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로 영국 소설 읽기

다시 만난 문학이라는 세계 2

이혜수 지음 | 2024-10-24 | 360쪽 | 19,000원


제목 그대로 스피노자 철학을 영국 소설이라는 창을 통해 읽은 책이다. 『프랑켄슈타인』, 『워더링 하이츠』(『폭풍의 언덕』), 『로빈슨 크루소』, 『걸리버 여행기』, 『오만과 편견』 등 독자에게 익숙한 영국 소설을 스피노자 사유의 핵심 주제들과 함께 읽음으로써, ‘좀 더 자유로운 삶의 무기로서 스피노자 철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가 문학과 더불어 『윤리학』의 낯선 개념이나 다소 딱딱한 문체에 친숙하게 다가가도록 해준다.

스피노자 학술서의 지나친 무거움, 혹은 너무 가벼운 스피노자 해설서에 대한 불만족을 이 책은 일거에 날려버린다. 스피노자의 『윤리학』을 존재론, 윤리학, 미학으로 나누어,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설명할 뿐 아니라, 영국 소설에 대한 깊은 이해와 새로운 해석을 바탕으로 스피노자의 철학을 풀어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스피노자에 관심 있는 독자는 물론 영국 소설을 애정하는 대중에게 큰 기쁨과 유용함을 줄 것이다. 또한 들뢰즈 사유와 스피노자 철학의 친연성에 관심 있는 독자들, 스피노자와 예술의 관계에 대해 궁금증을 품었던 독자들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관점을 제공할 것이다.



저·역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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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혜수 
건국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연세대 영어영문학과와 서울대 대학원 영어영문학과에서 공부하고 미국 뉴욕대(New York University)에서 영국 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영국 케임브리지대 방문 교수를 지냈다. 『단순한 이야기』(문학동네), 『걸리버 여행기』(을유문화사), 『들뢰즈 이후 페미니즘』(이상북스, 공역)을 번역했고, 『18세기의 방』(문학동네), 『영미 소설 속 장르』(신아사), Robinson Crusoe in Asia(Palgrave)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스피노자, 들뢰즈, 불교의 친연성에 관심이 많으며, 현재 영어권 문학과 스피노자-들뢰즈 미학을 연결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차례 ▼


들어가는 말
스피노자 철학과 함께 영국 소설을 읽는 기쁨 •6

1장 스피노자 사유의 세 마디: 존재의 일의성, 욕망과 정서의 윤리, 상상 역량의 덕(훌륭함) • 23
존재의 일의성: ‘신 즉 자연’, 신의 역량 표현으로서 세계 [23]
인간의 본질로서 욕망과 정서: 기쁨과 역량의 윤리 [35]
상상력의 덕(훌륭함)과 공통 관념: 픽션의 역량 [50]

1부 “신 즉 자연”: 스피노자와 존재의 일의성•67

2장 초월적 섭리의 신과 스피노자의 ‘신 즉 자연’: 『로빈슨 크루소』의 이중 리듬 • 69
초기 영국 소설의 혼종성과 『로빈슨 크루소』 [69]
스피노자의 존재의 일의성: “신 즉 자연” [75]
역량의 존재론: 인간의 노동과 타자의 존재 [81]

3장 『프랑켄슈타인』에 나타난 신과 인간의 관계: 데카르트적 신, 스피노자적 개체 • 95
『프랑켄슈타인』의 이중 초점: 누구의 이야기인가 [95]
제작적 신의 창조 vs 내재적 신의 표현 [100]
데카르트의 기계론과 스피노자의 표현적 자연 [110]

4장 “나는 히스클리프”일까?: 『워더링 하이츠』와 스피노자적 신의 사랑 • 123
신은 사랑한다, 신은 사랑하지 않는다: 스피노자적 신의 두 얼굴 [127]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 인간 사이에 신의 사랑은 가능할까 [132]
“두 마리 늑대의 친연성”: 이성애적 사랑을 넘어, 신의 사랑과 나란히 [142]

2부 스피노자 윤리학: 욕망과 정서의 윤리•149

5장 자유의지라는 가상과 그 해체: 『록사나』 읽기 • 151
자유의지의 권능 vs 코나투스의 역량 [151]
록사나의 통제 욕구는 그녀의 자유의지일까 [160]
수잔 대 수잔: 록사나의 연극적 자아와 자유의지라는 가상 [169]

