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라는 사람 2
앨리너 와크텔, E. L. 닥터로, 루이스 어드리크, 다비드 그로스만, 제인 스마일리, 해럴드 블룸, 제인 앤 필립스, 카를로스 푸엔테스, 니콜 브로사르, 마틴 에이미스, 저메이카 킨케이드, 존 버거 지음, 허진 옮김 | 2017-03-27 | 320쪽 | 14,800원
작가들 사이에서 "세계에서 인터뷰를 제일 잘하는 사람"으로 통하는 엘리너 와크텔의 인터뷰집. 올리버 색스, 가즈오 이시구로, 앨리스 워커, 존 버거 등 현재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작가 22인의 목소리를 담았다. 영문학과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30년 가까이 라디오 작가 인터뷰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는 와크텔의 놀라운 인터뷰는 우리에게 익숙한 수많은 작가들을 낯선 눈으로 다시 보게 만든다.
저·역자 소개 ▼
1947년 몬트리올에서 태어났다. 맥길 대학에서 영문학을, 시라큐스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한 후 특파원으로 활동했으며, 대학에서 부교수로 여성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2015년에 <캐나다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선정되었다.
1987년 문학평론가로 라디오 방송을 시작한 이래 CBC 라디오 프로그램 'Writers&Company'를 1990년부터 30년 가까이 진행하고 있다. 이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방송된 작가 및 저명인사와의 인터뷰를 엮어 『작가라는 사람』(전3권)과, 본서 『오리지널 마인드』(Original Minds)가 출간되었으며, 2011년에는 뉴욕 페스티벌 어워드에서 ‘월드 베스트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선정되는 등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청취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931년 뉴욕 브롱크스의 유대계 러시아 이민 2세대 가정에서 태어났다. 케니언 칼리지와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철학과 희곡을 공부하고, 1953년 군에 징집되어 2년간 독일에서 복무했다. 제대 후 뉴욕으로 돌아와 영화사에서 일을 하고,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1960년 첫 소설 『하드 타임스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를 출간한다. 이후 9년간 잡지사와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며 이언 플레밍 등과 작업했다.
1954년 6월 7일 미국 미네소타주 리틀 폴스에서 오지브웨족 어머니와 독일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인디언사무국 관할 학교에 근무하는 부모를 따라 노스다코타주 와페턴으로 이주해 성장했으며, 다트머스 칼리지에서 문학사학위를 받았다. 보스턴에 거주하는 아메리카 원주민을 위한 신문 〈서클〉에서 편집자로 일했으며, 1979년 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 문예창작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가족사를 중심으로 시와 소설, 어린이책을 써온 어드리크는 평론가 케네스 링컨이 명명한 ‘아메리카 원주민 문학의 르네상스’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1982년 단편소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어부」로 넬슨 올그런 상, 1984년 첫 장편소설 『사랑의 묘약』으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1987년 단편소설 「플뢰르」로 오 헨리 단편소설상을 수상했다. 또한 1998년 『영양 아내』로 세계판타지문학상을, 2006년 어린이책 『침묵의 게임』으로 스콧 오델 역사소설상을 수상했고, 구겐하임 재단 펠로십, 노스다코타 계관시인협회상을 받았다. 2001년 발표한 『리틀 노호스에서의 기적에 관한 마지막 기록』이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에 올랐고, 2008년 출간한 『비둘기 재앙』은 퓰리처상 최종후보에 오른 데 이어 2009년 애니스필드 울프 도서상을 수상했다. 『라운드 하우스』로 2012년 전미도서상, 2013년 미네소타 도서상을 수상했다. 2014년에는 ‘지속적인 작업과 한결같은 성취로 미국 문학계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에게 수여되는 펜/솔벨로상을 받고, 2016년 『라 로즈』로 또 한번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으며, 2021년 『밤의 경비원』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시집 『횃불』 『욕망의 세례식』, 어린이책 『할머니의 비둘기』『버치바크 하우스』『고슴도치의 해』, 소설집 『빨간 컨버터블』, 장편소설 『사탕무 여왕』『네개의 영혼』『그림자놀이』 등을 발표했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살면서 독립서점 ‘버치바크 북스(birchbarkbooks.com)’를 운영하고 있다.
이스라엘 현대문학의 거장이자 2017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 작가.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지명될 만큼 세계적인 명성이 있는 다비드 그로스만은 이스라엘 정부의 대팔레스타인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끊임없이 내는 평화 운동가이기도 하다.
