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개념의 역사

철학의 정원 71

대니얼 A. 돔브로스키 지음 | 이민희 옮김 | 김동규 감수 | 2024-12-13 | 408쪽 | 28,000원


저자 대니얼 A. 돔브로스키는 20권이 넘는 저서와 200편이 넘는 논문을 남기며 활발하게 활동해 온 미국의 철학자이다. 과정철학자 찰스 하츠혼, 정치철학자 존 롤스, 고대 그리스의 철학 개념에 오랜 시간 천착하며, 여러 관점과 쟁점이 교차하는 지점을 섬세하게 연구해 왔다. <신 개념의 역사>는 그의 연구를 한국에 처음 소개하는 번역서이다.

이 책은 신 개념의 역사라는 독특한 장르에 속한다. 시대와 변화를 초월해 존재하는 형언할 수 없는 신의 실재에 대한 역사가 아닌, 아브라함 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신을 어떻게 인식해 왔는가의 역사를 다룬다. 그리고 돔브로스키는 신고전 혹은 과정 유신론의 관점에서 신 개념의 역사를 구성하여 이 장르의 외연을 넓히고자, 고대 그리스의 고전 유신론부터 전통적인 신의 속성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용어를 사용해 신을 이야기해 온 과감한 사유들까지를 모두 살핀다.


저·역자소개 ▼

저자 대니얼 A. 돔브로스키
철학자. 시애틀대학교 명예교수.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출생. 가톨릭 예수회에서 설립한 세인트루이스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한 후, 1988년부터 역시 예수회에서 설립한 시애틀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쳤으며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독일 뮌스터대학교에서 강연했다. 미국 형이상학회(The Metaphysical Society of America) 회장을 역임했고(2018~2019년), 존 B. 캅 주니어와 데이비드 레이 그리핀이 1973년 설립한 과정사상연구소(The Center for Process Studies)에서 캐서린 켈러, 메리 엘리자베스 무어 등과 함께 임원을 맡고 있다. 2009년부터는 과정 사상연구소에서 발간하는 학술지인 『과정 사상 연구』Process Studies의 편집자로 활동하면서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와 찰스 하츠혼의 사상을 연구하고 알리는 중이다. 서양철학, 신학, 고전, 문학을 넘나들며 20권이 넘는 책을 집필했고, 200여 편에 달하는 논문을 발표했으며, 주로 신고전 유신론 혹은 과정 사상의 관점에 기반한 철학사와 종교철학, 정치철학자 존 롤스, 그리스도교 윤리, 평화학에서 주목할 만하고 의미 있는 업적을 남겼다. 특히 찰스 하츠혼에 관한 연구를 깊고 다양하게 수행해 온바, 실제로 “오늘날 하츠혼 학자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많은 작품을 남긴 연구자”로 평가받는다. 돔브로스키는 철학자이자 그리스도 교도로서 자신의 연구와 신앙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서 여러 사회 의제를 고민하고 자신의 철학을 구체적으로 실천해 오기도 했다. 1980년대부터는 동물권을 철학적으로 설명해 왔고 실제로 채식주의자로 살고 있으며, 임신 중지권과 가톨릭의 관계, 정치적 자유주의와 종교의 관계에 대해서도 꾸준히 연구해 왔다. 주요 저서로는 Contemporary Athletics and Ancient Greek Ideals(2009), Rethinking the Ontological Argument: A Neoclassical Theistic Response(2006) 등이 있고, 찰스 하츠혼에 대한 연구서 Divine Beauty: The Aesthetics of Charles Hartshorne(2004), Analytic Theism, Hartshorne, and the Concept of God(1996)과 가톨릭적 입장에서 임신 중지권을 옹호하는 A Brief, Liberal, Catholic Defense of Abortion(2000), 동물권, 채식주의와 관련한 Hartshorne and the Metaphysics of Animal Rights(1988), Vegetarianism: The Philosophy Behind the Ethical Diet(1984), The Phi\-losophy of Vegetarianism(1984)이 있으며, 가장 최근의 저서로는 Process Mysticism(2023), Process Philosophy and Political Liberalism: Rawls, Whitehead, Hartshorne(2019)이 있다. 그 외 다수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저자  이민희
신학과 종교철학을 공부하고 있고, 그리스도교 사상과 종교철학 관련 글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한다. 옮긴 책으로 『켈트 기도의 길: 다시 깨어나는 거룩한 상상력』, 『무엇이 좋은 도시를 만드는가: 공공신학과 도시 교회』, 『처치걸: 성경적 여성을 형성한 역사 속 결정적 장면들』, 『페미니스트 종교철학』, 공역으로 『우리가 예배하는 하나님: 전례 신학 탐구』, 『다시 읽는 아우구스티누스: 유한자의 조건과 무한자의 부르심』 등이 있다.