6장 괴물과 인간: 『프랑켄슈타인』과 스피노자의 정서 모방 이론 • 179
피조물의 ‘인간적’ 정서 [179]
스피노자의 정서 모방 이론과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188]
거울 구조의 정서 모방: 프랑켄슈타인과 피조물의 분신 관계 [197]

7장 『 워더링 하이츠』에 나타난 고딕성과 스피노자적 욕망의 윤리 • 207
스피노자적 욕망의 윤리: 선악 이분법 해체와 인간의 본질로서 욕망 [211]
히스클리프: 독특한 실재의 독특한 욕망 그리고 고딕성 [221]
“나의 천국”: 히스클리프의 죽음과 독특한 본질 [232]

3부 상상 역량의 덕(훌륭함): 스피노자 미학과 문학 활용법•245

8장 스피노자적 일의성의 뒤틀린 거울 공간: 『걸리버 여행기』의 후이늠-야후 세계 • 247
후이늠의 이성: 초월적 일자성의 공허한 기표 [251]
‘악은 없다’ vs ‘선도 없고 악도 없다’ [260]
픽션의 역량과 걸리버라는 사건: 후이늠랜드와 야후랜드 [266]

9장 사랑의 정서와 스피노자의 공통 관념: 『단순한 이야기』 읽기 • 275
스피노자의 공통 관념: 상상과 이성의 분신 관계 [275]
사랑의 기쁨과 공통 관념: ‘덜 보편적인 공통 관념’에서
‘더 보편적인 공통 관념’으로 [286]
슬픈 정념과 공통 관념: “올바른 삶의 원칙”과 상상력 [295]

10장 스피노자-들뢰즈적 배움과 성장 서사: 『오만과 편견』을 중심으로 • 305
스피노자의 공통 관념, 들뢰즈적 배움, 성장 서사 [309]
『오만과 편견』에서의 배움과 성장 [320]
소설 읽기와 공통 관념의 형성: 독자의 스피노자-들뢰즈적 배움 [330]

참고문헌 • 340
찾아보기 • 351


편집자 추천글 ▼

영국 소설과 만난 스피노자 철학,
더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탐색할 지도가 되다!

스피노자는 다른 사람에게 가르침을 받고 싶지도 않고
다른 사람을 가르치고 싶지도 않다는 말로 자신의 철학에 깃든
아마추어(안-아르케) 정신을 표현한 바 있다. 『스피노자로 영국 소설 읽기』는
그 정신을 이어받아 철학과 문학 사이에서 가르치고 가르침 받는 관계와는
다른 유형의 관계를 창조해 내려고 시도한다. 그럼으로써
영국 소설과 스피노자 철학을 새롭게 읽는 길을 만들어 낸다.
독자들에게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보라고 권유하면서.
— 진태원

영국 소설과 스피노자 『윤리학』의 첫 만남
소수자적 사유와 탄탄한 정서 논리를 지닌 영국 소설들!

스피노자에 대한 학술서와 교양서가 꾸준히 발간되었지만, 아직까지 국내에 영국 소설과 스피노자의 『윤리학』을 본격적으로 연결해 읽은 저술은 없다. 스피노자 철학의 탈-인간중심주의적이고 탈-근대적 성격은 시대와 묘하게 불화했던 몇몇 근대 영국 소설에서 확인할 수 있고, 이는 시대정신에 충실하면서도 문제제기적이며 시대의 균열을 드러내는 작품들의 성격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거꾸로 이 책에서 다루는 근대 영국 소설의 급진적 사유와 미학적 성취는 스피노자 철학의 탈-주체적이고 탈-이분법적인 성격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창이 되기도 한다. 가령 『프랑켄슈타인』이나 『워더링 하이츠』에 구현된 고딕성은 스피노자의 비-인간주의 및 욕망의 윤리 같은 소수자적 사유가 공허한 비주류의 외침으로 떨어지지 않는 탄탄한 정서 논리를 지니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 준다. 문학적 질문으로 철학을 읽고, 철학의 개념을 통해 문학적 물음에 답하면서 문학과 철학 사이에 제3의 담론적 공간을 만들고자 한 『스피노자로 영국 소설 읽기』는 스피노자의 존재론과 윤리학, 그리고 미학을 설명하는 1장을 필두로 총 3부 9장에 걸쳐 근대 영국 소설과 스피노자 철학을 함께 읽어나간다.