1954년 예루살렘 출생으로 히브리대학교에서 철학과 연극을 공부했으며, 이후 라디오 방송국에서 기자로 일했다. 소설 두 권과 단편집 한 권을 시작으로 희곡, 논픽션, 아동서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집필한 다비드 그로스만은 이스라엘의 위태로운 정세를 섬세하게 글로 풀어내며 “국가적 갈등 상황이라는 외줄 위에서 끝없이 비틀대며 중심을 잡으려는 줄타기 곡예사_《가디언》”라는 평을 받았다. 이스라엘 에메트상,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프랑크푸르트 평화상 등을 수상했으며, 이스라엘-레바논 전쟁에서 아들이 사망하는 비극을 바탕으로 쓴 소설 《땅끝까지(To The End Of The Land)》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그리고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A Horse Walks Into A Bar)》로 2017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했다.
1949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났다. 바사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1년간 고고학 발굴 팀과 함께 유럽 여행을 하면서 중세 전설을 연구했다. 이후 아이오와 주립대학에서 영문학으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 저서 『서구 정전』에서는 셰익스피어를 위시한 서구의 고전문학을 옹호했고 페미니즘, 신역사주의, 마르크스주의 등 문학을 정치, 역사 등 문학 외적인 것으로 환원하는 비평들을 모두 비판했다. 이후 『어떻게 왜 읽을 것인가』 등 대중 독자들을 위한 다수의 책을 저술했고, 최근에는 자신의 백조의 노래라 부른 『영향의 해부』를 출판했다. 1980년대부터 첼시아 하우스 출판사가 발행하는 서구 문학 작가와 작품에 대한 비평서 모음집의 책임편집인으로 수백 권에 이르는 책을 편집했고 40권 이상의 방대한 저서를 남겼다. 그의 책은 4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아이오와 작가 워크숍 출신 미니멀리스트 작가. 첫번째 단편 『검은 티켓』은 나딘 고디머와 레이먼드 카버의 찬사를 받았다. 『머신 드림』과 『쉼터』 등의 대표작이 있다.
1928년 파나마의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태어났다.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유럽과 아메리카 곳곳을 옮겨 다니며 성장했으며, 열여섯 살 때 멕시코로 돌아와 멕시코 국립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1958년 『공기가 청명한 지역』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아우라』, 『아르테미오 크루스의 최후』, 『라우라 디아스의 세월』, 『의지와 운명』 등을 발표하며 멕시코 국가 문학상, 세르반테스 문학상 등 스페인어권 최고의 상들을 휩쓸었다.
주로 멕시코의 정체성에 대해 성찰해 온 그는 정치 사회에 대한 시각뿐만 아니라 문학적으로 완벽한 구조, 실험적인 형식으로 평론가들에게 찬사를 받으며 라틴아메리카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소설가 외에도 문학 비평가, 시사평론가, 교육자 등 다양한 직업을 넘나들며 재능을 발휘했고, 프랑스 주재 멕시코 대사로 임명되는 등 정치인으로도 활약했다.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지식인이자 작가로 폭넓은 활동을 했던 그는 2012년 5월 15일 멕시코시티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
시 부문에서 총독상을 두 번 수상했고, 언어를 이용해서 픽션과 현실, 젠더와 정치학 사이의 경계를 탐구하는 퀘벡의 대표 작가. 수십 권의 시, 소설, 이론서를 발표했고 대표작으로는 『담자색 사막』, 『공중 편지』 등이 있다.
저자 마틴 에이미스
1949년 영국 웨일스 태생의 마틴 에이미스에게는 “새로운 불쾌함의 대가”라는 수식어 내지는 영국 문단의 문제아라는 말이 따라붙었다. 《행운아 짐》의 작가 킹슬리 에이미스의 아들이기도 한 그는 엑시터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이후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먼트>에서 문학 편집자로 일했다. 24세에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레이철 페이퍼스》(1974)로 서머싯 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한 이래 《죽은 아기들》(1975), 《성공》(1978)을 비롯, ‘런던 3부작’이라고 불리는 《돈 혹은 한 남자의 자살노트》(1984), 《런던 필즈》(1989), 《정보》(1995) 등을 썼다. 2008년 <더 타임스>가 뽑은 ‘1945년 이후 가장 위대한 영국 작가 50명’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살만 루슈디, 줄리언 반스, 이언 매큐언 등과 함께 ‘골든 제너레이션’ 작가로 불렸다.
