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내 마음의 무늬 읽기
진은영, 김경희 지음 | 2019-03-29 | 296쪽 | 17,000원
문학은 단순히 감상의 대상에 불과할까? 모두가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시대에 문학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인문상담학의 한 분야인 문학상담을 다루며, 우리가 어떻게 문학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고, 삶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저자들은 5, 6년 동안 인문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지닌 사람들을 만났고, 그 소중한 시간은 이 한 권의 책에 오롯이 담겼다.
『문학, 내 마음의 무늬 읽기』는 문학상담에 대한 이해를 돕는 논문과 독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워크북,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미적 교육과 문학치유’와 2부 ‘문학상담과 문학적 프락시스’가 문학상담을 이론적으로 설명한다면, 3부 ‘내 마음의 무늬 읽기’는 독자들이 직접 문학상담의 과제들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저·역자 소개 ▼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를 출간했다.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시를 가르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장자』의 변화의 철학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전임대우강의교수를 거쳐, 현재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인문 상담을 연구하고 교육하고 있다. 『문학, 내 마음의 무늬 읽기』(공저, 2019)와 『동양철학산책』(공저, 2020)을 출간하였고, 로버트 앨린슨의 『장자, 영혼의 변화를 위한 철학』(2004), 앵거스 그레이엄의 『장자: 사유의 보폭을 넓히는 새로운 장자 읽기』(2015)를 번역하였다.
차례 ▼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1부 미적 교육과 문학치유
문학적 상상력과 치유
예술의 비밀
미적 교육의 이상 : 예술가 교육
미적 활동에 대한 두 가지 이해 : 포이에시스와 프락시스
성찰과 표현의 미적 교육 : 나를 돌아보는 여덟 개의 방
중독을 넘어서 공생(共生)의 삶으로
예시 : [나를 돌아보는 여덟 개의 방] 다섯 번째 강연과 활동
2부 문학상담과 문학적 프락시스
문학의 치유적 힘
문학 프락시스로서의 문학상담
문학상담에서의 읽기와 함께-읽기
문학상담과 메타모르포시스
문학상담, 만인의 작가-되기
3부 / 내 마음의 무늬 읽기
나와 함께 : 마음의 무늬
첫 번째 시간 : 시작(詩作)/시작(始作)을 위한 필사
두 번째 시간 : 시인의 문장을 빌려서 표현하기
세 번째 시간 : ‘가나다라’ 시 쓰기
네 번째 시간 : 전력질주를 활용한 글쓰기
다섯 번째 시간 : 푼크툼으로 나를 이해하기
여섯 번째 시간 : 시 콜라주로 나를 표현하기
너와 함께 : 우리의 마음을 말할 때
일곱 번째 시간 : 자기소개시 쓰기
여덟 번째 시간 : 사진과 함께하는 시 쓰기
아홉 번째 시간 : 사랑 시를 활용한 콜라주 시 쓰기
열 번째 시간 : 사전 형식으로 시 쓰기
열한 번째 시간 : 몸에 대해 쓰기
열두 번째 시간 : 마음의 책 만들기
참고문헌
시 찾아보기
편집자 추천글 ▼
『문학, 내 마음의 무늬 읽기』는 문학상담에 대한 이해를 돕는 논문과 독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워크북,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미적 교육과 문학치유’와 2부 ‘문학상담과 문학적 프락시스’가 문학상담을 이론적으로 설명한다면, 3부 ‘내 마음의 무늬 읽기’는 독자들이 직접 문학상담의 과제들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문학상담의 개념을 이해하고, 문학의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면서, 독자들은 자신의 마음에 새겨진 무늬들을 들여다볼 수 있다.
“문학은 좀 추상적이지 않나요?”