감수  김동규
서강대학교 생명문화연구소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주요 저작으로 『선물과 신비: 장-뤽 마리옹의 신-담론』, 『미술은 철학의 눈이다』(공저) 등이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 「『전체성과 무한』에서 ‘나(들)’의 다원주의」, 「진리의 초과, 주어진 자기: 마리옹의 아우구스티누스 해석에 대한 비판적 고찰」, 「상호성을 넘어서: 폴 리쾨르에게서 주어짐과 선물」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장-뤽 마리옹의 『과잉에 관하여』, 레비나스의 『윤리와 무한: 필립 네모와의 대화』 등이 있다. 

 
차례 ▼


들어가는 말 5

1부 고전 유신론 ●21
1. 필론 기원전 30년~기원후 50년 ◦23
2. 성 아우구스티누스 354~430년 ◦38
3. 성 안셀무스 1033~1109년 ◦43
4. 알 가잘리 1058~1111년 ◦58
5. 마이모니데스 1135~1204년 ◦64
6. 성 토마스 아퀴나스 1225~1274년 ◦70
7. 르네 데카르트 1596~1650년 ◦98
8.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 1646~1716년 ◦104
9. 임마누엘 칸트 1724~1804년 ◦118

2부 고대 그리스 신론 ●133
10. 플라톤 기원전 427~347년: 편재 ◦135
11. 플라톤 기원전 427~347년: 전능에 대한 반론 ◦156
12. 아리스토텔레스 기원전 384~322년 ◦169
13. 플로티노스 205~270년 ◦187

3부 신고전 혹은 과정 유신론 ●199
14. 파우스토 소치니 1539~1604년 ◦203
15, 프리드리히 폰 셸링 1775~1854년 ◦210
16. 구스타프 페히너 1801~1887년 ◦215
17. 찰스 샌더스 퍼스 1839~1914년 ◦226
18. 오토 플라이더러 1839~1908년 ◦236
19. 니콜라이 베르댜예프 1874~1948년 ◦241
20. 무함마드 이크발 1877~1938년 ◦259
21. 마르틴 부버 1878~1965년 ◦264
22. 피에르 테야르 드 샤르댕 1881~1955년 ◦270

4부 앙리 베르그송과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 ●283
23. 앙리 베르그송1859~1941년 ◦285
24.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 헤드1861~1947년: 『과정과 실재』까지 ◦313
25.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 헤드1861~1947년: 『과정과 실재』 이후 평가 및 저술 ◦346

옮긴이 후기 ◦382
참고 문헌 ◦386
찾아보기 ◦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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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철학부터 현대 과정 철학까지,
23명의 사상가를 통해 펼쳐내는 2500년의 신 개념 역사

신은 어떻게 인식 되어 왔는가?
신 개념의 역사라는 장르에 대하여


이 책은 신 개념의 역사라는 독특한 장르에 속한다. 이 장르는 시대와 변화를 초월해 존재하는 형언할 수 없는 신의 실재에 대한 역사가 아닌, 아브라함 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신을 어떻게 인식해 왔는가의 역사이다. 사실상 신을 표현하는 여러 용어는 신 자체를 가리킨다기보다, 시대마다 특정 집단이 그들의 열망에 따라 형성해 온 개념이다. 신의 모습은 고정된 절대적 이미지로 지속되는 게 아니라, 세계와의 관계 안에서 빚어지고 발전한다. 즉 인간 삶의 양상과 사회의 작동 방식이 바뀌듯, 신의 이미지 역시 변화를 겪는다.

