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역자소개 ▼
1804년 7월 4일 독립기념일에 매사추세츠 주 세일럼 마을에서 태어났다. 친가 쪽에서는 엄격함과 침울함을 이어받았고, 외가 쪽에서는 실무 능력과 유머 감각을 물려받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1837년까지 12년 동안 모친의 집에 와서 직업도 갖지 않은 채 독서와 창작 수습에만 전념했다. 이때도 어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주로 고독과 명상과 독서 속에서 생활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그는 예민한 감수성과 회의적인 성격으로 인해 더욱더 인간의 내면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거기에서 그는 인간 본성 속의 신성을 믿으면서도 죄악의 검은 동굴이 도사리고 있음을 보았다. 이에 따라 나중에 많은 단편소설들과 일련의 로맨스들을 통해서 죄인들의 우화와 지성과 자연적 감정의 갈등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어느 사회에나 있는 인간 심리와 인간 고뇌에 대한 그의 명철한 인식을 보게 해 주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최초의 소설 《팬쇼(Fanshawe)》를 익명으로 자비출판 했으나 만족스럽지 못해 곧 모두 회수해 파기해 버렸다. 이후 한동안 단편소설의 창작에만 전념했다.
1837년에 당시까지 발표된 단편소설 36편 가운데 18편을 한데 묶어 《진부한 이야기들(Twice-Told Tales)》이란 제명의 단편집을 본명을 사용해 최초로 내놓았다. 이어 1846년에 두 번째 단편집 《구목사관의 이끼(Mosses from an Old Manse)》를 출간했다. 여기에 실린 첫 작품인 〈구목사관(The Old Manse)〉은 그의 진귀한 자전적 에세이이고, 이 밖에 유명한 〈젊은 굿맨 브라운(Young Goodman Brown)〉, 〈모반(The Birth-Mark)〉, 〈라파치니의 딸(Rappaccini's Daughter)〉 등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1852년에는 단편집 《눈의 이미지와 다른 진부한 이야기들(The Snow-Image, and Other Twice-Told Tales)》을 출간했다. 여기에는 1832년에 발표한 〈사자의 부인(The Wives of the Dead)〉, 〈내 친척 몰리뉴 소령(My Kinsman, Major Molineux)〉 외에도 1850년의 〈큰 바위 얼굴(The Great Stone Face)〉, 〈이선 브랜드(Ethan Brand)〉 등이 실렸다.
호손은 저명한 문인들과 활발하게 교제를 했을 뿐 아니라 정치계에도 본의 아니게 깊숙이 발을 들여놓았다. 1839년부터 2년 동안 보스턴 세관의 계량관으로서 소금과 석탄의 중량을 다는 일을 담당했다. 1846년에는 세일럼 세관에 수입품 검사관으로 임용되었다. 그러나 1848년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휘그당이 승리를 차지하고, 다음 해 재커리 테일러(Zachary Taylor)가 대통령에 취임한 후, 민주당원이었던 호손은 일종의 정치 보복으로 세관에서 해고당했다. 세관을 그만두고 나서 곧 《주홍 글자》의 집필에 착수했다.
성공적인 《주홍 글자》의 여세를 몰아 1851년 버크셔 체재 중에 집필한 《일곱 박공의 집(The House of the Seven Gables)》을 간행했고, 이어서 1852년에는 《블라이드데일 로맨스(The Blithedale Romance)》를 출간했다.
1853년 영국의 리버풀 영사에 임명되었다. 1853~1856년의 영국 체재 중의 기록을 담은 《영국 노트북(The English Notebooks)》은 그의 다른 노트북 이상으로 아주 상세하고 의미가 깊다. 이어서 1857~1859년에는 로마와 플로렌스에서 생활했다. 특히 플로렌스에서는 영국의 시인 브라우닝 부부(Robert and Elizabeth Barrett Browning)와 친교를 나눌 수 있었다. 이 기간의 생활은 《이탈리아 노트북(The Italian Notebooks)》에 상세하게 적혀 있다. 그 후 호손은 귀국해 다시 콩코드에 정착했다.
1860년에 그의 마지막 장편 로맨스인 《대리석 목양신(The Marble Faun)》을 미국과 영국에서 출간했다. 이 작품은 영국과 미국 양쪽에서 모두 호평을 받았다.
1864년에 호손의 건강은 극도로 악화되었다. 5월 11일 피어스와 함께 뉴햄프셔(New Hampshire) 여행길에 나섰다가 5월 19일 밤에 플리머스(Plymouth)의 한 여관에서 잠자던 중 사망했다. 5월 23일 호손은 늦봄의 화사한 햇빛과 신록의 훈풍 속에 뉴잉글랜드의 저명한 문인들인 롱펠로, 홈스, 필즈, 에머슨 등이 19세기 미국 문학의 실질적인 대가를 잃고 망연자실한 가운데 콩코드의 한 묘지에 조용히 안장되었다.