-이토록 구체적인 문학 사용법
“문학을 한다”고 할 때 사람들은 어떤 공통의 느낌을 떠올린다. 예민하고 섬세함, 혹은 한가함. 책상 앞에서 글만 읽는 허생과 허생을 거리로 몰아낸 허생의 부인은, 글과 책으로 대표되는 한가함과 어떤 추상적 삶의 아이디어와 먹고사는 구체적인 삶의 문제를 대비시킨다. 책읽기와 글쓰기, 소위 ‘문학’은 삶과 유리되어 있다는 생각은 새로운 것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문학은 우리가 ‘사랑’ ‘행복’ … 같은 말처럼 추상적 개념과 아이디어이기만 할까? 문학은 한가한 사람들이 즐기는 감상이나 취미의 대상에 불과한 것일까? 정신병과 분열증, 트라우마가 보편이 된 시대, 이때의 문학은 여전히 유희에 불과할까?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천상병 시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이자 다수의 철학서적을 낸 인문학자 진은영은 우리가 어떻게 문학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고, 삶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엑스북스의 신간 『문학, 내 마음의 무늬 읽기』는 인문상담학의 한 분야인 문학상담(Literary Counseling)을 다룬다.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의 교수로 재직 중인 진은영과 김경희는 인문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지닌 사람들을 만났고, 그 소중한 시간은 이 한 권의 책에 오롯이 담겼다. 이제 문학의 구체적인 사용법이 우리 삶의 장면으로 들어온다.
문학상담이 하는 일:
문학은 거울이다
문학은 외면하려 했지만 외면하지 못한 우리의 아픈 모습을 거울처럼 비춘다. 그리고 “내담자는 이러한 이야기 속에서 자기 서사를 재구성하고 자아를 성찰할 수 있게” 된다. 문학상담은 직접 작가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과정이기도 한데,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던 이들은 글쓰기를 통해 다른 존재가 된다. 이때 “문학치료는 개별적 증상의 치료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통합적 성장을 지향하는 본연의 임무를 더 충실하게 완수”한다(본문 68~69쪽).
“내담자는 자신의 상태나 상처를 자유롭게 표현하면서도 문학적 서사와 은유를 통해 자신을 보호하기 때문에 불안감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불안이 최소화되면 내담자는 자신의 문제들을 표면적이고 관습적인 자아의 뒤로 숨기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용기를 발휘하게 됩니다.”(본문 88쪽)
상처를 직접적으로 서술하는 일이 내담자에게 심리적 부담이 되기에, 자기의 이야기를 온전히 들려주는 것보다 문학상담을 활용하면 보다 안전한 자기탐색이 가능해진다. 주변의 냉담한 반응이나,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드러냄으로써 오는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문학적 글쓰기는 글쓰는 이를 돕는다. 서사와 은유 뒤로 안전하게 자기를 숨길 수도 있고, 자신이 쓴 내용을 바라보며 상처와 거리를 두는 것도 가능하다. 문학이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고 비로소 ‘저게 나구나’를 깨닫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를 치유하는 과정에 한발 더 다가간다.
시를 쓰면 달라지는 일:
시인의 마음으로 세상을 본다
『문학, 내 마음의 무늬 읽기』는 문학상담의 이해와 효용을 담은 안내와, 실제로 문학을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가 되어 주는 워크북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3부인 워크북은 개인적인 글쓰기 활동이 가능한 전반부(‘나와 함께: 마음의 무늬’)와 그룹 활동을 가능케 하는 후반부(‘너와 함께: 우리의 마음을 말할 때’)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동시에 타인의 존재가 필요한 까닭이다.
