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약체들과 사회들
그린비 장애학 컬렉션 7
앙리-자크 스티케 지음, 오영민 옮김 | 2021-01-29 | 544쪽 | 29,000원
그린비 장애학 컬렉션 7권.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사회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장애인들을 어떻게 표상해 왔고, 어떤 방식으로 다루어 왔는지, 그 전개와 변천의 양상들을 진술한 책이다. 장애학 담론에서 익숙하게 활용하던 방식과 다른 접근법과 논쟁적 주장으로 발간 당시 화제가 되었으나, 장애의 역사를 다루는 충실함과 신선한 접근으로 지금껏 3판을 거듭했고 영미권에서도 <장애의 역사>로 번역되어 그 내용과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저·역자 소개 ▼
저자 앙리-자크 스티케 Henri-Jacques Stiker
파리 7대학(디드로)에서 “Identités, Cultures, Territoires”연구 책임자로 있다. 유럽 장애연구 저널인 『ALTER』(European Journal of Disability Research)의 공동창립자이자 책임편집자로 있으며 『부서진 것과 태어나지 못한 것: 불구의 몸과 사회』, 『민주적 토론을 위하여: 장애라는 이슈』, 『손상된 신체로 채색된 우화들: 16~20세기에서의 병의 모습』,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장애의 변화』, 『종교와 불구: 금지된 것, 죄악, 상징에 대한 인류학적 분석』 등을 썼다.
역자 오영민
나를 타자화하는 문학적 체험이야말로 삶의 중요한 배움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스티케가 말한 장애의 문제 역시 타자의 윤리를 첨예하게 상기시킨다는 점에 공감해 번역을 진행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불어과 졸업 동대학원 프랑스 문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현재 국제사회교육원에서 프랑스어 강의를 담당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동원육영재단의 후원으로 진행되는 모교의 전인교육프로그램 ‘HUFS Life Academy’(www.hufslifeacademy.com)을 기획 운영하면서 독서와 글쓰기 경험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아래의 슬리퍼를 신은 남자』, 『시시포스 신화』 등이 있다.
파리 7대학(디드로)에서 “Identités, Cultures, Territoires”연구 책임자로 있다. 유럽 장애연구 저널인 『ALTER』(European Journal of Disability Research)의 공동창립자이자 책임편집자로 있으며 『부서진 것과 태어나지 못한 것: 불구의 몸과 사회』, 『민주적 토론을 위하여: 장애라는 이슈』, 『손상된 신체로 채색된 우화들: 16~20세기에서의 병의 모습』,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장애의 변화』, 『종교와 불구: 금지된 것, 죄악, 상징에 대한 인류학적 분석』 등을 썼다.
역자 오영민
나를 타자화하는 문학적 체험이야말로 삶의 중요한 배움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스티케가 말한 장애의 문제 역시 타자의 윤리를 첨예하게 상기시킨다는 점에 공감해 번역을 진행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불어과 졸업 동대학원 프랑스 문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현재 국제사회교육원에서 프랑스어 강의를 담당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동원육영재단의 후원으로 진행되는 모교의 전인교육프로그램 ‘HUFS Life Academy’(www.hufslifeacademy.com)을 기획 운영하면서 독서와 글쓰기 경험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아래의 슬리퍼를 신은 남자』, 『시시포스 신화』 등이 있다.
차례 ▼
제3판을 위한 일러두기 9
2판에 부치는 서문 (1997년) 11
서론 불구성의 전경 -들러리 존재 17
방법론적 매개 42
1장 성서와 불구성 -신에 대한 숭배 61
금기 62 | 시스템 75 | 금기의 단절? 81
2장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 -신들의 공포 89
실제들 : 격리된 기형, 보살펴진 허약함 89 | 신화들 107
테이레시아스의 주변, 실명의 사례 140
3장 중세의 자선 시스템(들) 149
조티코스에서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까지 : 구빈원의 자선과 적선의 윤리학 165
신비주의적 윤리학 : 불구자가 예수 그리스도가 될 때 179
‘사회적’ 윤리 : 모든 가난한 자들이 위험한 자들이 될 때 188
4장 전형화의 세기들 -오싹한 한기 201
의학과 철학 201 | 자선과 수용 225 | 생물학과 인간중심주의 236
구호와 재기 243 | 19세기를 따라가며 269
5장 재적응의 탄생 287