돈에 중독된 현대인을 기괴하게 그려낸 블랙 코미디 《돈 혹은 한 남자의 자살노트》는 〈타임〉매거진이 뽑은 100대 영문소설에 선정되었으며, 그가 한 매체에서 “문학상은 지루한 작품에게만 돌아간다”는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일곱 번째 소설 《시간의 화살》은 1991년 맨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서구 물질사회와 과도한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그로테스크한 캐리커처와 풍자로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며 많은 영미권 소설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2023년 5월 향년 7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저자 저메이카 킨케이드
1949년 5월 25일, 서인도제도 앤티가섬의 수도 세인트존스에서 도미니카 출신의 어머니 애니 리처드슨과 친아버지로 알려진 로더릭 포터 사이에서 일레인 포터 리처드슨으로 태어났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뉴욕으로 보내져 일을 하기 시작했으며, 20년 뒤 앤티가섬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가족과 절연한 채 지냈다. 뉴욕에서 생활하는 동안 직장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다가 잡지에 글을 쓰며 이름을 알렸다. 1973년, 원래의 자신은 쓸 수 없었던 글을 쓰기 위해 ‘저메이카 킨케이드’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1983년 단편집 《강바닥에서(At the Bottom of the River)》를 출간하며 데뷔했다. 1985년에 자전적 경험을 담은 첫 장편소설 《애니 존》을, 이후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천착한 《루시》(1990)와 《내 어머니의 자서전》(1996)을 발표했고, 2002년에는 아버지와 앤티가섬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소설 《미스터 포터》를 출간했다. 애니스필드울프상, 페미나상을 비롯하여 인류 역사에 기여한 공로에 대해 수여하는 댄데이브상, 파리리뷰 하다다상을 수상하고 영국왕립문학학회의 국제 작가로 선정되어 카리브해 문학 대표 작가이자 가장 중요한 영어권 현대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졌으며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된다.
저자 존 버거
미술비평가, 사진이론가, 소설가, 다큐멘터리 작가, 사회비평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처음 미술평론으로 시작해 점차 관심과 활동 영역을 넓혀 예술과 인문, 사회 전반에 걸쳐 깊고 명쾌한 관점을 제시했다. 중년 이후 프랑스 동부의 알프스 산록에 위치한 시골 농촌 마을로 옮겨 가 살면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농사일과 글쓰기를 함께했다. 주요 저서로 『다른 방식으로 보기』 『제7의 인간』 『행운아』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 『벤투의 스케치북』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 등이 있고, 소설로 『우리 시대의 화가』 『G』, 삼부작 ‘그들의 노동에’ 『끈질긴 땅』 『한때 유로파에서』 『라일락과 깃발』, 『결혼식 가는 길』 『킹』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A가 X에게』 등이 있다.
옮긴이 허진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번역학과를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 앤 그리핀의 『모리스 씨의 눈부신 일생』,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작은 아씨들』, 조지 오웰의 『조지 오웰 산문선』, 엘리너 와크텔의 인터뷰집 『작가라는 사람』(전 2권), 지넷 윈터슨의 『시간의 틈』, 도나 타트의 『황금방울새』, 마틴 에이미스의 『런던 필즈』와 『누가 개를 들여놓았나』, 할레드 알하미시의 『택시』, 나기브 마푸즈의 『미라마르』, 아모스 오즈의 『지하실의 검은 표범』, 수전 브릴랜드의 『델프트 이야기』 등이 있다.
차례 ▼
들어가며
E.L. 닥터로
루이스 어드리크
다비드 그로스만
제인 스마일리
해럴드 블룸
제인 앤 필립스
카를로스 푸엔테스
니콜 브로사르
마틴 에이미스
자메이카 킨케이드
존 버거
옮긴이의 말 : 작가라는 사람, 문학이라는 것
참고문헌
편집자 추천글 ▼
『작가라는 사람─현재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작가
22인의 목소리 그리고 이야기』
“내가 아는 수많은 사람 중 최고의 인터뷰어”-줄리언 반즈
“내가 전 세계에서 만나 본 사람들 중에서 작가들과의 인터뷰를 가장 잘 하는 사람”-가즈오 이시구로
작가들 사이에서 “세계에서 인터뷰를 제일 잘하는 사람”으로 통하는 엘리너 와크텔의 인터뷰집. 올리버 색스, 가즈오 이시구로, 앨리스 워커, 존 버거 등 현재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작가 22인의 목소리를 담았다. 영문학과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30년 가까이 라디오 작가 인터뷰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는 와크텔의 놀라운 인터뷰는 우리에게 익숙한 수많은 작가들을 낯선 눈으로 다시 보게 만든다.