역자 부희령
서울대학교 심리학과를 중퇴했다. 현재 전문번역가 및 소설가로 활동 중이며, 옮긴 책으로는 『모래 폭풍이 지날 때』, 『매일 읽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다』, 『로마의 운명: 기후, 질병, 제국의 종말』, 『돌팔이 의학의 역사』, 『강요된 비만』, 『아래층 소녀의 비밀 직업』, 『에르미따』, 『살아 있는 모든 것들』, 『아미쿠스 모르티스』, 『샤나메』, 『버리기 전에는 깨달을 수 없는 것들』, 『빠알리 경전에 의거하여 엮은 붓다의 생애』 등이 있다.
차례 ▼
작가 서문(2판에 붙여) 5
세관―『주홍 글자』에 붙이는 머리말 11
1장. 교도소 문 71
2장. 장터 74
3장. 심문 86
4장. 대화 98
5장. 바느질하는 헤스터 108
6장. 펄 121
7장. 총독 저택의 접견실 135
8장. 요정 같은 아이와 목사 145
9장. 의사 158
10장. 의사와 환자 172
11장. 내면의 문제 185
12장. 목사의 밤샘 195
13장. 헤스터의 새로운 생각 210
14장. 헤스터와 의사 221
15장. 헤스터와 펄 230
16장. 숲속 239
17장. 헤스터와 목사 248
18장. 쏟아지는 햇살 262
19장. 개울가의 펄 271
20장. 미로 속의 목사 281
21장. 뉴잉글랜드의 축제일 296
22장. 행렬 308
23장. 참회 323
24장. 결말 335
도슨트 권용선과 함께 읽는 『주홍 글자』
계몽의 알레고리와 봉인되지 않는 ‘A’의 세계 7
1. 보스턴, 마녀의 솥단지와 실험실의 비커 • 7
2. 법과 종교의 바운더리 • 13
3. 불륜을 불허하는 자본주의 정신 • 21
4. 파워 게임의 승자는 누구인가. 의사와 환자 혹은 과학자와 목사 • 28
5. 내부도 외부도 아닌 자의 수난과 성과 • 33
편집자 추천글 ▼
달궈진 쇠처럼 영혼까지 파고드는 주홍 글자 ‘A’
문명과 야만 사이에서 낙인의 의미를 변화시킨 고통과 구원의 드라마
문학과 철학의 만남으로 나의 삶과 세계를 확장하는 법,
<그린비 도슨트 세계문학> 7: 너새니얼 호손, 『주홍 글자』
<그린비 도슨트 세계문학> 일곱 번째 권으로 출간된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 글자』에서 도슨트 권용선은 잘못된 사랑의 결과로 가슴에 주홍 글자 ‘A’를 달고 살아야 했던 한 여성의 삶을 알레고리적으로 해석한다. 17세기 청교도 사회의 엄격한 도덕률과 여성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간통의 낙인을 강인함과 숭고함의 상징으로 변화시켜 간 헤스터 프린이란 여성을 통해 계몽주의 시대의 사회적 변화와 그로 인한 다양한 갈등 양상을 읽어 낼 수 있다. 문명과 야만 사이에서 드러난 봉인되지 않는 ‘A’의 세계는 다른 방식의 삶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즉 차별과 혐오 없는 세상을 바라는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기대로 다가온다.
인공지능 시대에도 모든 질문은
결국 ‘나의 삶’으로 수렴된다
문학은 우리가 살지 않은 삶을 경험하게 하고, 만나지 못한 인물을 만나게 하며, 겪지 못한 일을 체험하게 한다. 문학을 통해 우리는 작가와 나만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낸다. 이 세계가 없으면 우리의 삶은 온갖 정보와 소음 속에서 더욱 왜소해질 것이다. 문학의 세계가 만드는, 현실과 개인의 삶 사이의 이 완충지대는 반복되는 일상에 묻혀 사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틈을 보여 준다. 그러나 문학만의 특별한 상징과 비유는 독자들을 종종 난관에 빠뜨린다. 그리하여 작품을 표면적으로만 이해하거나 읽기를 아예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린비 도슨트 세계문학>은 철학과 인문학자의 시각을 빌려 세계문학의 고전을 읽는다. 이를 통해 저마다의 읽기가 수없이 많은 갈래를 만들고, 거기서 수없이 많은 세계가 생겨난다.