삭제 287 | 계기와 그 조건들 290 | 일련의 시련들, ‘모순점들’ 342
뒤얽힌 도식들 그리고 분할 원칙들 379 | 예고장으로서의 결론 400
6장 장애에 관한 새로운 이론을 위하여 413
이론의 개념 파악하기 413 | 모델 개념 파악하기 422
장애에 관한 위대한 이론들 428 | 또 다른 전망을 향하여 454
에필로그 487
부록: 입법화의 단계들 513
참고문헌 523
2판에 부치는 서문 (1997년) 11
서론 불구성의 전경 -들러리 존재 17
방법론적 매개 42
1장 성서와 불구성 -신에 대한 숭배 61
금기 62 | 시스템 75 | 금기의 단절? 81
2장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 -신들의 공포 89
실제들 : 격리된 기형, 보살펴진 허약함 89 | 신화들 107
테이레시아스의 주변, 실명의 사례 140
3장 중세의 자선 시스템(들) 149
조티코스에서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까지 : 구빈원의 자선과 적선의 윤리학 165
신비주의적 윤리학 : 불구자가 예수 그리스도가 될 때 179
‘사회적’ 윤리 : 모든 가난한 자들이 위험한 자들이 될 때 188
4장 전형화의 세기들 -오싹한 한기 201
의학과 철학 201 | 자선과 수용 225 | 생물학과 인간중심주의 236
구호와 재기 243 | 19세기를 따라가며 269
5장 재적응의 탄생 287
삭제 287 | 계기와 그 조건들 290 | 일련의 시련들, ‘모순점들’ 342
뒤얽힌 도식들 그리고 분할 원칙들 379 | 예고장으로서의 결론 400
6장 장애에 관한 새로운 이론을 위하여 413
이론의 개념 파악하기 413 | 모델 개념 파악하기 422
장애에 관한 위대한 이론들 428 | 또 다른 전망을 향하여 454
에필로그 487
부록: 입법화의 단계들 513
참고문헌 523
편집자 추천글 ▼
“장애, 이것은 어째서 나의 이야기로 들리는가”
‘차이나는’ 것을 대하는 사회의 공포와 패닉,
그리고 장애와 사회에 대한 인류학적 탐구
선천성 기형과 비정상을 공포스러워하고 눈앞에서 치워버리려 하던 역사는 고대, 그리스 신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유명한 오이디푸스의 이름은 발을 전다는 뜻이거니와, 오이디푸스는 후에 눈을 잃는다. 게다가 오이디푸스는 어려서 ‘유기된’ 아이였다.
“그렇다면 그가 유기된 까닭이 그의 불구상태 때문일까? 그게 아니라면 그가 지녔던 불구상태는 우발적 사건, 예를 들어 선조 중 누군가가 저지른 동성애적 강간과 같은 과오 때문에 발생한 불길한 태생의 결과였을까? … 그리고 두려움과 공포를 자아내는 까닭은 변질, 나아가 ‘괴물성’이 그 기원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오이디푸스 전설 그 자체는 이런 두려움이 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게 한다.”(본문 108~109쪽)
불구성, 일탈, 비정상과 이상, 기형 등의 문제는 마치 부모에 대한 심리적 관계, 신과의 관계, 진실과의 관계처럼, 우리 삶의 조건과 문화에 내재된 근본 문제에 해당된다. 신체불구(자)라는 명칭이 ‘장애/장애인’이 되기까지의 역사와 문화를 다른 시각에서 뜯어보고 있는 이 책 『장애: 약체들과 사회들』은 1982년 첫 출간 이래 현재까지 수정과 장 추가를 거쳐 세 번째 판본에 이르렀다. 서구사회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장애인을 어떻게 표상해 왔고, 또 어떤 방식으로 다루어 왔는지 그 전개와 변천 양상을 진술함과 동시에 논쟁적인 관점과 주장으로 출간 당시부터 화제가 된 책이다.
‘차이나는’ 것을 대하는 사회의 공포와 패닉,
그리고 장애와 사회에 대한 인류학적 탐구
선천성 기형과 비정상을 공포스러워하고 눈앞에서 치워버리려 하던 역사는 고대, 그리스 신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유명한 오이디푸스의 이름은 발을 전다는 뜻이거니와, 오이디푸스는 후에 눈을 잃는다. 게다가 오이디푸스는 어려서 ‘유기된’ 아이였다.
“그렇다면 그가 유기된 까닭이 그의 불구상태 때문일까? 그게 아니라면 그가 지녔던 불구상태는 우발적 사건, 예를 들어 선조 중 누군가가 저지른 동성애적 강간과 같은 과오 때문에 발생한 불길한 태생의 결과였을까? … 그리고 두려움과 공포를 자아내는 까닭은 변질, 나아가 ‘괴물성’이 그 기원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오이디푸스 전설 그 자체는 이런 두려움이 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게 한다.”(본문 108~109쪽)
불구성, 일탈, 비정상과 이상, 기형 등의 문제는 마치 부모에 대한 심리적 관계, 신과의 관계, 진실과의 관계처럼, 우리 삶의 조건과 문화에 내재된 근본 문제에 해당된다. 신체불구(자)라는 명칭이 ‘장애/장애인’이 되기까지의 역사와 문화를 다른 시각에서 뜯어보고 있는 이 책 『장애: 약체들과 사회들』은 1982년 첫 출간 이래 현재까지 수정과 장 추가를 거쳐 세 번째 판본에 이르렀다. 서구사회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장애인을 어떻게 표상해 왔고, 또 어떤 방식으로 다루어 왔는지 그 전개와 변천 양상을 진술함과 동시에 논쟁적인 관점과 주장으로 출간 당시부터 화제가 된 책이다.