스피노자의 존재론, 윤리학, 미학에 대한 간결한 정리
나아가 ‘상상’에 주목한 상상의 철학자 스피노자!

1장 「스피노자 사유의 세 마디」에서는 이 책의 부제인 ‘신, 정서, 픽션’ 각각에 대한 스피노자의 사유를 『윤리학』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첫 번째 절은 『윤리학』 1부를 바탕으로 스피노자의 존재론이라 할 ‘존재의 일의성’을 실체(신), 양태(만물), 속성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특히 실체와 양태가 공통 형식인 속성으로 연결되지만, 그 본질에서는 판이하다는 얼핏 모순돼 보이는 주장이 어떻게 스피노자의 일의적·내재적 존재론에서 핵심적인지를 자세히 설명한다.

두 번째 절은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려는 노력인 코나투스—인간의 경우 욕구 혹은 욕망—를 사물의 본질로 보는 스피노자의 욕망과 정서의 윤리를 검토한다. 더불어 스피노자가 말하는 ‘이성의 명령’의 내용이 각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에게 진정으로 유용한 것을 추구하는 데 있음을, 즉 스피노자의 덕(훌륭함)이 정서나 욕망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코나투스를 토대로 하고 있음을 『윤리학』 3부와 4부를 중심으로 확인한다. 그 과정에서 ‘자유의지’에 대한 스피노자의 급진적 비판 역시 살펴본다.

마지막 절은 합리주의자의 면모에 가려진 상상의 철학자로서의 스피노자, 즉 루소나 라캉 이전에 인간 인식의 필수 조건으로 상상에 주목한 스피노자의 논의를 다룬다. 스피노자의 상상 이론에서 상상의 덕(훌륭함) 및 픽션(문학)의 잠재적 역량을 높이 평가한 『윤리학』 2부 정리 17의 주석은 핵심적이다. 나아가 스피노자의 이성 개념으로 알려진 공통 관념(2종 인식)이 상상(1종 인식)과 대립되기보다 오히려 상상 및 정서를 발생적·실정적 조건으로 하는 개념임을 들뢰즈의 논의와 함께 살펴본다. 상상과 픽션의 역량에 대한 스피노자의 인식을 바탕으로, 그 중요성에 비해 아직 충분히 연구되지 않은 스피노자의 공통 관념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보면서 스피노자 미학의 밑그림을 그려나간다.

스피노자 『윤리학』의 핵심 주제와 함께 읽는
새롭고 매력적인 영국 소설의 세계

1부 2장은 『로빈슨 크루소』에 나타나는 초월적 신의 섭리와 스피노자의 ‘신 즉 자연’이 만들어 내는 이중 리듬을 살피면서, 스피노자 철학에 담긴 존재의 일의성과 역량의 존재론이 작품에 드러나는 양상을 검토한다. 『프랑켄슈타인』을 다룬 1부 3장은 프랑켄슈타인과 피조물(괴물)의 관계를 데카르트적 신과 스피노자적 개체의 관계로 보고, 작품에 나타난 제작적 신의 창조와 내재적 신의 표현, 데카르트의 기계주의와 스피노자의 표현적 자연의 대립을 살핀다. 1부 4장은 『워더링 하이츠』가 던지는 질문 중 하나인 ‘스피노자가 말한 신의 사랑이 인간 사이에 가능할까’를 톺아보면서,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두터운’ 관계를 통해 작품이 이 문제를 묻고 대답해 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2부 5장은 신체에 대한 정신의 절대적 지배, 특히 자유의지에 대한 스피노자의 비판을 중심으로 대니얼 디포의 마지막 소설 『록사나』를 읽는다. 2부 6장은 『프랑켄슈타인』에 나타난 스피노자의 정서 모방 이론을 살펴본다. 메리 셸리의 피조물은 괴물 같은 외모와 달리 ‘인간적’ 정서를 지닐 뿐 아니라 인간처럼 정서 모방을 통해 정체성을 구축하며, 동시에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적 분신으로 존재한다. 2부 7장은 『워더링 하이츠』에서 고딕적 악한이자 낭만적 영웅으로 그려진 히스클리프를 중심으로, 선악 이분법을 해체하고 인간의 본질을 욕망으로 보는 스피노자의 욕망 윤리가 작품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살핀다.