쓰는 인간,
작가라는 사람
밀란 쿤데라는 그의 문학 에세이에서 이런 말을 썼다. “지옥(이 세상의 지옥)은 비극이 아니다. 어떠한 비극적 흔적도 없는 공포, 그것이 바로 지옥이다.” 흔적을 남기는 것,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 흔적을 남기고, 상처를 헤집고 또 어루만지고, 틀린 것을 바로잡고, 모순을 인식하는 것. 탐험하는 것. 빈틈을 채우고, 막다른 길의 당혹스러운 경험을 나누는 것. 금기를 넘고 도약하고 실험하는 것. 언어로서 그 모든 흔적을 남기는 것. 그 흔적이 없다면 지옥이나 다름없다.
“작가의 일은 상처에 손가락을 집어넣는 것, 독자가 아직 방어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언어로 그렇게 하는 것이다.”(다비드 그로스만, 『작가라는 사람2』, 71쪽)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모든 일이 잘 풀리기를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일이 잘 풀리게 만들기 위해서 각자 해야 할 역할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작가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합니다.”(치누아 아체베, 『작가라는 사람2』, 211쪽)
전쟁과 쿠데타를 목격하고, 또한 직접 겪으면서 그것을 쓰지 않는다면 작가는 왜 존재하는 걸까? 세상의 모순과 억압을 보고 그것을 말하지 않는다면 작가의 목소리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작가라는 사람』에 담긴 작가 22인의 인터뷰는 바로 자신들의 삶과, 또 그 삶과 겹쳐 있는 그들의 글쓰기에 대한 것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쓰는 이유를, 읽는 이유를, 존재하는 이유를 이해시킨다. 그리고 그 설명을 들으며 우리는 짐작케 된다. 글의 어떤 요소가, 언어라는 것이, 문학이라는 것이 어떻게 우리의 세계를 풍요롭게 했는지 말이다.
“멕시코에 가서 살아 보면 모든 일에는 그림자가 있고 우리가 믿는 모든 것에 모순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저는 그것이 무척 건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이상과 현실의 모순이 저를 소설가로 만들었습니다.”(카를로스 푸엔테스, 『작가라는 사람 2』, 177쪽)
“저에게 일어난 모든 일은 언어를 통해 가공되어 개인적이든 집단적이든 기억과 상상으로 확장될 때에만 다른 사람들에게 의미를 갖게 됩니다. …
저는 내면의 리듬을 따를 것이고, 사회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것입니다. 충분한 시간을 들일 거예요. 모든 것이 빨리 지나가고 있으니까요. 시간을 들여서 글을 쓰고 자기 내면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명쾌하게 파악하는 것은 작가의 임무이기도 합니다. 저는 글을 최대한 솔직하게 쓰기 위해서, 아름다움과 명료함에 대한 임무를 마음에 새기기 위해서 스스로에게 최대한 많은 자유를 주고 싶어요.”(니콜 브로사르, 『작가라는 사람2』, 211쪽, 224쪽)
멕시코 작가의 소설로는 최초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바 있는 카를로스 푸엔테스. 그는 “말하지 않으면 잊게 된다고 생각한다” 말한다. 그에게 작가가 되는 것, 방심하지 않는 작가가 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한 이유는 잘못된 것을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기 위해서이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기억하기 위해서다. “과거를 살아 있게 만들고 과거의 빈틈을 끊임없이 채우기 위해서, 과거, 현재, 미래 사이에 경험의 연속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두 각자의 역할이 있”다 말하는 그에게 있어 존재의 이유는 글을 쓰는 이유와 정확히 같다.
세상을 알아보는
작가라는 사람
“내가 만약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면 무엇을 말할 것인가.” 베케트는 말했다. 그리고 썼다. 세상의 어떤 비밀을 먼저 알아챈 이들이 남긴 목소리를 우리는 듣는다.
