓰고 싶어 한다. 도대체 왜?

일러스트레이터 수이코(Suiko)와의 대화에서 그는 해답을 얻는다. 수이코는 “지금은 누구나 어디에든 글을 쓸 수 있는 시대고, 그 글이 쉽게 공유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글 잘 쓰는 게 너무 중요”(21쪽)하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의 글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쓴 글로 남을 설득하거나 반박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는 온전한 자신의 생각과 표현으로 만족할 만한 소통을 하고 싶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글을 잘 쓴다는 건 어느새 만족스러운 삶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되었다.

“자기 내면을 글로 잘 정돈해서 표현한다는 것은 결국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 소통과 교감을 훌륭하게 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에는 자존감, 성취감, 개인의 존엄,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 특성, 인간관계 등 사람의 삶을 구성하는 기본 가치들이 모두 엮여 있다. 더 나아가,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은 곧 ‘나의 삶을 잘 살고 싶다’는 마음과 같다고 말한다면 비약일까. 비약일지는 몰라도 근본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라고 믿는다.”-본문 24~25쪽

말이 안 나와 답답할 때가 있다. 글이 안 써져 답답할 때가 있다. 하고 싶은 말을 한다는 건 ‘나’라는 존재를 타인에게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다. 반대로 하고 싶은 말을 못 하는 건 ‘나’라는 존재를 세상에서 숨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봉현은 글쓰기의 기술을 구체적으로 서술하면서도 “결국엔 나다운 글을 쓰자”(49쪽)고 이야기한다. 이론과 현실 사이를, 기성 법칙과 자신의 정체성 사이를 오가며 치열하게 고민하는 이유도 ‘나다운 글’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다. 다른 사람의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이면서도 끝까지 나의 스타일을 잃지 말아야 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에세이랑 칼럼은 뭐가 다르지?
글쓰기, 정말 1도 모르겠다!


글쓰기의 철학과 태도를 고민했다면 이제 구체적인 글쓰기의 포인트를 배워야 할 차례. 김봉현은 글쓰기를 1도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에세이, 칼럼, 리뷰의 정의를 설명하고, 첫 문장-문단-글의 구성-고쳐쓰기로 이어지는 글쓰기의 순서를 차례대로 따라간다. 독자들이 무엇을 모를지 몰라서 전부 다 준비한 저자의 정성이랄까? 교과서에 나오는 규칙이 아니라 저자 스스로 체득한 ‘봉현의 법칙’인 만큼 당장 적용할 수 있는 유용한 팁으로 가득하다. 안 써본 글이 없는 전업 작가의 실전 조언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유기체를 구글에서 검색하면 이렇게 뜻이 나온다. ‘각 부분이 일정한 목적하에 통일ㆍ조직되어 있으며, 부분과 전체가 필연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는 조직체.’

그렇다. 이것이 글이다. 예를 들어 보자. 방금 당신은 첫 문단에 있는 A라는 단어가 맘에 들지 않아 B라는 단어로 바꾸었다. 물론 이 문장 안에서만 보면 좋은 수정일 수 있다. 하지만 글 전체로 시야를 넓히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만약 글의 나머지 문단에 B라는 단어가 이미 여러 군데에 포진하고 있다면?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동어반복 느낌이 든다면? 조금 과장하자면 당신은 한 문장을 얻고 글 하나를 잃은 것이다.”-본문 223~224쪽

글쓰기에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규칙이 있을까? 책에 나오는 표현대로 하늘에서 내려온 신처럼 떠받들어야 하는 규칙은 없다. 그러나 아무런 고민 없이 마구잡이로 글을 쓸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글의 전체를 보는 것이고, 글이 놓여있는 맥락을 보는 것이다. 문장 하나가 나아졌다고 글 전체가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 전에 쓰인 표현보다 더 정제된 표현으로 옮겼다고 글이 깔끔해지는 것도 아니다. 문장 하나가 나아져도 전체 글과 어울리지 않는다면 글을 망친 것이다. 당시의 진실한 감정이 독자에게 울림을 주는 글이라면 거친 표현 그대로 놔두는 것이 좋다. 김봉현은 글쓰기란 “기술이 지배하는 세계이자 기술이 전부인 세계”(221쪽)가 아니며, 내가 쓴 글을 고치고 또 고치면서 “글을 정밀하고도 총체적으로 이해”(221쪽)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망한 글이 바로 내 글이었어”
타인의 눈으로 내 글을 보게 하는 합평과 피드백

내가 쓴 글의 문제는 아무리 노력해도 보이지 않는 법. 이럴 때 다른 사람의 코멘트가 중요하다. 김봉현은 오랜 시간 합평 모임을 운영해왔다. 합평 멤버들의 글은 중간중간 인용되는데, 그만큼 합평 멤버들은 이 책의 또 다른 저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봉현이 합평 멤버들의 글에 달아놓은 코멘트를 읽는 순간 괜히 뜨끔할지도 모른다. 저자가 ‘망한 글’로 언급한 글과 내가 쓴 글이 너무도 닮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글을 쓰며 행한 잘못들은 선배 작가들이 글을 쓰며 저지른 실수들이기도 하다. 그만큼 모든 작가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마련이다. 조금이라도 실수를 피해가려면 글을 쓸 때 어떤 함정에 빠지기 쉬운지를 미리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비록 그 과정은 지난하고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적지 않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되더라도, 또 설령 그 결과가 자신이 정해 놓은 이분법의 도식에 들어맞지 않더라도, 그 오류의 찝찝함을 늘 각오하며 수용할 수 있는 태도로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갑자기 삶에 관해 이야기한 이유는 글도 결국 삶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글을 쓸 때에도 우리는 그 속에서 삶을 연장하고 있는 것뿐이다. 때문에 삶에서 견지해야 할 태도를 글에서도 견지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세상이고 그것이 김봉현의 법칙이다.-본문 141쪽

내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다른 독자를 설득해야 한다. ‘나다운 글’이 ‘내 맘대로 쓴 글’과 다른 이유는 그 때문이다. 저자 김봉현은 인터뷰에서 “나 혼자서는 도저히 해낼 수 없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합평이라고 이야기했다. 내가 보지 못하는 내 글의 단점, 안 좋은 버릇을 다른 멤버들이 피드백해줄 때 내 글은 점점 나아지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주기적으로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우리의 삶에 큰 도움이 된다. 글을 쓸 때마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정리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내 글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삶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생각을 떠올리고,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자리에서 세상을 본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이 나의 삶을 잘 살고 싶다는 마음이라면, 좋은 글을 쓰려는 노력은 나의 세계를 확장하려는 노력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