3부 8장은 『걸리버 여행기』가 어떻게 스피노자적 일의성의 뒤틀린 문학적 거울인지를 초월적 일자성의 공허한 기표로서의 후이늠의 이성, 걸리버라는 사건, 그리고 후이늠랜드와 야후랜드의 중첩 관계를 중심으로 읽는다. 3부 9장은 스피노자 사유에서 공통 관념과 정서 및 상상의 분신적(double) 관계를 검토하고, 『단순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사랑이라는 정서와 공통 관념의 관계를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통해 살핀다. 마지막 3부 10장은 스피노자의 공통 관념에 기반한 들뢰즈의 배움 개념인 ‘스피노자-들뢰즈적 배움’과 소설의 주요 하부 장르인 ‘성장 소설’의 관계를 『오만과 편견』을 중심으로 살펴보며, 그 과정에서 ‘독자’의 스피노자-들뢰즈적 배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좀 더 자유로운 삶의 무기로서의 스피노자 철학
그 철학이 정확하게 이해되는 놀라운 경험!

『스피노자로 영국 소설 읽기』는 제목 그대로 스피노자 철학을 영국 소설이라는 창을 통해 읽은 책이다. 『프랑켄슈타인』, 『워더링 하이츠』(『폭풍의 언덕』), 『로빈슨 크루소』, 『걸리버 여행기』, 『오만과 편견』 등 독자에게 익숙한 영국 소설을 스피노자 사유의 핵심 주제들과 함께 읽음으로써 ‘좀 더 자유로운 삶의 무기로서 스피노자 철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가 『윤리학』의 낯선 개념이나 다소 딱딱한 문체로 인해 좌절하지 않게 해준다.

스피노자 학술서의 지나친 무거움, 혹은 너무 가벼운 스피노자 해설서에 대한 불만족을 이 책은 일거에 날려버린다. 스피노자의 『윤리학』을 존재론, 윤리학, 미학으로 나누어,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설명할 뿐 아니라, 영국 소설에 대한 깊은 이해와 새로운 해석을 바탕으로 스피노자의 철학을 풀어내기에 스피노자에 관심 있는 독자는 물론 영국 소설을 애정하는 대중에게 큰 기쁨과 유용함을 선사할 것이다. 또한 들뢰즈 사유와 스피노자 철학의 친연성에 관심 있는 독자들, 스피노자와 예술의 관계에 대해 궁금해하는 독자들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관점을 제공할 것이다.

18~19세기 영국 소설 원전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읽어나간
스피노자 철학과 마주치는 기쁨!

『워더링 하이츠』, 『프랑켄슈타인』, 『오만과 편견』 같은 18~19세기 주요 영국 소설 원전을 풍부하게 이해한 필자가 스피노자적 관점에서 새롭게 읽은 이 책은 스피노자 『윤리학』을 이루는 세 주제, 즉 존재의 일의성(존재론), 욕망과 정서의 윤리(윤리학), 상상과 픽션의 역량(미학)에 대해 전반적이고도 구체적인 이해를 제공하면서 독자들을 문학과 철학이 만나는 창조적 사유 공간으로 초대한다.

스피노자와 예술 혹은 스피노자와 문학의 관계가 궁금한 독자, 들뢰즈 사유와 스피노자 철학의 친연성에 관심 있는 독자, 스피노자의 사유를 자신의 분야에 활용하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 정확한 문체로 스피노자 철학을 문학 작품에 대한 성실한 분석과 함께 풀어낸 이 책은 까다롭게만 여겨지던 스피노자의 『윤리학』과 우리의 거리를 한결 가깝게 만들 것이다. 스피노자 철학을 학문적 연구 대상을 넘어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한 삶으로 가기 위한 삶의 무기로 삼고 싶은 독자에게도 이 책의 필독을 권한다. 이 책은 문학 작품을 정성껏 읽는 기쁨과 함께 스피노자가 견고히 펼쳐 보이는 자유의 길로 나아가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