『천 에이커의 땅에서』로 1992년 퓰리처 상을 수상한 제인 스마일리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리어왕』을 기본틀로 한 작품 『천 에이커의 땅에서』에서 『리어왕』의 과감한 해석을 내놓는다. 리어왕은 나르시시스트로, 그의 두 딸은 아버지에게 학대받은 여성으로.
“우리 시대에 악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면 희곡 속의 두 여자가 왜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지 물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답은 그들이 아주, 아주 화가 났다는 거예요. 제가 만나 본 중에 그 정도로 화가 난 여자들은 가족에게 성적 학대를 당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여자들의 행동과 그런 행동을 불러온 이유를 논리적으로 연결시키려 애썼어요.” (제인 스마일리, 『작가라는 사람2』, 107쪽)
타인의 자율성을 허락하지 않는 건 학대하는 사람의 특징이라 말하며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폄하했다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제인 스마일리.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이유를 묻고 생각해 봐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 이해가 안 되는 일이 있다면 알아내야 하는 거 아니겠느냐고 되묻는 작가. 자신의 글을 통해 묻힌 목소리를 찾아내는 또 다른 의미의 목소리 ─ 그렇게 작가는 목소리 없는 자들의 목소리가 되어 준다. 사람들의 관계가 틀어지거나 사물이나 사건이 평평함에서 튀어나오는 순간, 어떤 모순점을 포착하는 사람, 세상을 알아보고 사람을 알아보는 사람. 엘리너 와크텔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보고 듣는 사람들은 그런 ‘작가라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이 책 『작가라는 사람』은, 작가들 자체에 대한 책일 뿐만 아니라 그들이 귀 기울여 듣는 방식, 주변과 사회, 세계에 대해 생각하고 개입하는 것에 관한 책이다.
위반하고 넘나드는
작가라는 사람
와크텔은 물었다. “위대한 작가들의 그늘을 의식했나요?”
“아뇨, 그런 건 의식할 수가 없지요. 예술의 본질에 어긋납니다. 예술은 무언가가 없기 때문에, 진공 상태가 있고 거기 무언가를 넣고 싶기 때문에 하는 거죠. 이야기가 없기 때문에 이야기를 만드는 겁니다.” (윌리엄 트레버,『작가라는 사람1』, 118쪽)
단편소설의 거장으로 불리는 윌리엄 트레버. 그러나 그 이전 세대 위대한 작가들을 의식하지는 않는 작가. 그에게 글쓰기는 그저 예술로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한다. “작가라면 생각하고 욕망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멀리 가야” 한다고, “글쓰기는 자유이고, 자유란 탐험한다는 뜻”이라 말하는 니콜 브로사르처럼. “저는 나중에서야 규칙 위반이 픽션의 생명이자 영혼이라는 것을, 어떤 식으로든 금지된 것을 접하지 않으면 가치 있는 것을 쓸 수 없다고 깨달았습니다”라고 말하는 E.L.닥터로처럼.
작가에게 쓰지 못할 이야기란 없고, 위반하지 못할 법칙 따위는 없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뛰어난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로 평가되는 다비드 그로스만은 웨스트뱅크의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에 대한 열정적이고 문제적인 글 『황색 바람』을 출간해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정작 본인은 그 논란에 개의치 않을 수 있는 까닭이다. 그에게는 자신이 이스라엘인이라는 사실보다 진짜 현실과 진짜 현실 속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을 말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절실했다. 그에게 오직 유의미한 현실은 목소리 낼 가치가 있는 문제들뿐이었으므로.
“무언가를 틀린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우리 자신을 속이는 일입니다. 현실은 나름의 에너지와 동력을 가지니까요. 그래서 저는 그 문제에 대해서 쓸 가치가 있다고 느꼈습니다.”(다비드 그로스만, 『작가라는 사람2』, 79쪽)
여성의 출산을 이야기하고, 레즈비언의 성을 이야기하며 공적 담론을 만들어 나가려는 시도들은 또 어떤가. 우리 삶의 큰 부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그냥 지나치고 마는 것들에 언어를 주는 일들. 그것이 작가가 하는 일이고,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출산은 우리가 생각하거나 쓰는 대상이 아니에요, 공적 대화의 대상이 아니죠. 하지만 여자들이 출산에 대한 글을 계속 쓰면 문학의 일부가 될 겁니다.”(루이스 어드리크, 『작가라는 사람2』, 64쪽)
사는 대로 쓰는 글, 쓰는 대로 사는 삶
공간은 경계가 없으면 알아차리기 힘들다. 공간은 물론이고 시간, 사건, 모든 게 그렇다. 경계와 지표 없이 인식은 쉽지 않다. 작가들이 쓰는 글은 경계를 만든다. 하염없이 흘러가는 시간과 공간과 사건을 작가들이 이야기로 만들 때 우리는 비로소 세상을 인식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많은 것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작가는 그렇게 언어로 하여금 우리를 인식으로 이끈다.