<그린비 도슨트 세계문학>의 해설은 문학에 딸린 부록이 아니다. 그 자체로 한 권의 책과 맞먹는 가치를 담고 있다. 이는 문학 작품을 어떻게 읽을까 고민하는 독자들과 자신만의 독특한 사유를 개척하려는 독자들에게 중요한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이 시리즈의 특징은 해설이 시작되는 뒤표지를 앞표지처럼 구성하여 해설을 첫 페이지처럼 읽도록 한 것인데, 문학과 맞물려 읽는 철학 혹은 사유의 긴밀함을 표현한 것이다.
단죄하고 배제하고 이단시하라
폐쇄적인 공동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낙인 찍기
“내 눈길은 낡은 주홍색 글자에 사로잡혀 움직일 수 없었다. 분명히 깊은 의미가 숨어 있었고, 해석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신비한 상징에서 흘러나온 의미가 감성에 미묘하게 전달되었으나, 머리로 분석되는 것은 피하려는 듯했다.” ― 작가 서문(2판에 붙여) 51쪽에서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 글자』는 헤스터 프린이란 여성의 ‘불륜’을 취조하고 단죄하는 재판 장면으로 시작해 그녀의 죽음으로 끝이 난다. 유부녀였던 그녀의 연애 상대가 누구이며, 이를 감추려는 이와 밝히려는 이가 누구인지, 그들 사이의 긴장 관계가 어떻게 전개되는지가 이야기의 한 축을 이룬다. 그러나 도슨트 권용선의 말처럼, 이 작품은 일반적인 의미의 로맨스 소설이 아니다. 불륜을 둘러싼 이야기의 행간을 들여다보면 계몽주의 시대의 사회상과 사회 문제를 읽어 낼 수 있는 다층적인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식민지로 이주한 유럽인들의 삶의 모습, 법과 종교의 경계, 종교적 금욕주의에 의한 자본주의 강화, 과학과 종교의 갈등, 가부장적 가족 제도하에서의 여성 억압 문제 등이 주홍 글자 ‘A’에서 시작되어 배회하고 다시 그 글자로 돌아온다. 카인의 이마에 찍힌 낙인보다 더 견딜 수 없는 징표를 달고 산 헤스터의 삶은, 단순히 한 여성이 아니라 폐쇄적인 공동체의 질서를 위해 단죄되고 배제되고 이단시된 그 시대의 모든 약자들의 삶을 표현한 고통과 구원의 드라마다.
수치와 죄책감에서 존경과 숭고함으로
주홍 글자가 없는 또 다른 세계를 향하여
낙인은 죄인이 평생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며 살라는 표식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흥미로운 점은, 간통의 낙인인 주홍 글자 ‘A’의 의미가 서서히 변화한다는 것이다. 도슨트 권용선은 이를 ‘봉인되지 않은 A의 세계’라고 일컫는데, 낙인은 수치와 죄책감에서 고통과 강인함으로, 그리고 종국엔 존경과 숭고함의 상징으로 변화해 간다. 헤스터는 마을(문명)이나 숲(야만) 그 어느 공간에도 속하지 않고 그 ‘사이’에 살면서, 내부에 휩쓸리지도 또 외부로 일탈하지도 않은 채 묵묵히 살아간다. 그런 다른 삶의 방식을 통해 자유와 행복에 도달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
“호손의 『주홍 글자』는 금지를 위반함으로써 수난을 감내해야만 했던 인물들을 통해, ‘다른 삶’의 가능성과 좌절된 희망 속에서도 굳건히 자신의 삶을 살아 낸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표현한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목사의 죽음 이후 마을을 떠났던 헤스터가 다시 오두막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삶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특히 법과 종교가 허락하지 않는 금지된 사랑 때문에 고통받는 여성들을 위로하며, “또한 더 밝은 세상이 오면, 그러니까 이 세상이 하나님의 뜻에 맞게 완성되면, 새로운 진리가 드러나서 남자와 여자의 관계가 확실한 행복을 보장하는 토대 위에서 세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그녀가 말할 때, 그 안에는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한 세상에 관한 기대와 희망이 굳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 도슨트 권용선과 함께 읽는 『주홍 글자』 해설 38쪽에서)
문명과 야만 사이에서 낙인의 의미를 변화시킨 헤스터의 삶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게 한다. 우리는 현재 너와 나의 차이를 다름이 아닌 틀림으로 낙인찍는 사회에 살고 있지 않은가? 또 다른 주홍 글자가 오늘도 누군가에게 찍히고 있지 않은가? 돌연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된 듯 답의 뒷맛이 씁쓸하지만, 주홍 글자가 없는 또 다른 세계의 가능성은 아직 우리에게 열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