“먼저 나에 대해 떠올려 봅니다. ‘가’, ‘나’, ‘다’… 로 시작하는 단어들을 사용해서 나의 자화상을 시로 써 봅니다. 지금 이 순간의 느낌이나 요즘 자신의 기분, 자신이 보낸 하루의 일과에 대해서 써도 좋습니다. 다른 글자들에 비해 ‘라’나 ‘카’로 시작되는 단어들은 찾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그 경우 두음법칙을 적용하거나 조금 비슷한 음운으로 시작하는 것도 괜찮고 외래어를 선택해도 좋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재미있는 시구 속에서 자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본문 161쪽)
그런데 만약
-이한솔 님의 작품
가명을 쓰는 사람들의 모임에 갔어
나는 이름이 없었지, 얼굴을 들킨 삐에로처럼 아무 말도 못하고
다만
라디오의 볼륨을 높였을 뿐
마지막 노래가 나오기를 서성거리며 기다릴 뿐. 그런데
바흐의 음악이 흐르고 있었어
사람들은 잔을 부딪치다 말고 고개를 돌려 여기를 봐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
자전거에 올라 내려다보는 강물 속
차가운 수면 위로 음악처럼 떠오르는 얼굴을 기다리거나
카레를 먹다가, 죽은 친구를 떠올리는 일
타성에 감긴 목소리들은 작아지다가 사라져가고
파리한 얼굴들만 남아있다
하, 기억나지 않는 이름들(본문 163쪽)
시인의 문장을 빌려서 표현하기, ‘가나다라’ 시 쓰기, 시 콜라주로 나를 표현하기, 사진과 함께하는 시 쓰기, 사전 형식으로 시 쓰기 등의 과제는 내가 몰랐던 나를 만날 수 있게 해준다. 때로는 막막하고 낯설게만 느껴지는 글쓰기를 수행하다 보면, 내 안에 있던 “혐오하는 것, 분노하는 것, 슬퍼하는 것, 혹은 뭔지 잘 모르겠는 것 등등 별의별 조각들”(본문 152쪽)이 다 튀어나온다. “내가 왜 그런 표현을 사용했을까?” 독자는 자신이 쓴 작품을 향해 질문을 던지며 그동안 외면했던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모든 것을 낯설게 바라보는 것. 심지어는 잘 안다고 생각해왔던 내 마음까지 낯설게 바라보는 것. 익숙한 것에 대한 의심은 우리를 새로운 장소로 이끌어준다. 시인의 마음을 갖는 것은 새로운 나를 만들기 위한 출발점이다.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의심과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라면, 시인은 일상에서 끊임없이 의심과 의문을 갖는 것의 중요성을 가장 잘 아는 사람”(본문 139쪽)이다. 이렇게 시인의 마음으로 ‘문학으로 내 마음의 무늬 읽는 법’을 어렴풋이 알게 된 후 사람들은 자신이 쓴 작품을 책으로 묶으며 이 과정을 마무리한다. 이 책의 제목처럼 이 모든 과정은 우리가 “마음의 무늬를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저자들은 서문에서 아무도 펼쳐 보지 않는 서글픈 운명의 책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마음’이라는 책이다. 마음에 기록되는 무수히 많은 것들, 그러나 유일한 독자인 내가 읽지 않는다면 영원히 사라져버릴 것들. 그런 마음의 무늬들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이 책이 쓰여졌다.
“… 그에게 다시 삶의 감각을 회복하고 타인들 사이로 되돌아오도록 인도해 준 것은 그의 시를 읽고 있는 한 사람의 아름답고 너그러운 목소리입니다. 그는 자신의 시가 한 사람의 입술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다시 삶의 생생한 관계 속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본문 103쪽)
문학상담이란?
문학상담의 기원은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에서는 19세기부터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데 문학 작품을 활용하면서 비블리오테라피(Bibliotherapy)가 시작되었다. 1960년대에 정신과의사였던 잭 리디(Jack J. Leedy)가 『문학치료』(Poetry Therapy)를 출판하면서 비블리오테라피는 문학치료로서 널리 확산되었다. 문학치료는 비블리오테라피의 중심 활동인 읽고 이야기하는 과정만이 아니라 직접 쓰고(시치료, 저널치료), 쓴 것을 연기하는 과정(드라마치료)에도 주목한다.
비블리오테라피로부터 시작된 문학적 치유의 활동은 문학치료로의 확장을 거쳐 최근에는 문학상담(Literary Counseling)으로 발전하고 있다. 문학상담은 독서를 통한 수용적 활동과 창작을 통한 표현적 활동을 통합한다. 수용적 활동에서는 심리적 고통을 겪는 내담자들이 작품 속의 인물과 동일화를 경험하고, 이를 통해 억눌린 감정을 표출하고, 표현적 활동에서는 내담자들이 은유와 상징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구성한다.
문학상담은 인문상담학의 한 분야이기도 한데, 상담심리학자이자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총장인 이혜성은 인문상담학이 “내담자가 호소하는 증상의 제거를 넘어서 인간의 인간적인 성숙을 목표로 하기 위하여 상담 과정에 인문학적인 깊이를” 통합하는 시도라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문학상담도 개별적인 증상을 치료하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 개인의 통합적인 성장을 이뤄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