“이 땅에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솔직하고 싶습니다.” ―루이스 어드리크는 말했다.
“수치스러운 일이 있으면 그것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타인에게 당신을 휘두를 수 있는 힘을 주는 거니까요.”―자메이카 킨케이드는 말했다.
“저는 글을 쓸 때, 그리고 삶을 살 때, 운명을 내면에서부터 느끼려고 애씁니다. 제 내면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싶어요.”―이사벨 아옌데는 말했다.
삶과 글은 별도의 영역이 아님을 작가들이 말해준다. 우리는 이 당연한 사실을 또 한 번 그들의 말을 통해서야 알아차리고 만다.
이 소중한 인터뷰집은 작가들이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 그들이 세상에 참여하는 방식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것을 보며 독자 제위는 언어의 거대하고 신비로운 힘을 느끼며 인식의 어떤 행위로 진입할 것을 촉구받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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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닥터로_ 국가인문학훈장,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펜포크너 상 등을 수상한 미국의 대표 작가. 영화사, 잡지사, 출판사 등에서 일을 하다가 소설 창작을 시작했다. 『다니엘 서』, 『래그타임』 등의 대표작이 있다.
루이스 어드리크_ 포크너, 마르케스와 비교되는 신비롭고 놀라운 소설들을 써오는 소설가. 『사랑의 묘약』, 『빙고장』, 『사탕무 여왕』 등의 대표작이 있다.
다비드 그로스만_ 소설과 보도문학 작품을 활발히 쓰며 “이스라엘에서 가장 뛰어난 소설가”라고 불린다. 『황색 바람』, 『본질적인 문법의 책』, 『줄 위에서 잠자기』 등을 썼다.
제인 스마일리_ 베스트셀러 소설이자 퓰리처상과 미국 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 『천 에이커의 땅에서』의 작가. “엇나가는 가정생활의 리듬을 정확히 잡아내 독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능력”으로 유명하다.
해럴드 블룸_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평가, 학자, 이론가. 『영향에 대한 불안』, 『서구 정전』 등의 대표작을 비롯해 40여 권이 넘는 저서가 있다.
제인 앤 필립스_ 아이오와 작가 워크숍 출신 미니멀리스트 작가. 첫번째 단편 『검은 티켓』은 나딘 고디머와 레이먼드 카버의 찬사를 받았다. 『머신 드림』과 『쉼터』 등의 대표작이 있다.
카를로스 푸엔테스_ 영어권에서 가장 유명한 멕시코 작가, 외교관, 교수, 활동가. 『늙은 외국인』으로 멕시코 작가 최초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아우라』, 『의지와 운명』 등의 대표작이 있다.
니콜 브로사르_ 시 부문에서 총독상을 두 번 수상했고, 언어를 이용해서 픽션과 현실, 젠더와 정치학 사이의 경계를 탐구하는 퀘벡의 대표 작가. 수십 권의 시, 소설, 이론서를 발표했고 대표작으로는 『담자색 사막』, 『공중 편지』 등이 있다.
마틴 에이미스_ 가장 악명 높은 동시에 가장 똑똑하고 가장 재미있는 현대 작가로 불리는 영국의 대표적 유머리스트. 『런던 필즈』, 『시간의 화살』, 『돈』 등의 대표작이 있다.
자메이카 킨케이드_ 17세에 집을 떠나 뉴욕에서 보모로 살면서 작가가 되었다.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소설들을 발표해 왔는데, 자신의 성장 이야기가 담긴 『애니존』은 국제 리츠 헤밍웨이상 최종심까지 올랐다. 『루시』, 『내 어머니의 자서전』 등의 작품을 썼다.
존 버거_ 소설가이자 미술비평가. 사진과 회화에 대해, 농부들의 삶에 대해 글을 썼다. 『다른 방식으로 보기』, 『G』, 『그들의 노동에 함께 하였느니라』 등의 유명한 작품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