장애의 역사는 사회의 역사다
사회는 의미심장한 현상을 다루는 방식에서 제 모습을 드러낸다. 저자인 스티케는 장애인에 관해 말해 보는 것은 사회 깊숙한 곳의 베일을 들추는 일이라며 우리에게 뜨끔한 질문을 던진다. “어째서 우리는 다르게 태어나거나 혹은 그렇게 된 존재들에 온갖 이름을 붙여가며 지칭하는 것일까? 어째서 그토록 많은 범주가 필요하게 된 것일까? 누구에게나 흔히 일어나고 또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두고 어째서 그토록 극적인 과장을 하는 것일까?”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 선과 악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 순전히 운과 우연의 작용으로 일어나는 장애와 불구와 질병을, 어째서 우리는 제대로 보지 못하고 말도 하지 못하는 것일까? “피상적으로 부를 때조차 ‘장애’는 예상치 못한 어떤 예외적이고 엄청난 공포, 놀라우리만큼 부정적인 어떤 제스처를 가리키”는 까닭에 “우리는 장애를 거부하고 강박에 시달리는가 하면, 장애가 초래하는 두려움과 불편함에 따라 모든 것을 경험하는 가운데, 그것에 경계를 설정하고 장애를 유폐시키는 데 열중한다”. 그런 점에서 저자의 지적처럼 장애의 문제는 발굴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된 도자기 조각이 맞다. 그 자취를 남긴 문화에 관한 수많은 증거를 열람하게 하는.
성서에서부터 ‘차이 나는 존재’를 어떻게 다뤄왔는지를 생각해 보면 생물학적으로 온전하지 않은 존재를 배제하는 사회의 집단성이 드러난다. 그리고 이런 집단의 공격성은 그 방향을 쉽게 바꾸어 외국인, 주변인, 공동체에 제대로 통합되지 못한 모든 이들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중세 말엽과 르네상스 시기, ‘다름’에 대한 공포로 장애인과 광인, 걸인 등을 감금하면서 이 모든 이들이 노동하도록 계도해야 한다는 최초의 발상이 시작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배제와 감금, 차별의 역사는 장애와 함께 탄생했을지도 모른다.
장애, 약체들에 대한 환대 가능성
이 책의 원제를 번역하면 “불구의 몸과 사회들”이다. 불구를 가리키는 말은 사고 희생자, 선천적 기형자, 지체부자유자, 신체불구자, 무능력자 등의 어휘를 거쳐 ‘장애’까지 왔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고 있는 ‘장애’라는 말은 최초에 기회의 균등을 위해 더 뛰어난 경기자의 손을 모자에 넣는다(hand-in-cap)라는 말에서 왔는데, 환유적 의미에서 불이익이라는 개념이었던 이 단어가 ‘불구’라는 말을 대체해서 쓰이게 된 데에는 숙고된 바가 없다. 장애인을 칭하는 말들을 정치적으로 도덕적으로 올바른 단어들로 대체해 오긴 했으나, 장애와 장애인을 대하는 우리의 인식은 얼마나 달라져 왔을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장애인을 그 불행한 운명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는 미명하에 그들을 다른 사람들과 동일한 가능성을 지닌 주체로 간주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저자는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비-정상적’ 상황들이란 있어서는 안 되며, 심리적·정신적 혹은 육체적 차이도 예전과 같은 어떤 틈으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취급한다고. 소위 정상인들과 다른 ‘차이’(빈 공간)는 채워져야만 하고, 그들의 결함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방 안의 코끼리가 되어 아무도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무엇이 된다. 장애가 있는 이들의 성공한 삶이란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운전을 하고 남들처럼 하루 8시간 직장생활을 하며 아파트에서 사는 것,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일반 사회 구성원으로 사는 것이다. 결함은 사회에 의해 제거된 듯 보인다. 그렇다면 장애는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는가.
여기서 또 묻게 된다. 장애와 차이를 지우는 것이 과연 도덕적으로 우월한 일일까? 사회는 장애와 장애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저자 스티케가 던지는 민감도 높은 문제제기를 통해 우리는 스스로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질문, 평균과 보통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답보다는 질문이 많을 이 책에서 저자는 손상 입은 자들에 대한 기회의 평등, 통합, 삶의 조건 문제들을 해결하려 할 때 비로소 장애에 대한 새로운 인류학적 성과가 가능할 거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그는 결함 있는 이들이 처한 상황을 ‘한계 끝까지’ 그리고 ‘한계 안에서’ 바라보며 장애에 대한 실천과 이론이 함께 관여되어야 한다 말하며 인간과 장애와의 관계, 인간과 비정상성과의 관계, 인간과 차이와의 관계 등이 전적으로 인간 자신에 달렸음을 역설하는데, 우리는 여기서 어떤 약체들에 대한 환대 가능성을 본다.
“불구가 표현상 운명이라는 관념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자연적으로 주어진 것, 즉 성별, 키, 피부색과 같은 자연적 소여라고 주장하지는 않겠다. 다만 나는 불구가 인류 모두에게 갑자기 덮칠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을 어떤 변이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믿고 있을 뿐이다.”(본문 39쪽)
장애, 그것은 누구에게 당장이라도 덮칠 수 있는 것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조건과 표상을 바꾸는 일일 것이다.