신 개념의 역사가 중요한 이유는 신의 이미지를 통해 그 안에 반영된 인간과 세계를 확인할 수 있어서이다. 신 개념의 역사를 통해, 현재까지 전달된 신의 이미지를 고찰하면서 우리가 처한 현황을 파악하고 과거를 반성할 수 있으며, 열린 미래를 맞이하는 데 필요한 자세를 갖춰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신 개념은 인간의 독창성과 창조성, 그리고 세계의 역동성을 따라 형성된다고도 할 수 있다.

과정 철학의 관점에서
신 개념의 역사를 구성하다


저자 대니얼 A. 돔브로스키는 20권이 넘는 저서와 200편이 넘는 논문을 남기며 활발하게 활동해 온 미국의 철학자이다. 과정철학자 찰스 하츠혼, 정치철학자 존 롤스, 고대 그리스의 철학 개념에 오랜 시간 천착하며, 여러 관점과 쟁점이 교차하는 지점을 섬세하게 연구해 왔다. 특히 하츠혼과 관련해 “가장 중요하고 많은 작품을 남긴 연구자”라고 불릴 만큼 뛰어난 연구 업적을 쌓았다. 그리고 「신 개념의 역사」는 그의 연구를 한국에 처음 소개하는 번역서이다.

돔브로스키는 이 책에서 과정철학자 찰스 하츠혼에게 기대어 신고전 혹은 과정 유신론의 관점에서 신 개념의 역사를 구성하고, 이 장르의 외연을 넓히고자 한다. 기존 형이상학을 따를 때, 신에게는 언제나 우위 범주를 적용해야 하므로, 신 개념은 단극 성향을 보인다. 그러나 하츠혼은 양극신론을 제안한다. 즉, 범주를 선택적으로 신에게 적용하는 게 아니라, 각 범주에서 최고 탁월한 면모를 신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은 최고 탁월한 존재인 동시에 최고 탁월한 생성이고, 최고 탁월한 변동성을 거듭해서 지니기에 최고 탁월한 영속성을 갖는다. 이런 양극신론에서는 대비되는 범주 사이에서 우열을 가릴 필요가 없다.

하츠혼은 기존 존재론의 범주를 인정하면서도, 범주가 가리키는 의미를 더 풍성하고 깊게 사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고전 유신론에서는 신과 연결할 수 없던 속성들, 이를테면 연민이나 공감 같은 수동성, 타자와의 관계와 시간에 의한 변동성 같은 면모도 신에게 부여할 수 있게 되었다. 찰스 하츠혼의 이런 시도는 신학 안에서 과정철학을 사유하는 데도 크게 일조했다. 특히 남성 중심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단극 신 개념이 전개되는 동안 가장자리로 밀려난 비남성 인간과 비인간 동물의 자리를 다시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고전 유신론을 넘어 신고전 유신론으로
신 개념의 전환과 확장의 역사를 살펴 보다


돔브로스키는 전통적인 신 개념을 고수하는 고전 유신론의 문제, 특히 시간 바깥에 머무는 영원성, 전능과 전지의 속성 때문에 생겨난 소통 없는 무감각한 신, 독재적이고 폭력적인 신의 모습을 지적하고, 신고전 혹은 과정 유신론의 견해를 옹호한다. 이어 찰스 하츠혼의 관점을 통해 아브라함 종교(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에서 신 개념이 빚어져 온 오랜 역사를 설명한다. 여기서 특히 흥미로운 점은 존재론적 논증 자체를 비판하는 대신, 안셀무스, 토마스 아퀴나스 등이 가정하는 고전 유신론의 개념을 비판한다는 것이다.

돔브로스키는 이어 고전 유신론의 개념이 기인한 고대 그리스 철학의 발전을 살핀다. 그에 따르면 플라톤의 대화들에 나타나는 신관은 시기별로 조금씩 다르게 전개되며, 후기 저술들에서는 신고전 유신론에 가까울 정도로 발전된다. 하지만 플라톤 이후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플라톤의 풍성한 생각을 다양하게 이어가지 못했다. 그렇기에 돔브로스키는 우리가 고전 유신론의 테두리를 벗어나, 플라톤의 풍성한 사유에 직접 접촉하고 플라톤이 염두에 두었던 역동적인 신, 시간 안에서 세계와 소통하며 함께 진보하는 신을 다시 만나기를 촉구한다. 존재 자체가 힘이라는 이해 아래, 전능과 전지한 신 대신 여러 힘 사이에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선한 세계를 상상하기를 제안한다.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새로 빚어야 할 신 개념은 고대의 이야기 속 상상에 닿아 있고, 고전 유신론의 오랜 사유 방식을 폐기한다기보다 전환하고 확장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신고전 유신론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는 근대 초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전통적인 신의 속성에 갇히지 않고 신을 이야기해 온 과감한 사유들을 살핀다. 여기에는 뉴턴의 기계론적 자연관을 극복하려 애쓴 프리드리히 폰 셸링, 기호논리학의 선구자 찰스 샌더스 퍼스, 인간의 창조성을 다시 발견한 동방정교 배경의 러시아 사상가 니콜라이 베르댜예프, 관계의 중요성을 일깨운 유대 종교철학자 마르틴 부버, 그리스도교 신학 안에서 진화의 자리를 확보한 피에르 테야르 드 샤르댕 같은 인물이 포함된다. 뛰어난 사상가의 깊은 통찰을 신고전 유신론의 시선에서 살펴보는 시도 역시 참신하고 흥미롭다. 마지막으로 돔브로스키는 20세기 뛰어난 신고전 혹은 과정 유신론자로서 앙리 베르그송과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를 소개한다.

새로운 신 개념이 가져 올
인간과 세계에 대한 풍성한 이해

돔브로스키는 앙리 베르그송,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의 제안을 통해 신비주의의 중요성과 의미까지 살펴본다. 즉 두려움과 기대를 동시에 안고 미래의 결정가능태에 열려있는 것, 촘촘한 언어 틈새로 형언할 수 없는 어떤 에너지가 압도적으로 우리를 찾아오는 경험을 도외시하지 않는 것은 중요하다. 어쩌면 논리적인 진술 대신, 우리 자신을 관통하는 경험과 느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때, 그 과정을 통해서만 신의 모습을 빚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유연함과 유동성, 창조성과 상상력에 기댈 때, 우리는 신과 소통하며 세계의 진보에 일조할 수 있다.

이렇게 인간의 자유와 창조성을 인정하고, 신과 세계의 관계를 새롭게 볼 때, 신에 관한 사유는 풍성해질 것이다. 궁극적으로 전통적인 고전 유신론의 신 개념이 결국은 폭력적이고 독재적인 신 개념, 남성과 인간 중심적인 신 개념으로 귀결됨을 인정할 때, 인류 역사를 반성하는 관점도 바뀔 수 있다. 분명 신 개념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로 이어지며, 세계관은 구체적인 행동으로 구현되기 때문이다. 신고전 유신론을 따라 신 개념을 다시 빚어갈 때, 고난받는 사람, 소수자와 약자를 보는 시선도 바뀔 것이고, 타자를 대하는 태도도 혐오나 배제 대신 연대와 환대로 바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